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ha Argerich & Friends가 연주하는 135분간의 즐거움이 녹아있는 음반을 오래 전에 구해서
한동안 듣고는 도서관의 멤버에게 빌려주고 까맣게 잊고 있던 음반이 오늘 제게 다시 돌아왔습니다.
마침 이번 일요일 그녀의 연주회가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데 방학이 아닌 경우에 일요일 연주회란
상상도 못 한 일이었지만 너무나 듣고 싶어하는 연주자라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다가
일요일에 수업하는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연주회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고보니 2009년 통도사 가는길과 이렇게 일요일 공연을 보러 가게 되는 것이 제겐 상당히 특별한
일로 기억하게 될 해로군요.

낮에 은행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은행안에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더군요.
은행에서 음악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서 여성지점장이 직접 (아마 점심시간이라 자리를 비운 행원대신에
일을 처리해주는 모양이더군요) 일을 처리하는 도중 음악이 소리가 조금 더 크거나 스피커가 조금 더
좋으면 더 기분좋게 들을텐데요 하는 아쉬움을 이야기했더니 그녀가 깜짝 놀라더군요.
이 음악 들으면 졸리지 않나요?
졸리다면 왜 음악을 틀어놓고 있는가 물었습니다.
고객들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틀어놓았다고요.

처음에는 졸릴지 몰라도 정말 좋은 음악을 공연장에서 들어보게 된다면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그렇게 대답을 했더니 공연장에 대한 정보도 모르고 멀리까지 갈 여유가 없다고 합니다.
일산에 아람누리란 공연장이 있고 실제로 좋은 공연도 많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정말 처음 듣는다는 표정이더군요.
오히려 제가 어안이 벙벙한 상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집에 와서 음악을 듣고 있으려니 그 생각이 나면서 가끔 가야 하는 은행이니
그녀에게 정말 귀가 번쩍 반응할 귀한 음반을 빌려주거나 선물을 하면 어떨까 하는 공상을 해보게 되네요.
제가 의미있게 생각하고 정말 좋아하는 것을 남과 (그 사람이 설령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그것을 이전에는 마음속으로 생각만 하고 말았다면 이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변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여러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나누는 일에 힘이 생겨서가 아닐까요?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조곡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귀를 기울이면서
음악에 마음을 쏟고 즐길 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을 생각하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