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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살다보니~~~~~~~

| 조회수 : 1,483 | 추천수 : 80
작성일 : 2009-01-22 06:24:10
지난 9월부터 이 아이들을 맡았으니 벌써 5개월이 되어갑니다.
처음에는 악동같이 말도 정말 안 듣고,
말 안 듣는것은 고사하고 무시무시한 폭탄선언까지 했답니다.

저요?
여기 안 오면 선생님 월급 못 타요? 하는겁니다.

제가 그때만 해도 수양(?)이 덜 되서
그래???? 너 나한테 협박하니~~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창피하답니다.

그러던 아이들이 조금씩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초학습도 해야 하고, 
생활지도와 함께 인성교육도 함께 해야 하니
하루에 2시간이 솔직히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왜?
이 아이들은 이렇지! 하는 생각만 했답니다.
그런데 그 생각은 나의 못된 생각이었답니다.

한 아이는 고집이 고래힘줄...
눈도 마주치지도 않고 고집만 부리는데
뾰족한 대책이 없었습니다.
그 아이와 함께 실갱이해 봐야 제가 분명히 질 수 밖에 없지요.

그렇다고 제가 아무리 사랑의 매라고 해도 매는 절대 들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계약서에 체벌을 하면 고용계약은 파기된다는 내용이 분명히 있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가까이 가려고 해도
자꾸 멀리 멀리 도망갔습니다.

그러더니 차츰 차츰 마음을 여는것이 조금씩 조금씩 보였습니다.
야단을 쳐도 노여워하지 않고
점점 저의 잔소리에 동화되는것을 보았습니다.

오늘은 제가 아이들에게 떡볶이를 쏘는 날,
김밥이 더 좋을것 같아서
새배하면 세배돈 대신에 사주겠다 했더니
모두 그냥 현금으로 달라고 하는겁니다.

새배를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우리 철부지 아이들,
새배는 돈 받으려고 한다고
거침없이 말하는 우리 아이들,

벌써 신정은 지났지만
우리나라는 음력을 더 좋아해서 구정을 많이 지내는데
다음 주 월요일이 구정이야 하면서 조근조근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1년 동안 웃어른께 한 해 건강하게 잘 지내시라고
절을 하는거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글쎄
그 아이들이 맛있는 김밥을 먹기 전에
바닥에 무릎을 구부리면서 진지하게 새배를 하는겁니다.

저 오늘 감격했습니다.

살다 살다보니 이런일도 있군요.
반복학습이 이리 중요했구나 싶더라고요.

한 아이 한 아이 안아주면서 제가 덕담을 해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안는것도 어찌나 힘들어하던지
아이들의 몸을 살짝 만지는것도 싫어했으니까요....

바쁜 엄마, 아빠때문에 학습 능력이 적은 우리 아이들,
개인사정으로 엄마와 헤어져 사는 우리 아이들.
한 아이는 아버지나 나이 차이가 많은 형에게 맞는지
몸에 항상 멍이 있습니다.

그렇게 추웠던 날에도 빠지지않고 오는 것을 보면 정말 기특하고 예쁩니다.

내일까지 수업을 하면 짧은 방학을 합니다.
2월 3일에 개학을 하고 다시 4일부터 열심히 공부하는거죠!
요즘 공부에 탄력이 붙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합니다.

이 아이들이 자존감을 갖고 멋지게 살아갔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알뜰주부
    '09.1.22 10:56 AM

    멋진 엄마이시군요..ㅎㅎ 화이팅 하십쇼..

  • 2. 금순이
    '09.1.22 11:55 AM

    천사 시군요~
    사랑으로 전해지는 따뜻함이
    변화를 가져옵니다.
    희망이 변화를 가져오듯

    아이들이 자존감을 가지고
    멋지게 살아갔으면 하는 바램이 꼭 이루어 지시길
    저두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이규원님 화이팅!

  • 3. 이규원
    '09.2.1 3:41 AM

    알뜰주부님, 금순이님 감사합니다.

    한 아이가
    선생님 저희들 때문에 많이 힘들셨죠.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랑해요(빨간하트)
    라고 문자를 보내주었네요.

    이 아이는 예비중학생인 여학생입니다.
    9월에 처음 만났을때에는 말소리도 너무 작게 말해서
    제가 귀를 쫑긋하고 들어야 겨우 들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제가 보이기만 하면 쫑알쫑알 말 하느라 무척 바쁘답니다.

    교복 입은 모습을 꼭 보고 싶습니다.

  • 4. 금순이
    '09.2.1 7:23 AM

    이규원님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는 모습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선생님 아이들에게 사랑과 함께 꿈을 심어 주셔요~
    아이들이 꿈을 향해 가다보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칭찬을 고개도 춤추게 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선생님 오늘도 아이들의 밝은 등불을 비추어 주는
    아름다운 사랑으로 거듭나시길 .....

  • 5. 이규원
    '09.2.1 9:06 AM

    금순이님. 감사합니다.
    작은것에도 고마워하는 아이들에게
    자꾸 무언가를 해 주고 싶습니다.
    이제는 제가 말 한마디만 해도
    마음이 통하는지 제마음을 벌써 알고 있답니다.
    저에게서 엄마의 정을 느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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