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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티켓

| 조회수 : 1,451 | 추천수 : 122
작성일 : 2009-04-02 16:23:12


디브이디 대여점에 가면 아직 못 본 영화가 나란히 서서 나를 보라고 권하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딱 한 영화밖에 고를 수 없으니 자꾸 망서리게 되지요.

그 날의 기분,그 날 읽은 책,혹은 다음 모임에 필요한 시대를 다룬 영화가 있는가

유난히 마음이 끌리는 영화가 있는가에 따라서 선택의 기준도 달라지고요.

고민고민하다가 어제 밤 고른 영화가 티켓이란 제목의 영화였는데

2005작품이고 베를린 영화제에서 선보인 영화더군요.

가장 마음을 끈 것은 세 명의 감독이 옴니버스식으로 만든 영화란 점인데

그 중 두 명이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켄 로치입니다.

서로 상당히 다른 감독들이 모여서 어떤 영화를 선보일까 그것만으로도 일단 관심이 가는






양쪽 포스터에서 감독의 소개가 순서가 다른 점이 눈에 띄는군요.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이름이 귀에 익은 감독순으로 소개한 것이 아닐까요?

로마행 기차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서로 다른 이야기를 이어서 만든 것인데요

티켓으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그 이야기속에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습니다.



첫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이 사람인데요

그는 약리학자라고 소개가 되는데 그 날 바이오팜이란 회사에 회의가 있어서 참석했다가

비행기표가 잘 못 되는 바람에 그 회사의 여비서가 표를 구해다 줍니다.

그가 편하게 갈 수 있도록 일등석의 자리를 두 자리 확보해서 주더군요.



회의 석상에서는 돌아가서 손주의 생일잔치에서 함께 촛불을 불어주겠다고 한 약속이 가장 중요했던

그가 이 비서에게서 어린 시절 등만 보이고 피아노를 치던 소리의 주인공을 연상하면서

갑자기 기차가 되돌아가서 그녀에게 갈 수 있길 바라게 되는 자신의 심리를

응시하면서 자꾸 지우면서 감사의 글을 노트북에  쓰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일등석 밖의 문이 닫힌 너머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나 한 가족이 승강구쪽에 몰려있습니다.



.

가족구성원으로 보이는 그들 중에서 어린 아이가 배가 고파서 울고 있습니다.

누나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우유를 데워주려고 하지만 지나다니던 사람들의 발길에 우유를 흘리게 되고

아이는 계속 울어대지만 일등석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에겐 그것이 소리가 아니라 마치 무성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미지로 보여지더군요.

주인공은 이 장면을 보고 나서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상상해보실래요?



흰 머리의 중년을 넘긴 여성과 그 뒤를 따라 오는 젊은 남자가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인데요

중년을 넘긴 여성이란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다양한 사람들이 있겠지요?

그녀는 장성이었던 남편이 죽어서 추도식에 가는 중인 모양입니다,그런데 그 마을의 자원봉사자가 함께

그 길에 동반한 것인데요

그녀는 사실은 2등칸 표를 갖고도 그냥 일등칸에 오릅니다.당황한 남자가 자리주인이 오면 어떻게 될까

조마조마하게 생각하는데도 그것을 그냥 무시해버립니다.

그의 시선이 앞자리의 흰옷을 입은 매력적인 여성에게 향하자 그녀는 자리를 바꾸어 앉자고 명령조로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리고 나서 그녀의 시선이 집요하게 앞자리의 여자에게 향하는 것을 카메라는 주목하면서 따라갑니다.

지나간 시절,되돌릴 수 없는 시절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질투일까요?

자리주인이 나타나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이 자리는 내 자리다,나는 몸이 힘들어서 움직일 수 없다고

버티는 그녀를 통해 감독은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것일까 의아할 정도로 안하무인인 여성,자신을 도와주려

온 남자에게 한없는 멸시를 보이는 여성을 카메라가 비춘 다음

차장이 해결책으로 일등칸의 빈 자리로 옮겨주자 승강구쪽으로 나간 필립포 (젊은 자원봉사자)를 시도때도

없이 부르더군요.



이 남자주인공뒤에 비치는 사람들이 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더군요.

그 장면을 나중에 보기 전에는 연결고리를 몰랐었는데 처음 이야기에서의 가족들과 이들이 얽히는 세번째

이야기,이렇게 옴니버스식의 구성이 다 보고 나니까 아하 하고 연결이 됩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의 여주인공의 지나친 태도에 넌더리가 난 남자주인공이 기차칸을 박차고 나가버리고

그 다음 여성이 보여주는 약함,당황감,그로 인해 글 쓴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가

그제야 감이 잡혔습니다.



제게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세 번째 이야기였습니다.

일등칸의 밖에 있던 가족들,그들은 미리 로마에 와서 일을 하고 있던 아들이자 남편,그리고 아버지인

한 남자를 찾아서 알바니아에서 온 난민이더군요.

그들은 육로로 오라는 남자의 말에 따라 트럭을 탔는데 트럭운전수가 로마라고 내려준 곳이 사실은 엉뚱한

곳이었습니다.아무리 해도 표를 다 살 수 없었던 이들은 사람수보다 적은 표를 사서 기차에 오른 것이지요.

먹을 것도 모자라고 마음도 복잡한 가족들의 표정이 카메라에 자주 비쳤습니다.

그런데 일행중에서 베캄이라고 새겨진 빨간 티셔츠를 입은 선량해보이는 소년은 티브이에서 축구중계를 하도

자주 보다보니 어느 정도 간단한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고,누나는 상당히 능숙한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엄마와 할머니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상태이고요.

식당에서 알바니아 소년을 만난 이 청년들은 자기들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스코틀랜드에서 왔는데 캘틱 대 로마의 축구시합을 보러 왔노라고

그들은 슈퍼마켓에서 함께 일하는 청년들로 그들의 대사를 보고 있으면 그들이 마치 오히려 이방인처럼

느껴지는 영어대사로 한 청년이 지갑에서 축구표를 보여주면서 알바니아 소년과 대화를 활기차게 나눕니다.

장면이 바뀌어 표검사를 하는 도중 한 청년의 표가 없어진 것이 드러나고

서로 옥신각신하던 중 신경질적인 한 청년이 혹시 알바니아 소년이 표를 훔친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상당히 빠르게 전개가 됩니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보니까 아 이 대목은 캔 로치감독이 맡은 부분이겠구나 확 감이 오는

그래서 감독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궁금하게 만드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이 마지막 에피소드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을 할 수 있는 영상자료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보았습니다.

혼자만 보기엔 아까운 영화,보석같은 영화네요.누군가 마음이 동하여 보고 나서

나는 이 영화를 이렇게 보았노라고 서로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를 담아서 올려놓습니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보리
    '09.4.2 9:53 PM

    영화 소개 감사합니다.
    기억해 두었다가 기회되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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