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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제가 참석(곡성군)한 쿠바 유기농연수관련 내용(뉴시스, 최명숙선교사님)이 있어 발췌해 봅니다.

| 조회수 : 1,290 | 추천수 : 45
작성일 : 2008-10-24 12:25:35
이번 연수에 참여한 이동현입니다. 전국에서 전세계에서 자기 지역의 변화와 혁신과 발전을 위해 많은 연수를 떠나고 받고 합니다.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세상은 잘 사는것과 못 사는 것으로 나눕니다. 연수하는데에서 제일 잘사는 나라가 그 위의 나라가 없을때 어디로 교육 연수를 떠날 수 있을까요? 농업과 산업 선진국인 일본에서 유학을 하며 친환경 교육과 연구를 하고 온 저도 이번 쿠바 연수를 통해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고 왔습니다. 한 집안의 가장이 집 안방만 지키고 있다면 그 가정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기업 대표가 내실을 튼튼히 한다고 사업장에 앉아 있다면 분명 그 사업체는 직원들에게 고통을 안겨 줄 것입니다. 아무튼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지역 리더들은 더 넓은 세상에 보고 배우며 실천을 통해 그 지역에 화합과 통합 그리고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제가 다녀온 후 보고 배우고 느낀점을 글로 남기기 전에 우연찮게 이번 곡성군 유기농업연수단 글이 "뉴시스"의 최명숙 선교사님의 글을 보고 복사해 올립니다. 모든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섬진강과 곡성을 사랑하는 젊은 농업인 이동현 삼가. 아래 참조.
얼마 전, 2달 간 살던 민박집을 나와 다른 집으로 이사 했다. 물론 이번에도 민박집이다. 외국인은 호텔이나 민박집 외에는 거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에는 방 하나와 화장실을 따로 쓰고 거실과 부엌을 함께 쓰는 형태였다면, 이번에는 완전한 집 한 채를 빌리는 형태다. 그리고 그 집의 일부 공간에 주인 가족이 살면서, 손님을 위해 집을 관리해주고 빨래와 청소, 요리까지 해준다. 내 경우엔 밥은 내가 해결하지만. 물론 이런 집을 내 능력으로 빌릴 수는 없다. 한글 학교를 후원하는 암펠로스의 회장이 여러 가지 용도로 빌려놓은 집인데, 지금은 잠시 우리가 살고 있는 것뿐이다. 이 집은 아바나에서도 대중교통이 잘 닿지 않는 외진 곳, ‘라코로넬라’라는 동네에 있는데, 이 동네에는 공원 크기만 한 정원을 딸린 호사스러운 집들이 많이 있다. 피델과 라울도 이 동네에 산다고 하지만 정확히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 이른 아침의 재래시장 모습. 허리케인이 지나간 뒤라서인지 요즘은 물건이 통 없지만 그나마 있는 채소를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차가 없는 나로서는 근처에 가게도 아그로(시장)도 없는 곳에 이사를 오려니, 할 수 있는 한 많이 식료품 사재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마 이사 오기 전 일주일은 사재기하는 데에 집중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중엔 내가 직접 산 것도 있지만 예전 집 주인인 글라디스 할머니에게 부탁해서 산 것도 많이 있다. 그렇게 사면 일반 슈퍼나 가게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싸기 때문이다. 기름 2병, 식초 1병, 커피, 설탕, 소금, 계란, 햄, 참치 캔 등을 샀는데 어떤 것은 쿠바인들의 배급소인 보데가에서 사온 것도 있고, 또 출처와 경로를 알 수 없는 것도 있었다.

햄은 아주 질이 좋은 것이었는데, 값도 썩 좋았다. 그것을 사게 된 과정은 이런 식이다. 글라디스 할머니가 나에게 다가와 묻는다. “윗집 미르따에게 햄을 살 수 있는데 살래? 맛있고 값도 싼데...” 그러면 나는 사겠다고 하고 돈만 주면 끝이다. 그 햄이 도대체 어떤 경로를 통해서 윗집 미르따 할머니에게 왔는지는 모른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인벤따’일 것이다. 나도 어느새 쿠바인들의 인벤따 덕을 보면서 살게 되었다.  

    
  
  ▲ CTA라고 불리는 농업 컨설팅 샵.  
  
쿠바에는 한국처럼 음식물이 다양하지 않다. 농산물을 수입하지 않고 비닐하우스 재배가 없으니 제철 음식만 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품목이 있을 때와 없을 때가 있으므로 언제나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요즘처럼 허리케인이 지나간 뒤라면 특히 더하다. 허리케인이 오기 전에는 아그로에서 주로 보이는 게 이런 것들이었다. 플라타노라 불리며 튀겨먹기도 하고 익혀먹기도 하는 바나나, 늙은 호박인 깔라바사, 양파나 적 양파, 쪽파 같이 가는 파, 숙주 비슷한 나물, 우리 것보다 훨씬 작은 마늘, 피망과 고추의 중간쯤 되는 아히, 고구마, 감자 비슷한 말랑가, 아보카도, 껍질콩인 아비추엘라, 양배추, 토마토, 오이, 그리고 가끔 감자도 보였다. 요즘은 거의 채소가 없는 가운데 그나마 부추가 조금 보인다. 과일로는 7~8월엔 망고와 길쭉한 수박이 많더니 요즘은 파파야, 구아야바, 레몬 등이 조금 남아 있고, 푸른색 오렌지도 가끔 보인다.  

