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도서관으로 찾아온 손님이 있었습니다.
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데 학교에서 내준 과제중에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란 책이 있다고요,그 책을 혹시
제가 갖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온 것이지요.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요? 하우저 책을 말하는 건가요?
만약 그렇다면 그것을 고등학생이 읽을 필독서로
정한 그 학교의 선정기준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어른들이 읽기에도 쉬운 책이 아닌 것을
막 고등학생이 된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한다는 것
더구나 4권으로 번역된 책인데.
순간 선생님이 읽고서 그 책을 선정한 것인가 하는
의혹이 들기도 했습니다.
순간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학력조사에 관한 일이 떠오르면서
한 사회의 우울한 초상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책을 일단 챙겨서 가방에 넣기 전에 자리잡고 앉아서
일권을 조금 읽었습니다.
오래 전 여기저기 줄을 그어가면서 물음표를 적어놓기도
하면서 읽었던 흔적을 만나는 순간,당시에
어렵다,어려워 하면서 읽던 기억이 나고
새롭게 스터디로 이 책을 공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랑,언제는 조금 더 생각해볼 문제이지만


쇼팽의 프렐류드를 틀어놓고 있습니다.
이상하게 요즘 쇼팽과 자주 만나게 되네요.
작곡가와도 인연이란 것이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떤 시기 집중적으로 만나게 되는 그래서 마음속에
가락이 박혀서 함께 살아가게 되는 그런 인연을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란 제목의 책이 있지요.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을 책제목이고 어떤 사람에겐 맞아,나도 그래
그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책이고 다른 사람들에겐
그럴리가,공부가 제일 쉽다니,무슨 과장인가 하는 반응이
나올 수 있는 그런 책인데요
스토리 텔링으로 접근하면 어려운 내용이라도 훨씬
흥미로워서 어떤 분야라면 머리 설레설레 흔들면서
손도 못내미는 분야가 새롭게 열리는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을 어제 느낀 사연이 있습니다.

어제 대학교에 입학한 제자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읽고 싶다고 책목록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의 손에 들려있는 책 한권이 눈길을 끌었지요.
회계학 콘서트
자유전공학부에 들어간 아이인데 손에 든 책제목이 그래서
너 경영학 전공하고 싶니? 하고 물으니 우연히 구한
책인데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네요.
다 읽었다면 선생님 빌려줄 수 있니?
참 순간적인 판단이었습니다.평소라면 회계학이란 제목만
보아도 관심을 껐을터인데 아무래도 딸이 경영학과에
다니다보니 혹시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보람이에게
읽어보라고 권할 수도 있다 싶어서요.

어제밤 혹시나 하고 조금만 읽어보려고 펼친 책
스토리텔링으로 이해하는 회계학이란 부제가 참 말이더군요.
물론 이론적인 부분의 설명(한 장이 끝날 때마다 뒤에
따로 묶어놓은)은 무슨 소리인지 잘 감이 잡히지 않았어도
스토리로 따라가는 회계는 결국 마지막까지 다 읽고
말았지요.
그러면서 든 생각이 바로 아이들 각자의 눈높이에 맞는
스토리탤링이 있다면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새롭게 아는
일에 무진장한 흥미를 유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지요.

일본의 현직 회계사가 이야기 형식으로 쓴 그 글은
전공자에게만 필요한 책이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일상을 경제적인 측면에서 파악하는 데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는 책이더군요.
그래서일까요? 다 읽고 나서 책표지안에 소개한
다른 책들에도 주목하게 되고 기회가 되면 이 책들도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날,우연한 만남이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가 싶어서 신기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이 화가 클림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안에 이 화가를 거부하는 무엇인가가 있었지요.
그래서 마음을 활짝 열고 화가의 그림을 보지 못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전시회에서 제대로 된 그림을 보고 나서
마음이 슬그머니 바뀐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일까요?
오늘 그림을 찾아서 보는 마음이 즐거우니 조금 더
성의있게 그림을 보고 더 찾아보게 되는 선순환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게 마음이 열린다는 것,어떻게 보면 어렵고
어떻게 보면 쉬운 그 한순간의 되돌림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일요일 아침,연주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