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비지트를 반납하러 갔다가 다음엔 무슨 영화를 볼까 뒤적이던 중 만난 영화가 바로
레몬 트리입니다.
한동안 영화를 영화관에서만 보았더니 못 보고 지나간 주옥같은 영화들이 여기저기서 불쑥 불쑥 튀어나와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하네요.
아무래도 밴드 비지트를 본 다음이라 그런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경계 지역에 사는 한 여인이
아버지가 물려주신 레몬농장을 가꾸면서 혼자 살아가다가 이웃으로 이사온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의 보안문제로
인해서 레몬 나무를 잘라야 한다는 통보를 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이 영화에 마음이 갔습니다.

월요일 아침 수업하러 가기 전 잠깐 맛만 보고 시간이 나면 제대로 보아야지 하고 시작한 영화
결국 아침밥 먹을 시간도 아끼면서 다 보고 나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뉴스에서 만나는 팔레스타인문제와 실제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은 같은 감도로 느끼는
것은 어렵겠지만 이 영화속에서 실감이 되는 몇 몇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녀에게 날라온 편지,그러나 그 편지는 히브리어로 씌여져 있어 여주인공은 읽을 수가 없더군요.

가운데 여성이 바로 레몬농장의 주인이고,우리가 보는 쪽에서 왼쪽사람이 그녀 아버지와 함께 레몬농장을
돌보고 아버지가 죽고 나서는 아버지처럼 그녀와 함께 농장을 일구온 사람입니다.
그가 법정에서 증인으로 나와서 한 대사가 마음을 울리더군요.

대법원까지 가게 된 사건,두 사람이 법정에서 귓속말로 대처방안을 논의하는 장면인데요
그녀가 변호사를 처음 만나던 때에는 집에 찾아온 변호사앞에서 집안에서도 히잡을 쓰다가
마음을 조금은 터놓게 되자 히잡을 쓰지 않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 이 변호사를 소개한 사람은 그녀의 사위인데요,그와 그녀의 딸은 어머니가 이 문제를 법정으로 가져간다고
하자 비용을 먼저 걱정하면서 우리에게 여유가 없어서 도울 수 없다는 것에 선을 먼저 긋더군요.
영화가 시작되면서 그녀가 집에 식사를 하러 올 딸의 가족을 위해서 음식을 장만했지만
올 수 없다는 전화한통에 쓸쓸하게 농장일을 돕는 할아버지와 식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미국에 가 있는 아들에게 통화를 할 때도 그는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제대로 전화를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 나오고요.
어머니에게는 삶의 의미 그 자체인 레몬농장이 자식들에겐 무엇일꼬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국방장관의 부인으로 나오는 이 여성은 남편의 공직을 위해서 자신의 일을 많이 희생해온 여성으로 등장하지만
레몬트리를 둘러싼 사건으로 인해 조금씩 달라져서 결국은 집을 떠나는 것으로 나오더군요.
이 영화가 정치적인 사건을 다룬 영화만이 아니라 개인의 문제들을 건드리면서 사람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과 감동을 일게 하는 여러가지 장치중의 하나가 바로 이 여성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대법원에서의 마지막 판결에 이르기까지의 영화를 따라가면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겹쳐 내가 사는 삶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영화
영화의 시작과 끝에서 레몬 트리 노래가 울려퍼지는 영화를 본 날,
들어오는 길에 레몬이 들어있는 도너츠를 사서 집에 와서 먹으면서 웃음이 나네요.
평소에는 도너츠를 별로 즐기지 않는데 아침의 영화가 준 이미지 때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