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그랜드 백화점앞을 지나가다가 두 가지 영화의
팜픔랫을 들고 왔었는데 그 중 하나가 프로스트 vs 닉슨
다른 하나가 더 레슬러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곧 있으면 캐나다로 떠나는 동생때문에
식구들이 점심을 먹고 나서 마침 가게 된 곳이 롯데백화점이라서
선택의 여지없이 더 레슬러를 먼저 보게 되었지요.
문제는 레슬링이란 종목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것이어서
과연 영화에 몰입할 수 있을까 약간 걱정이 되었는데
역시 레슬링장면은 제겐 크게 흥미있는 것이 아니었어도
그 이야기를 통해서 다른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
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80년대를 풍미했던 레슬러 그는 2000년대 이제 퇴물이 되어서
일상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존재로 등장합니다.'
제대로 된 집도 아닌 트레일러같은 집에도 들어갈 수 없어
(집세가 없어서) 차에서 잠을 자는 ,몸에는 문신이 가득한
운동을 제대로 못해서 몸은 망가진 그런 주인공으로 처음
등장하는 렌디 램

그는 젊은 시절 가족을 위해서 노력한다고 했지만
그것이 늘 틀어져서 결국은 가족을 떠나게 되었으나
늙고 외로운 ,외로움을 견딜 수 없었던 그는
딸을 찾아가더군요.

이야기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루는 스트리퍼와의 관계
레슬링보다는 제겐 이 두 이야기속에서 벌어지는
사람사이의 관계맺기의 소중함과 어려움,
한 때 세상속에서 환호를 받던 사람이 환호에서 멀어지고
세상이 자기를 배척한다고 느낄 때,관계보다는
이 세상,(링위에 선 자신에게 환호하는 사람들이 있는)을
선택하고 그 속에서 죽어가는 그 메카니즘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한 날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과 본 후 스틸사진을 보는 느낌은
상당히 다르더군요.
영화를 보고 나면 스틸 사진이 단순한 사진이 아니고
그 안에서 이야기들이 살아서 말을 거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영화를 완성한 또 다른 한 축은 주제가였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이 끝나고 스크린이 까맣게 fade out된 상태에서
부르스 스프링스턴 (정확한 이름인지는 모르겠는데)의
노래가 자막과 함께 흘러나오는데 관객에 대한 예의가
조금 모자란 극장에서는 나가는 길을 안내하느라
아르바이트생처럼 보이는 사람이 소리를 내더군요.
그래도 일어설 수 없어서 끝까지 다 듣고 걸어나오는길
영화를 완성한 화룡점정이 바로 이 주제가가 아니었을까
오늘 밤에는 이 가수의 노래를 검색해서 더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