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일하고 있는데 친정어머니 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아니요? 엄마 장 담가야 해서 이번에 안가고 엄마 생신때 가려구요!."
라고 답하였더니
"그러냐~아~!."
약간 실망하신 듯한 목소리...
"왜요? 팔은 어떠세요? 뭘 잡기는 하시는 거예요?."
"전번보다는 많이 좋아졌제~~에."
음력 1월 27일 즉 양력으로 2월 21일 토요일이 아버지의 84세 생신날입니다.
작년 아버지 생신날 맞춰 광주로 내려가던 우리 부부였기에
친정어머니는 당연히 우리가 내려오겠거니 나름 기대를 하셨나봐요.
그런데 장담 가야 해서 못가요! 라고 말하니
약간은 실망하신듯 하더라구요.
더구나 작년 겨울 넘어져 팔이 부러져 수술하고 나신 뒤로
마음 여려지셔 자식들 기다리는 마음이 더 하신가 싶습니다.
다른때 같으면
"엄마 저 아버지 생신때 광주가요~."
라거나
"엄마 저 광주 다 왔어요~."
라고 집앞에서 전화를 하면
"아이고~~뭣하로 와~ 기름값 비싼디~아그들 학비대기도 죽겄구만!."
그러시며
"너 어디냐? 혼자 오냐? 아범이랑 오냐?."
바로 그러십니다.
친정 내려가면 좋아하시는 눈치면서도
"돈 한푼 아쉬운디 힘들고 피곤헌디 뭣하로 기름값 들게 오냐? 오지마라~."
입버릇처럼 말씀하세요.
저녁 무렵 시어머님께 친정어머니와의 통화내용을 말씀 드렸더니
"것봐라~ 부모는 말로는 오지 마라해도~자식들 오면 반갑고 좋아서 속으로 다 그렇게 기다리는 거다."
그러십니다.
"어머님도 맨날 오지마라~오지마라~하면서도 고모들 기다리시죠?."
했더니
"나야 가까이 사니 자주 얼굴 보잖냐~!."
라며 친정어머니 서운한 마음을 읽어 내려가시더군요.
아버님 살아계실때 보면
큰 시누님이 이런 저런 일이 있어 못온다 전화가 오면
"안와도 돼~ 어서 일이나 봐라~."
그러시면서도
"갸가 힘들긴 힘든가부네~."
라며 금방 서운하신 눈칩니다.
맨날 봐도 또 보고 싶은게 자식이란 이름인가? 봅니다.
당연한 듯 거침없이
장 담가야 해서 못가요~! 라고 전화끊고 나니
은근히 실망하셨을 친정어머니 모습에 괜시리 저도 서운해 지네요.
광주 내려가봐야 미역국 끓여 밥 한 두 끼 먹고 바로
올라와야 되는 상황인데도 그냥 기다리시는 듯 해요.
안 오는 자식은 그냥 그런갑다~ 하시면서도
종종 내려가는 자식은 또 내려올라나? 하며 기다리는 마음이 드나봅니다.

지난 여름 뵈었던 친정부모님 모습
이 두분을 뵈면 젊었을 적엔 각 자 다른 곳을 바라보며 사시더니
지금은 오롯이 한곳을 바라보며 어즈간히 아옹다옹하며 사십니다.
진즉 아주 오래전에 한곳을 바라보며 사셨어야 했어요...
어렸을 적 부모님이 많이 미웠는데
다 부질없음이야~
지금은 그 미움마저 가슴에 끌어 안고
불쌍한 마음이 드는 것은 저도 그만큼 나이 들었음이겠지요.
힘들고 피곤하니 오지마라~ 말씀 하시면서도
이내 기다리는 마음이 되어버리는 부모님을 보면
그만큼 세월 앞에 힘이 없으심 이겠지요.
막 담근 열무김치와 깻잎반찬 파김치 택배 보내드리는 것으로
얼굴뵈러 가지 못한 죄송한 마음 대신합니다.
품안의 자식이라도...
나도 먼 훗날
네 아이 결혼시켜 모두 내 보냈을 때 아이들이 보고 싶어 나도 그러겠지~싶어
이래 저래 생각많은 많은 하루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