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 연휴기간중에 제주 올레에서 만난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 한 적이 있습니다.
워낭소리를 함께 보고 만나서 이야기를 하던 중
그동안 쓴 글을 블로그를 만들어서 한자리에 옮기는
것은 어떤가 (영미씨는 그 이전 음악회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글에 대해서 그런 조언을 해주었고)
(현주씨는 사진에 대해 관심을 부쩍 보이고 있는 제게
블로그를 하면 아무래도 사진에 대해서 조금 더 애정을
갖고 접근하지 않을까 하는 충고였지요)
그런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 때만 해도 과연 그런가,그 많은 글을 어떻게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었는데 막상 머릿속에서 그 말이
지워지지 않는 것을 보니 제게도 그런 필요성이 인식되었던
모양입니다.
82cook에 올린 글을 검색해서 찾아보니 2004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글이 있던지 4년간의 세월이
그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더군요.
얼마나 많은 이야기,이야기들이 있던지 마음을 끄는 글은
한 번 다시 읽어보고 리플을 달기도 하고
리플이 달린 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다시
읽기도 하고,카루소님이 올려주신 음악을 듣기도 하고
그러면서 과거와 만나는 진한 시간을 보낸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아침
글안에서 다시 만난 그림중에서 다시 보고 싶은 화가들이
너무 많지만 구정을 보내고 난 아침이라서 그럴까요?
오늘 고른 화가는 정종미입니다.

82cook을 처음 알게 된 사연,그 속에서 만난
peacemaker님의 뛰어난 선곡의 음악들,클래식외에는
음악을 잘 모르던 내게 새로운 음악과 접하는 계기가
된 고마움을 담아서 골라서 선물한 그림,그것이 낳은
인연들,3년전 만들어진 공부모임과 everymonth
그리고 잠시의 인연이지만 카메라와 인연을 맺게 된 아네모
켈리님을 만나고 음악회에 다니게 된 사연,자전거님과
만나서 시작한 영어로 영어책을 말하기 모임
아트마니아님의 쪽지로 비롯된 인연이 르네상스 책읽기에서
철학모임까지 번지게 된 이야기,
그리고 지난겨울 제주도에서 만난 길위의 인연으로
블로그를 만들게 된 것까지 (아직 만들었다는 말은
적합하지 않군요,우선 400여편의 글만 옮겨놓은 상태라서)

글안에서 만난 수없이 많은 화가의 그림들,음반을 듣는
시간의 행복,그리고 책,책,책
이렇게 많은 책을 소개했던가 싶게 그 안에 제가 보낸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있었고 행간에 숨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끼던 기쁨과 슬픔,고통도 만났습니다.

글을 일단 다 옮기고 나면 다시 시간이 날 때마다 한 꼭지씩
읽어가면서 그동안 하고 싶었다고 말하면서 제대로
못한 것들이 무엇인가 추적하는 일,그리고 보완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요.

그러고 보니 연휴기간동안 한 일이 상당히 많네요.
읽고 싶었던 경계에서 말한다를 다 읽고,이상하게
피하고 있던 오바마에 관한 글들,아마 너무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출판의 홍수를 피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교보문고에 갔을 때 초보자들에게 적합하다고 표시된
오바마 이야기를 영어로 한 권 구했었는데 그것도 읽다보니
재미있어서 (사실은 아이들과 수업중에 읽어보려 한 것인데)
다 읽어버렸네요.그 사이 사이 작업을 하면서
새로 구한 바흐의 평균율 음반을 얼마나 여러번 들었는지
모릅니다.제가 모르던 바흐를 만난 날,연주자의 연주가
저를 사로잡아서 듣고 또 들어도 질리지 않는 희안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설날 가족들과 산에 갔습니다.산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고
이름은 산이지만 동산같은 곳인데도 제주 올레에서 돌아오기
전에는 가능하면 매일 걸으리라 하던 마음속의 약속이
무색하게 돌아와서 오래 앓는 바람에 (그것은 물론
핑계이지만) 밖으로 나가는 일도 어려웠지요.
그래서 그런 약속은 이미 멀리 가버리고 말았는데 산에
오르면서 다시 그 시간의 약속이 떠올랐습니다.
정종미의 그림에 미리 온 봄,내 몸에도 봄이 오도록
걸으러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2009년에는 무슨 새로운 일과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인가
그런 만남을 통해서 나는 또 어떤 변화를 맛보며 살아가게
될 것인가,과거와의 만남을 통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던 시간을 뒤로 하고 이제 일터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