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음악회 약속이 없는 날,올레길에서 만난
영미씨,현주씨와 밤에 만나기로 해서,전시회와 그 약속사이에
시간여유가 조금 있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시네큐브에서 체인질링을 계속 하고 있으면
그 영화를 보고 교보문고에 가서 여유있게 책과 음반을
구경한 다음 마음먹고 있던 음반중의 하나를 사면 시간이
딱 맞겠다 싶었지요.
그런데 시네큐브에 도착해서 보니 이미 체인질링은 끝났고
대신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상영하고 있네요.
지나치면서 포스터를 보긴 했으나 전혀 마음의 준비가 없는
영화가 망서리다가 그래도 영화보러 왔으니
볼까 하는 단순한 마음으로 표를 샀습니다.
그리고 나서 비치되어 있는 소개글을 보니 마음이 갑자기
확 동합니다.

영화관의 좌석이 이미 거의 다 차서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아서 보는 불편을 감수할 만한 영화였지요.
도대체 이런 시나리오를 쓴 사람은 누굴까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위대한 개츠비를 쓴 바로 그 소설가 피츠제랄드
원작이라고 하네요.

영화에서 제게 가장 커다란 울림을 준 사람은 주인공들보다는
오히려 괴물이라고 생각하고 버린 아이를 (아버지가)
구해서 키운 이 여자입니다.

촬영의 기술도 놀랍지만 영화속에서 사람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그리고 주인공이 살았던 시대에
대해서 영상으로 만난 이야기들을 역사책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다시 원작을 읽어보고
영화와 원작은 얼마나 닮았고 어떻게 변형했는가가 궁금해지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영화이야기를 하다보니 3월부터 시작하기로 한 영화모임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네요.
어떤 식으로 할지,구체적으로 이야기는 진행되지 않았지만
이야기가 나온 것은 지난 해였었지요.
방학때는 아무래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가 어려워서
미루고 있던 중 도서관의 조주연씨가 전화를 주었습니다.
영화모임 요일이 화요일이 가능하다면 영화공부를 제대로
한 사람이 모임에 합류하고 싶어한다고요.
아,그렇다면 하고 한시름을 놓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제대로 된 가이드가 있는 것이 모임이 활력을
얻는데 도움이 되니까요.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모임과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질때의
상황은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떻게 변하고 어디로 우리를
데려갈지 모른다는 점에서 정말 흥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 글을 정리해서 블로그에 옮기다 보니 2007년 당시에
정말 영화를 많이 보았더군요.
드디어 카테고리 정리를 마치고 게시판이라고만 적어두던
난에 이름을 붙이고 장식은 못했었도 황량함은 조금 면한
블로그에 지난 시절 본 영화를 올려놓다가
아,그렇게 좋아하던 영화를 일본어를 배운다는 이유로
일본드라마 보느라 멀리했던 지난 이년간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공백기라고 해야할까요?
다시 영화모임을 하게 되면 영화에서 멀어진 마음에
불을 붙이게 될 것이고,그렇다면 모자라는 시간에
배분을 어떻게 하나 하는 문제가 남겠지만 차차 방법이
생기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