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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방정리를 마치고

| 조회수 : 2,044 | 추천수 : 248
작성일 : 2008-10-25 12:16:09


   보람이가 고등학교 시절 미니 콤포넌트를 사주었습니다.

  유행음악을 한참 즐기던 나이라서 그것을 유용하게 쓰다가

자신의 노트북이 생기니 아무래도 컴퓨터로 음악을 듣게

되니 콤포넌트가 장식품으로 전락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안 쓸 거면 컴퓨터 방으로 가져가도 되냐고 물으니

흔쾌히 그러라고 합니다.

토요일 아침,신문을 읽다가 마음이 너무 암울해져서

몸을 쓰는 일을 하면 조금 기분이 좋아지려나 싶어서

아주머니가 오시기 전에 혼자서 방안을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오디오 자리를 마련하느라 이것 저것 치우는 중에

아이가 초등학교에 쓴 일기를 발견했지요.

이미 지나간 시절이 그 안에 고스란히 있었습니다.

제가 시작했다가 결국 그만두고 말았던 그림의 흔적도

승태가 끄적거리다 다 못 풀고 만 오래 된 책도 있고요.

가끔씩 이렇게 방을 치우다보면 무엇이 어디서 시작되고

끝났는가,아직 미완으로 남아있나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구나 싶어지네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마무리하고 쉬고 있으려니

아주머니가 오셔서 이 자리가 더 낫다고 선택해준 곳

정말 그렇네요.

아,저는 왜 이렇게 머리가 안돌아가는지 몰라요

한탄했더니 사람마다 머리 돌아가는 것이 다른 것 아니냐고

저를 위로해 주어서 한참 웃었습니다.

그렇게 생긴 오디오에 처음 넣은 음악이 라비앙 로즈입니다.




함께 보고 있는 그림은 독일 출신의 화가 리히터인데요

대화도서관에서 빌린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이란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읽다가 오랫만에 그의 그림을 만난

기념으로 보게 되네요.




리움미술관에 소장된 그의 그림을 처음 보고 인상에 남아서

이름을 기억하고 있던 중 국제갤러리에서 그의 작품을

다시 만났지요.




확산되는 불안으로 사람이 평상심으로 살기가 참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아침밥을 먹던 중 보람이가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엄마,일본에 유학간 내 친구 기억하지?

왜?

그 친구 엄마가 전과 똑같이 돈을 부치시는데 그 애는

돈을 찾으면 이십만원 정도 차이가 나서 사는 일이

참 어렵다고 해.그래도 집에다 말을 할 수 없어서

그냥 참고 살고 있는데 어차피 남자애니까 군대가러

들어오니까 다행인데 여자애들은 어떻게 하나?

들어와서 상황이 좋아질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거기서 버티기도 어려운 경우라면



그렇구나,너도 교환학생 내년에 가야 하는데

원래 예상했던 기간을 다 있게 될 지 알 수 없겠네

그것도 그렇지만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니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살아야하지

않을까?

갑자기 아침식탁이 무겁기 그지 없는 자리가 되었지만

그런 이야기를 서로 할 수 있는 나이로 자란 딸아이가 있어서

다행이로구나,아직 이 아이들이 너무 어린 나이에

이런 상황이 왔으면 더 힘들었겠지 하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것,그리고 그런 시간중에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만들어가는 것

삶에서의 즐거움을 죄악으로 생각하지 말고 그대로

즐기면서 사는 것,그런 노력이 필요한 시기,정말로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면서 마음의 힘을 기르는

일이 전보다 더 소중한 시기가 오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토요일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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