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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 속을 뚫고 모여서 본 다비드의 그림들

| 조회수 : 2,026 | 추천수 : 150
작성일 : 2009-07-10 00:41:08

아침 일찍 전화벨이 울립니다.

이상하다,이렇게 이른 시간에 누가? 하고 받아보니 승태네 반 반모임을 취소한다고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어렵지 않겠는가 하는 연락이었습니다.

그렇구나,그러면 오늘 오전 미술사 모임에도 비때문에 못 오는 사람들이 많으려나,혹시 혼자만 나갔다가

돌아오는 것은 아닐까,공연히 미적거리다가 조금 늦게 도착해보니 아뿔싸,사람들이 문열리기를 기다리면서

서 있네요.당황스럽기도 하고,즐겁기도 하고 ,그런 마음으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발제를 맡은 사람은 그림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고,그래서 그냥 읽는 수준으로 해보겠노라고

그렇게 지난 주 모임에서 말을 하고 갔었지만 성실한 성격이 그대로 반영되는 발제를 하더군요.

다비드를 읽을 차례라서 도서관에서 다비드에 관한 책을 한 권 빌려서 (그것도 제대로 된 책을 )

도판없이 설명이 나올때마다 제대로 짚어가면서 보여준 덕분에 오늘 새롭게 본 그림들이 많아서

즐거운 날이었습니다.



낮에 집에 와서 그림을 보려고 했으나 이상하게 인터넷상에서 아이디를 치니 글자가 뜨지 않는 겁니다.

무슨 사연일까,여러번 시도를 하다가  결국 포기하고,낮에는 다른 일을 했고,저녁에는 수업이 바빠서

다비드를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들어와서 혹시나 하고 다시 시도해보니 이번에는 말짱하게 기능이

돌아왔네요.덕분에 그림 생각이 나서 다시 찾아보고 있는 중인데요 첫 번에 고른 그림이

세네카의 죽음이란 제목입니다.

그림의 소재에서 그가 지난 역사에서의 사건을 중요소재로 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나

아직 기량이 다 다듬어지지 않아서 어수선한 느낌의 그림이 되고 말았군요.



트로이 전쟁이란 소재는 화가들에게 마르지 않는 샘물의 역할을 한 모양입니다.

역시 다비드에게도 피할 수 없는 ,아니 이런 말은 적절하지 않군요.끌려들어가지 않을 수 없는 소재였겠지요?

헥토르입니다.



동로마제국 하면 우리들의 기억에 떠오르는 인물이 사실 별로 많지 않지요.

그 중에서 한 명만 고르라고 하면 단연코 생각나는 인물이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일텐데 그가 만든 법전이

세계 3대 법전중의 하나라서 세계사 시간에 시험공부하느라 외운 기억들이 있을 것 같군요.

그런데 그는 황제가 되고 나서 이미 게르만족들의 수중에 들어간 서로마를 다시 찾고 싶어합니다.

그 때 그가 군대를 맡긴 장수가 벨리사리우스인데요,그의 무공이 하늘을 찌르고,그의 인기가 높아지자

황제는 그를 견제하게 됩니다.

결국 황제에게 내쳐진 벨리사리우스가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되는데,다비드가 그림을 그리던 시절에

그에 관한 소설이 출간되었다고 하더군요.

소설을 읽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아무래도 유명한 일화이다 보니 화가가 관심을 갖고 그림으로

완성을 했는데 처음 그린 그림에서는 눈 먼 거지가 된 상사를 보고 놀란 군인과 그 앞사람의 거리가

너무 바짝 붙어서 어색한 그림이 되고 말았다고요.그래서 화가는 몇 년 뒤 같은 소재이나 조금 고친 그림을

다시 그리더군요.



다비드 하면 초상화가 생각날 정도로 초상화에서 일가를 이룬 화가인데요,그의 자질을 보여주는 초기

초상화중의 한 점이라고 합니다.그는 이 그림에서 영국의 스튜어트 왕가에서 활약했던 반 다이크의 그림풍을

따라서 그리는 시도를 했다고 합니다.




핵토르의 죽음을 애도하는 안드로마케와 그들의 아들입니다.

사실은 더 어린 아들이지만 이 그림에서는 화가가 어린 시절 결투로 목숨을 잃은 아버지,그리고 그로 인해

슬픔에 잠긴 자신을 투영한 것이 아닐까 하고 책의 저자는 설명을 하고 있더군요.

이 그림등을 포함한 몇 점의 작품으로 그는 살롱에서 인정을 받는 화가가 되었다고 하네요.



한 의사의 초상화인데요,몇 주간 발음을 익히느라 고생한 프랑스어,그 노력이 보상받는 것을 느낀 날입니다.

발음을 할 수 있어서 그림 제목을 제대로 읽게 되는 것들이 생겨나서요.

그런 간단한 일로도 사람은 얼마나 즐거울 수 있는 것인지 실감하는 시간입니다.



지금까지의 다비드 작품을 한 점도 본 기억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그림은 어라,어디서

많이 본 그림인데 하고 반응하게 만들 그림입니다,실제로 이 그림은 당시 사람들이 일부러 돈을 내고

그림을 보러 오는 살롱에 6만명 정도의 유료관객을 모았다고 하니 당시에 얼마나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을지

상상하게 됩니다.

사실 이 그림은 1784년에 그려진 그림이고 혁명의 불꽃을 피우려고 하는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던 그림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사회의 공기가 바뀌자 갑자기 이 그림은 혁명을 선도하는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작품이 되었고

그림이 (특히 혁명이전의 로코코 풍의 그림에 비하면) 도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도구가 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에 그럴 수 있다는 답을 가능하게 한 그림줌의 한 점이라고 하네요.



로마 시대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이 그림은 원래 스케치 단계에서는 이런 형태가 아니었는데

마지막 완성작은 이렇게 다른 그림이 되었다고 합니다.

호라티우스의 맹세란 제목의 이 그림에서 남성들의 결의가 번뜩이는 장면이 눈길을 끌지요?



검을 들고 맹세를 하고 있는 남성들의 결의와 대조적으로 여인들은 비통에 잠겨 있고 유모는 두 아이를

달래고 있습니다. 로마시대의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의 충돌은 로마시대만의 문제는 아니겠지요?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의 충돌속에서 사람은 어떤 길을 선택하고 그것으로 인해 바뀌는 운명이

사람들을 어디로 끌고 가는지 아무도 예측한대로 살 수 없다는 것에 인생의 매력도 있지만

인생의 고통도 따르는 것,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림을 보고 있자니 당대 사람들은 이 그림앞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꼬,공연히 생각이 18세기 후반의 프랑스속으로 들어가게 되네요.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소꿉칭구.무주심
    '09.7.10 6:52 AM

    님으로 인해서.....
    아는것보다 배우는게 많다는걸 스스로 인정해보는 소심쟁이랍니다^^
    늘 감사드려요

  • 2. 라벤다향
    '09.7.10 9:29 AM

    아침에 좋은 그림 감상하고 갑니다.^^
    다비드의 작품은 저도 처음 보네요.마치 바로앞에 있는듯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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