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서점에 신청한 책중에 두 권이 일본어책이었습니다.
일본어의 경우 듣고 말하는 것이 어느 정도
진척을 보이고 있으나 읽고 쓰는 것이 어려워서 (특히
읽는 것은 조금만 어려워도 일단 마음에서 경계하는 나쁜
기운이 나오는 느낌입니다.) 이번 방학에 스터디를 쉬는
동안 혼자서라도 중급과정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책을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역시 초급의 책을 4권정도 남겨놓은 상태에서
(이 과정은 수업의 동료들과 함께 하려고요) 시작한
중급은 만만치가 않습니다.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가타가나를 자유롭게 못 읽는 것이
주는 어려움도 커서 이번 겨울에는 이 문제를 가능하면
해결해야 할 것 같아요) 목요일 오전 수업이 없는 날이라
편한 자세로 누워서 씨디를 틀어놓고 따라 읽었지요.
한 권을 내용도 다 모르는 상태에서 따라 읽으면서
발음이 어려운 곳은 적어두기도 하고,그 다음 다시
한 번 읽어나가자 처음 어렵다고 느낀 부분들이 많이
해소가 되네요.
소리의 힘,늦게 시작한 외국어를 소리의 힘으로 어려울 때마다
극복하면서 요즘 만나는 아이들에게 제2외국어를 이왕
하는 것이니 그냥 수업에서 배우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제대로 소리를 들어가면서 입문하면 어떤가 권유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제 아침 밥을 먹던 중 보람이와 승태가 이야기를 하더군요.
국사 공부를 하던 승태가 과연 국사에서 좋은 점수를
맞을 수 있을지 서울대학에 갈 수 없는 내가 국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그런 것을 누나에게 물어보더군요.
그러자 보람이가 혹시 고려대에 원서를 넣을 경우
국사가 가산점이 있는지도 모르니 국사를 하고
이번부터 연세대와 고려대에서 일본어를 비롯한 제2외국어
성적을 사회과목 대신 처리해준다고 하니 학교진도에
맞추어 해보라고 권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아들이 일본어과이긴 하지만 일본어에
흥미를 못 붙여서 과목중 가장 낮은 성적을 받고 있는
중이라는 겁니다.

태도가 변하기 전의 아이였다면 그 말에 발끈했을 것같지만
그래도 고등학교 3학년이 된다는 것은 마음으로 조금은
변화가 있는지 고분고분 듣고 있네요.과연 되려나 하는
심정으로,그래서 말을 했지요.
학교에서 일년동안 계속 수업중에 모의고사를 푼다고 하니
그 진도에 맞추어서 성실하게 한 번 해보라고.
기회가 와도 준비가 되지 않으면 그 기회를 쓸 수 없으니까
그러면서 엄마가 도와줄테니 하루에 아는 단어 포함해서
50단어 정도 함께 해보면 어떤가 슬그머니 물어보니
모르는 단어 20개라면 해볼 수 있노라고 하네요.

그래서 오늘 정말 오랫만에 처음으로 아들과 영어 단어를
함께 보았는데요,질리지 않는 범위에서 한 단어의
파생어,비슷한 말,다른 말을 물어가면서 단어의 의미에
대한 이미지를 살려주려고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그동안 단련이 되어서 아니 이런 것을 아직 모른단 말인가
이런 어리석은 말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낸 것을 보면
저도 이제 많이 노련해진 것일까요?

영어로 말을 걸면 그런대로 반응을 하는 아이가
일본어로 말을 걸면 기분 상해하는 것을 보면서
무슨 일로 이렇게 그 언어에 대해서 방어적인가
이상한 느낌이 들지만 아직은 왜 그런가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네요.
누나랑 협조해서 조금씩 노력하여 그런 방어벽도
넘을 수 있으려나,그런 생각을 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공부에 마음을 두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사실 본인이 목표로 삼는 학교에 갈 수 있는 확률이
미약하지만 그런 마음만으로도 고마워서 집에서는 그 아이가 가고 싶은 학교에 맞추어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랍니다.계속 격려하면서 함께 하다보면 에너지가 모아지는 것도 가능하고
그렇지 못하다해도 목표가 있다는 것은 사람을 앞으로 나가게 하는 끈이 되는 것이니까요.
화내지 않고 대화를 통해 학교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는 것자체가 진보라고 여겨지는 날들
그래도 생각보다 평화로운 방학이 이제 끝나가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