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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두 편의 영화를 보다-바흐 이전의 침묵,걸어도 걸어도

| 조회수 : 2,115 | 추천수 : 167
작성일 : 2009-07-11 09:17:16

영화하면 꽉잡고 있던 everymonth의 캐롤님이 요즘 새로 시작한 일때문에 영화이야기를 올리지 않아서

애석하게 생각하고 있던 중 스페인영화제를 하고 있다는 소식과 이 영화 바흐 이전의 침묵을 꼭 보고 싶다는

말을 올려놓았더군요.

바흐라는 말만 들어도 귀가 쫑긋한 제가 홈페이지에 접속을 해보니 마침 금요일 오전 예술사 수업끝나고

함께 점심먹고 가면 딱 맞은 시간입니다.

헨델,모짜르트에 대해서 음악에 대해 잘 아는 켈리님,그리고 큐트폰드님의 발제를 듣고 나니 갑자기

책속의 글이 살아서 움직이는 경험을 한 날,바흐 이전의 침묵이란 제목 하나만 믿고

금요일 발제자들과 더불어 영화관에 갔습니다.

바흐를 다룬 제목도 수상한 영화라 사람들이 거의 없는 공간에서 영화를 볼 것이란 예상을 보기 좋게 배반하고

상당히 많은 관객이 들어찬 영화관에서 따뜻한 침묵속에서 본 영화

처음부터 의외의 전개로 시작하여 끝날 때까지 한시도 시선을 다른 곳으로 보내거나 마음속에 일어나는

잡생각이 거의 없이 영화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관에서 나와 잠깐 로비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들 셋은 정말 감탄하여 이런 영화라면

얼마든지 더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정말 좋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또 할 수 밖에 없었지요.








피묻은 악보를 바라보는 손은 멘델스죤의 손입니다.

그가 피아노 치기에 열중하는 중 집사가 조심스럽게 들고 들어온 이 악보는

멘델스죤의 집사가 고기를 사러 다니는 푸줏간에서 싸준 고기의 포장지였습니다.

아무래도 음악가의 집사인지라 그는 이것을 폐지라 여기지 않고 주인에게 들고 온 것인데요

이 악보를 바라보던 음악가가 이 곡을 쳐보게 되고 사후 잊혀진 바흐가 부활하는 계기가 되지요.

그렇다면 혹시 파블로 카잘스가 바흐의 악보를 구하게 되는 장면도 나오나 기대하고 기다렸으나

그 장면은 반복이라 그런지 생략되고 대신 지하철속에서 여러 명의 첼로주자들이 무반주 조곡을 연주하는

멋진 씬이 나오더군요.

음악가에 대해서 공부한 날,영화속에서 다시 만난 이야기들도 좋았고,바흐의 곡을 여러 곡 들은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영화를 만든 형식이었습니다.

다른 음악가에 대한 영화도 이런 식으로 만들어져서 우리들에게 선보일 날을 기대하게 만든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큐트폰드님과 헤어진 다음 덕수궁에 가서 본 그림은 보테로였습니다.

그리곤 다른 한 멤버와 셋이서 본 영화가 바로 걸어도 걸어도인데요

요즘 장안을 달구고 있다는 드라마 결혼못하는 남자의 일본판에서 주인공으로 나오는 두 사람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더군요.



현대 사회에서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다룬 수작이더군요.

한국과 일본,너무도 닮고 또한 너무도 다른 사회속의 가족의 애증을 담담하게 때론 격렬하게

때론 유머러스하게 다룬 이 작품은 지금 정독도서관 앞의 시네 코드 선재에서 상영되고 있는 중인데요

가족들과 더불어 보아도 ,혹은 혼자서 스크린속으로 몰입해서 보아도 좋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기대하고 사랑하던 큰 아들이 어느 날 바다에 가서 다른 사람을 구하다 죽게 됩니다.

그 아들의 기일에 모인 가족,그런데 둘째 아들이 사별한 남편과 아들이 있는 여성과 결혼을 해서

두 사람을 데리고 이 집에 옵니다.

딸과 사위,그리고 그들의 두 아이,이렇게 모인 집에서 은근하게 혹은 격렬하게 오가는 이야기속에서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오갈 이야기들이 상상이 되나요?

그러나 가끔은 그것이 어긋나기도 하고,깊은 속을 휘젓기도 하고,속내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기도 하는 ,그 속에서 영화라기보단 마치 우리의 일상을 보여주는 ,그래서

마음을 꽁꽁 싸매둔 마음을 들키는 기분이 들기도 하는,그런 것들이 바로 이 영화의 장점이 아닐까 싶더군요.







피를 나눈 사람들만이 가족인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조금 더 생각해볼 기회를 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스페인 영화제를 하고 있는 영화관은 낙원상가 사층에 있는 서을 아트 시네마인데요

저로서는 처음 가 본 영화관,덕분에 그 곳에 가느라 낙원상가 악기점들을 가로질러 가게 된 새로운 경험도

하게 되었습니다.

서울 시내에 좋은 영화관이 있어서 고맙고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 날이기도 하네요.

보고 싶은 영화가 여럿 기다리고 있어서 시간을 꼽아보게 되기도 하고요.

여름 멀리 떠나기 어려운 사람들에겐 영화관이 좋은 피서 장소가 되기도 하지 않을까요?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순이
    '09.7.11 10:26 PM

    정말 몇장면만 보아도 수작이 느껴지는군요...저는 음악영화를 참 좋아하는데요..
    예전엔 아주 적극적인 자세로 섭렵?이 되더만,...이제 해가갈수록, 부러워하기만 하고
    몸은 가만히 그냥있네요...^^;;; 이거이 어째야하는겐지...

  • 2. 봉화원아낙
    '09.7.11 11:55 PM

    아낙도 영화를...
    아니 문화 생활을 즐기고 싶다고 요즘은
    머릿속 세포들이 자꾸 이야기하는데..사노라니..
    그렇네요.
    이렇게 그림으로 글로 접할수 있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3. jeniffer
    '09.7.12 6:39 PM

    너무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그런데 아트시네마의 상영작은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아타까와라~~
    돌아오는 화욜은 선재아트센터에서 상영되는 작품을 보러 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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