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교보문고에 갔을때의 일입니다.
음반코너에 가서 동영상으로 출시된 디브이디 공연실황을 꼼꼼하게 체크를 했지요.
보고 싶은 것은 많지만 마음이 가는 동영상들은 3만원을 훌쩍 넘고 어떤 것은 그것보다 더한 값이라서
이미 지난 번의 지출로 8월까지는 그만 이렇게 마음을 먹고 있었기 때문에 눈으로만 기억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EUROART란 타이틀로 나온 디브이디중에서 어떤 것은 50% 할인이라고 명시가 되고 11000원에
그렇지 않은 것은 3만원이 넘은 금액이 매겨져 있더군요.
이상해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할인된 금액은 한국에서 만든 동영상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해외에서 들여온 것이라서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음질에 대해선 뭐라고 들어보지 않아서 말하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고민하다가 칼 뵘이 지휘하는 비엔나 오케스트라,협연은 빌헬름 박하우스인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그리고 브람스 교향곡2번이 녹음된 것 하나만 구했습니다.
이 곡을 들어보고 소리가 마음에 들면 다음에 와서 다른 것들도 구해서 차근차근 들어보면 되겠다 싶어서요.
토요일 아침,몸이 깨는 것을 기다려 마루에서 음악을 들었습니다.
피아노 협주곡 4번은 아르헤리치가 여섯 살 나이에 음악회에서 곡을 듣다가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느끼고
그 다음부터 피아노의 매력에 끌려서 그 길을 가게 되었다고 말하던 바로 그 음악입니다.
그녀가 evening talks란 제목으로 인터뷰에 응한 것을 디브이디로 만든 것을 구해서 보면서 참 신기해하던
대목중의 하나였지요.
박하우스,아주 오래전부터 그의 연주를 들었었는데 처음 피아니스트의 이름을 듣고는 바카스라고 오해해서
웃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빌헬름 켐프,에밀 길레스,정다운 이름이네요,.제겐
백발의 그가 피아노앞에서 보여주는 집중과 이완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은 연주였습니다.
브람스의 2번도 좋았지만 오늘 아침은 역시 베토벤을 두 번 세 번 다시 듣게 된 날이었으니
오늘의 만남은 베토벤이 더 강렬했던 셈인가요?
어제 만난 친구가 교보문고에서 만나자마자 제게 건넨 책이 한 권 있었습니다.
뭐냐고 물으니 부처를 쏴라라는 제목의 책인데 읽고 좋아서 너도 읽어보라고 한 권 구했다고 하더라고요.
아니,일부러 살 것까지는 ,네 책 빌려주면 되는데 하고 대답을 했다니 가끔 읽고 싶어지는 책이라
빌려주는 것보다 사주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올해 초 성당에서 세례 (혹은 영세?) 를 받은 그 친구는 종교에 대한 태도도 많이 열려 있고
하는 일이 정신과 의사,그것도 알콜 중독자들을 치료하는 어려운 일을 하고 있어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제가 마음속을 많이 열고 이야기하는 친구이기도 합니다.
제가 권한 책은 종교학자 오강남이 새로 내놓은 도마복음에 관한 책인데요
다음에 만나면 서로 읽은 책을 어떻게 보았나 이야기할 수 있겠지요?
아침에 들은 좋은 음악으로 생생한 에너지를 보충하고 ,배고파 하고 뛰어들어 올 아들을 위해서 점심을 차렸습니다.
함께 먹고 ,치우고 나니 수업하러 가기 전까지 조금 여유가 있네요.
어제 교보문고에서 보았던 화집중에서 코로의 그림이 인상에 남아서 찾아보려고 들어왔습니다.
처음 그림은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을지 모르나 요즘 로마에 대해서 다시 읽을 일이 있어서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콘스탄틴 바실리카의 흔적인데요,로마에 갔을 때 가 본 곳이라 더 실감이 나는군요.
코로는 부모의 유산 덕분에 당시의 화가들의 궁핍과는 달리 넉넉하게 살았다고 합니다.그래서일까요?
그는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그림을 많이 남겼는데 이탈리아 여행에서 본 장면이겠지요?
단테와 버질을 그린 이 그림도 아마 그 연장선상에서 받은 영감으로 그린 것일까,혼자 궁금해하고 있는 중입니다.
들라크로와가 그린 단테와 다른 점이 눈에 들어와서 기질이 다른 화가들이 단테를 서로 다르게 그려내면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겠네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네요.
화가가 그려낸 퐁텐블로 숲이 여러 점 있네요.그 중에서도 오늘 눈길을 끈 작품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두 주일 정도 프랑스어를 집중적으로 읽고 들었다고 화가의 그림 제목을 유심히 보게 된다는
것인데요,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 이런 것이 문맹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구나 싶어서
저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어집니다.자화자찬인가요?
그런 것이 아니라,그렇게 스스로를 북돋우면서 내딛는 걸음이 오래 간다는 것을 깨달아서겠지요?
티볼리를 배경으로 그린 그림인데요,사실 이 도판은 그림의 맛을 제대로 못 살리고 있습니다.
다른 도판에서 보았을 때 훨씬 느낌이 좋았던 그림인데요,그래도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하면서 바라보고
있는 중인데 티볼리는 로마 황제인 하드리아누스의 별장이 있었던 지명으로 기억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제네바에 간 적이 있었던 모양이네요.코로는
그림을 보는 내내 이 방에서 함께 한 음악은 자클린 뒤 프레의 연주였습니다.
첼로와 어울린 그림보는 시간이 좋았는데,문득 어제 이대앞을 걸어다니다 본 첼로사랑이란
간판이 떠오릅니다.무엇하는 곳일까,첼로음악을 주로 틀어주는 카페인가? 언제 그 곳에 갈 일이 있으면
들어가볼까 고민하던 장소인데 첼로 음악을 듣다보니 슬그머니 기억이 나네요.
염소몰이에 나와서 플룻을 부는 소년,템버린을 들고 있는 집시소녀,만돌린을 들고 있는 소녀
이렇게 음악이 일상속에서 함께 하는 것이 눈길을 끄는 그림들이 있네요.
토요일 오전을 충분히 즐겁게 보냈으니 이제 할 일을 하러 가야 할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