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전의 미술사 수업,새로 시작한 책을 두 번째 읽는 날이었습니다.
아침 수업중에 언급되었지만 도판에는 없었던 그림을 소개하겠노라 약속을 했고
약속도 약속이지만 역시 저도 새롭게 보고 싶기도 해서
집에 돌아와서 비올라소리로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들으면서 그림을 찾으러 들어왔습니다.
카라바지오를 찾으려고 바로크를 검색하던 중 눈에 띄는 이름 안니발레 카라치인데요
카라바지오를 읽는 중에 자주 언급이 되어 저절로 눈길이 갔습니다.
그는 당대에 로마이외의 지역에서 (밀라노 근방인지 생각이 잘 나지 않네요,벌써) 날리는 화가였다고 하는데
카라바지오의 화풍과는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었지요.
바로크하면 대표로 언급되는 화가중의 한 명인데 그가 그린 바쿠스와 아리아드네의 승리를
지난 번 본 카라바지오의 바쿠스와 대조해서 보고 있는 중입니다.


당시 로마에는 스페인파와 프랑스파로 나누어진 추기경들이 서로 자신들의 위신을 세워줄
화가를 찾고 있었다고 하는데 안니발레 카라치는 이미 스페인파 추기경의 후원을 받아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이라 카라바지오를 후원하게 될 델 몬테 추기경은 카드 사기꾼이란 그림을 갤러리에서 보는 순간
바로 이 화가라고 생각하고 카라바지오를 자신의 궁으로 데려와 화실을 꾸릴 공간을 주고
자신이 초대해서 만찬을 여는 자리에서 당대의 유력자들에게 카라바지오를 소개하곤 했다고 합니다.



악기가 들어간 그림,특히 음악가를 그린 그림들은 추기경의 취향을 반영한 주문작인 모양이더군요.
이 그림속에서 당대의 추기경들은 델 몬테 추기경의 취향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고 하는데
그림속에 드러난 세속적 취향이 성스러움을 지향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의 심사를 건드린 것이겠지요?
아직 교회의 대작을 맡기 전의 카라바지오의 작품중에 늘 제 눈길을 끄는 작품중의 하나입니다.


파워 오브 아트를 함께 읽어나가는 사람들이라면 그 책안에서 만났을 막달라 마리아에 대한 설명이 기억나시겠지요?
그림은 없고 설명은 길게 이어지던 바로 그 그림입니다.


성서에 나오는 마르타와 마리아의 이야기를 소재로 그린 그림인 모양인데 제가 상상하던 장면과 달라서
흥미롭게 쳐다보게 되네요.
책에서 한참을 거울에 대한 이미지로 설명하는 여러 그림중에서 나르시서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자기 존재에 대한 성찰,자기 존재에 대한 허영,예술가의 임무로서의 미메시스
이런 여러가지 이야기를 던져 놓고 저자는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더군요.
읽을 때마다 새롭게 보게 되는 이 책이 마음에 들어서 아주 오랫동안 곁에 놓고 뒤적거릴 것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추기경의 비호하에 그림을 그릴 때 그는 주문받은 그림을 자신의 의지대로 그릴 수 있었으나
그의 추천으로 맡게 되는 콘타렐리 예배당의 벽에 그리는 그림에서는 주문자가 요구하는 주제,인물수까지
제한을 받게 되는데요 하나는 마테오의 순교,다른 하나는 부름을 받게 되는 마테오를 그린 것입니다.
순교주제에서 막혀서 방황하던 그는 조금 더 단순한 구절이라 자신의 상상력이 더 많이 허용되는
그림을 먼저 손대고 그 그림에서 인정을 받게 되는데요





중요한 작품이라 그런지 역시 디테일이 많이 올라와 있어서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 번 쓱 볼 때와는 얼마나 다른 감상시간이 되는지요!

이 그림을 먼저 완성하고 나서 손대게 되는 마테오의 순교는 처음 시도했던 것보다는 카라바지오의
독창적인 해석이 들어갈 여지가 넓어졌다고요.

이 그림을 단독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예배당에 들어간 사람들은 어둠속에서 갑자기 솟아오르는 두 그림을
나란히 보는 것이므로 마음속으로 대조하고 상상하면서 보면 더 좋겠지요?

이 그림의 오른쪽 끝에 있는 인물이 바로 카랍바지오 자신의 얼굴이라고 하는데 저자는 그가 등불을 들고
있다고 ,그 등불이 그림을 비추는 빛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지만 끝내 책의 도판에서는 등불을 발견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실제로 성경에서는 천사의 날개에 대한 언급은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언제부터인가 천사하면 날개달린 천사가 보편적으로 그려지는 것을 보면 하나의 관념으로 굳어진
것을 없애거나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수업시간에 함께 읽는 카라바지오도 좋지만 이렇게 돌아와서 바로 after로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새롭게 바라보는 그림도 좋구나,그래서 역시 공부란 즐거운 것이야 혼자 감탄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