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반룬의 예술사이야기 수업이 있어서
길을 나섰습니다.지난 달 모임에 못 갔기 때문에
어림짐작으로 (게시판에는 2권 3권 지참이라고 되어 있어서)
2권 마지막 조금 남았겠지,그런데 하루 종일 돌아다니려면
가방이 너무 무거우면 곤란해 그렇게 생각하고 3권만 들고
나갔지요.
정독도서관에 가니 cutepond님,그리고 atempo님 둘이서만
로비에 앉아있네요.
조금 늦게 도착한 머라여님과 이렇게 네 명이서 조금은
쓸쓸하게 수업을 시작하였지만
발제를 맡은 cutepond님이 워낙 전공이 음악이라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아,아마추어가 읽는 글이랑 이렇게 다른가,텍스트에
덧붙인 설명으로 텍스트가 살아나는 기분이더군요.
오페라가 처음 생긴 이야기,바이얼린이 처음에는 어떤
대접을 받다가 중요한 악기로 바뀌게 되었나
모짜르트의 협주곡을 들으러 갔을 때 무대에 나온
악기편성과 브르쿠너의 교향곡에서의 악기편성이 다르더라
왜 그런가 물었더니 교향악의 발전에서 악기가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지게 되었나에 관한 것까지
물으면 대답이 척척이어서 그동안 궁금하던 것이 많이
해결되었지요.
바로크음악과 고전음악을 가르는 대위법과 화성의 문제
그것이 확연히 구별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명심하면서 보아야 할 것은 이런 식으로 조목조목 들으면서
처음으로 음악사를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주로 작곡가에 대한 이야기
연주가에 대한 이야기,음반소개 이런 글만 읽었지
이론에 대해서는 미리 두드러기가 나는 기분으로 피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을때
조금씩 길을 열어가면서 읽다보면 피아노 연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날이었습니다.
다음 모임부터는 드디어 마지막 권인 3권을 하게 되는데요
주로 음악에 관한 이야기,작곡가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있으니 음악에 관심있는 분들의 참여 기다립니다.
이미 시작한 모임에 어떻게 한 발을 들이랴,뭔가 쑥쓰럽지
않을까.그런 걱정이 필요없는 모임입니다.

혼자서도 읽을 수 있는 책을 왜 굳이 모여서 읽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저도 물론 혼자서도 많은 책을 읽지만 스터디로 만나서
읽는 책은 조금 다른 맛을 줍니다.
그냥 눈으로 읽는 것과 소리내어서 읽으면서 서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더해가면서 읽는 것,그 분야에 대해
조금 더 아는 발제자가 공부해서 추가해주는 이야기들이
모여서 더 풍부한 책읽기가 되지요.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모임이지만 그 사이에 각자 살아가면서
읽었던 책이야기,음악회에 갔을 때의 느낌이나
살아가면서 느낀 이야기도 오가고,수업이 끝나고 먹는
맛있는 점심속에서 나누는 이야기까지
어제는 빗속을 헤치고 청국장을 먹으러 가서 그곳에서
산티아고 가는 길,산티아고는 가고 싶지만 출발할 수 없는
사정때문에 서울에서 갈 수 있는 성지순례지를 찾아서
걷기 시작한 사람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래 맞아,그런 것이 필요한 것이지,이렇게 창조적으로
사고하고 실천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제게 자극이 되더군요.
다음 번 모임에 제가 구한 산티아고 책 돌려서 읽으려고
갖고 오기로 하고 제가 모르는 사진작가들이 산티아고에
간 이야기를 atempo님이 소개해주기로 했지요.
제가 제주 올레에 갔던 이야기,앞으로 제주도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자 제주도에서 이년동안 살았던 경험이
있는 atempo님이 이사철에 얽힌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언제 올레길을 걸으면 좋은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면서
이야기는 다시 제주도에 대한 것으로,조금 더 나이가
들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것으로 점점 가지가 뻗어나갔지요.

그녀가 어제 제게 말을 하더군요.
친숙하지 않은 곳에 잘 발을 내딛지 못하는 자신이 이 모임에
오게 된 것은 참 굉장한 결심이었는데 정말 좋다고요.
그래서 막 웃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첫 시작은 어렵지만 그것이 열어주는 문안에서
만나는 새로운 경험이 어려운 시작을 능가할 수 있다면
그 다음 발걸음은 조금은 가볍게,조금은 경쾌하게 다음을
향해서 갈 수 있다는 것,새롭게 생각한 날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