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모 식당,안경,그리고 요시노 이발관
이 세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한가지 공통점은 같은 감독의 작품이란 점이지요.
실제로는 요시노 이발관이 먼저 만든 영화라고 하는데 저는 거꾸로 순서로 보았습니다.
제일 먼저 본 것은 카모메 식당이었는데요,소문이 무성하던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지 못하고
디브이디를 빌려서 보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헬싱키란 지명을 마음을 담아서 기억하기도 하고,식당이 단순히 돈을 내고 밥을 먹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추억을 나누기도 하고,잊으려고 애쓰던 삶의 진실을 드러내기도 하는
그런 장소가 될 수도 있다는 것,모르던 사람들사이에 새로운 길이 나기도 하는 그런 장소이기도 하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던 시간이 기억나는군요.

우리쪽에서 보자면 왼쪽의 여성이 세 영화에 다 출연하는데 요시노 이발관의 요시노 아줌마로 분해서
나오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서 모타이 마사코는 해마다 민박집을 찾아와서 빙수를 만들어 파는 사람으로 등장을 합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의 질서에서 비켜있는 마을, 그 곳 민박집을 찾아오는 사람들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에 어리둥절할 관객들도 있을 것이고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의아한 사람들도 있었겠지요?
사람들마다 각자 다른 마음으로 볼 수 있을 그런 영화,한 번 보고 나면 장면 장면들이 머릿속에 들러붙어
잊기 어려운 영화일 것 같네요.

두 번의 영화보기로 마음속에서 이미 친숙해진 감독의 작품이 이대 안의 영화관 모모 하우스에서
상영된다는 말을 듣고 금요일 오전 학교 시험감독이어서 제겐 정말 지루하다,지루하다,견디기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시간의 상대성에 대해서 절절히 느꼈던 시간이라서요.그래도 처음 30분을 견디고 하니
그 다음에는 뒷자리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머릿속으로는 이런 저런 문제들을 생각하고 정리하고
그러다보니 처음보다는 시간이 빨리가더군요.) 아들이 좋아한다고 노래를 부르는 음식을 시켜서 함께 먹고는
오랫만에 학교에 갔습니다.
학교는 이미 이전의 모습을 다 잃어버려서 도대체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곳이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대강당 앞의 벤치에 앉아 들고간 책을 조금 읽을 여유는 있었습니다.바람이 서늘해서 좋았는데 그만 곧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물어물어 ECC관에 갔더니 그 곳에는 지하에 다른 세상이 있더군요.
보람이에게 말로만 들었지만 실제로 들어가보니 참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전통이 전설이 되고,그것이 의심없이 믿어지는 마을,그 마을에 이사온 새로운 존재로 인해
파문이 일고,바가지 머리 일색인 아이들이 일으키는 반항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요한 줄거리이지만
이 안에는 다른 이야기들도 얼기설기 이어져 있어서 보는 동안 여기저기 객색에서 웃음이 일기도 하고
공감하는 분위기가 있는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바가지 머리를 고수하는 요시노 아줌마를 향해 웃음을 날리다가 문득 그렇다면 우리에겐 그런 부분이 없는가
문득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
시골마을과 그 마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부조화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와서 처음부터 몰입하게 만들었던
이야기가 다 끝나고도,마지막 텅빈 화면이 나올때까지 다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기억나기도 하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는데요,안경에서의 그녀와 연결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바가지 머리 소년들의 성장을 다룬 영화이기도 한 요시노 이발관에서 이렇게 골똘히 아이들이 보는
책은 무엇일까요?
까모메 식당과 안경을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 사람들에겐 분명 즐거운 시간이 될 요시노 이발관
시험끝난 아이들과 함께 보아도 될 영화,즐거운 이대앞 나들이가 되지 않을까요?
영화관에서 나와 저녁 약속이 있기 전까지의 공백시간에 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공연히
이대앞 거리를 걷다가 미용실에 들어가서 머리를 만지게 된 것도 요시노 이발관을 본 탓이었을까요?
가벼워진 머리로 ,길거리를 한참 걸어다닌 금요일 저녁 시간,젊은이들이 넘쳐 흐르는 거리가 생기를
뿜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