아그로에서는 쿠바의 두 가지 화폐 중 ‘모네다 나시오날’이 통용된다. 쿠바에서 사용되는 화폐는 CUC(쎄우쎄)와 모네다 나시오날, 두 가지인데, 24모네다 나시오날이 1CUC에 해당된다. 1CUC는 1달러가 조금 넘는 가치이다. 그러니, 보통 페소쿠바노라고 불리는 모네다 나시오날의 화폐가치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알 수 있다. 관광객과 외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CUC가 점차 쿠바 경제를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페소쿠바노로 생활하는 쿠바인들의 생활은 그만큼 어려워졌다고 한다. 전에는 CUC와 페소쿠바노의 격차가 훨씬 더 심했었는데, 그래도 지금은 많이 줄어든 편이라고 한다.

    
  
  ▲ 지렁이 분변토로 유기농 비료를 생산하는 모습.  
  
아그로에선 물건 값이 그리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직도 무거운 쇠 추를 달아서 재는 저울을 사용하는데, 어떤 것은 무게로 재서 팔고, 어떤 것은 개수로 판다. 쿠바에 오자마자 말레꽁 근처에서 딸애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줄 때 바가지를 쓴 적이 한 번 있는데 오히려 아그로에선 그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 가게 주인이 나보다 더 정확하게 계산을 해주고, 때로는 물건도 좋은 것으로 골라준다. 야채와 과일에는 언제나 뻘건 진흙이 묻어있고, 벌레도 많이 먹어 있어서 몇 개 고르다보면 금방 손이 더러워지지만, 오히려 안심한다. 농약을 치지 않았다는 증거니까.

어떤 아그로에는 꽃도 팔고 새도 판다. 이렇게 경제가 어려운데 시장에서 꽃을 팔면 팔릴까 싶고, 누가 먹을 거 살 돈으로 새를 살까 싶은데, 그래도 꽃을 사가는 쿠바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쿠바 사람들은 아무리 가난하고 집이 좁아도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 절대 실용적인 물건 만으로 집을 채우지 않는다. 심플한 것을 좋아하는 내 취향으로는 ‘왜 이렇게 늘어놓았을까’ 싶게 집안 구석구석을 장식품과 조화 등으로 꾸며놓는다. 크고 좋은 집이면 말할 것도 없거니와 살림살이 넣을 공간도 부족해 보이는 좁은 집에도 장식장 하나를 정말 순전히 장식의 목적으로 사용한다. 이것을 삶의 여유로 봐야 할까, 아니면 불필요한 사치로 봐야 할까?  

이야기가 좀 빗나갔는데 아그로에 나오는 농산물들은 가까운 지역에서 지어진 것,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로컬 푸드’라고 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쿠바가 도시농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다녀보면 아바나 시 여기저기에 농사를 짓는 곳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쿠바에서 도시농업이 생겨나고 유기농업을 도입한 이유가 자연의 회복과 쿠바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구 소련의 붕괴와 미국의 금수조치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니, 소가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이라고 폄하하는 이들도 있다. 또는 이와는 반대로 쿠바식 유기농업의 정확한 실체는 무시하고, 온통 미사여구로 치장해 무조건적인 예찬으로 치닫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반된 의견들을 듣다보니, 언젠가는 세계적으로 그토록 유명하다는 쿠바 유기농의 실체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지난주에 좋은 기회가 왔다. 한국 전라남도 곡성에서 오신 유기농 연수단의 관광 안내 보조원 역할을 맡아 연수 일정을 모두 따라다니게 된 것이다. 곡성 군수와 군의원들, 그리고 직접 농사를 짓고 연구하는 농업인들로 이루어진 연수단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한 열정으로 임했고, 나도 뒤질세라 눈을 반짝 반짝 빛내며 쫓아다녔다.

    
  
  ▲ 서로 다른 작물을 함께 심어놓은 밭.  
  
쿠바식 유기농업에 관해서 가장 잘 알려진 단어가 ‘도시 농업’ 그리고 ‘지렁이 농법’이 아닌가 싶다. 도시농업은 말 그대로 도시에서도 농사를 짓는 것이다. 물론 서울에도 밭이 없지는 않다. 집 주변에 조그만 공간만 있어도 할머니들이 극성스러울 정도로 텃밭을 가꿔놓고, 여기저기 산이 많다보니 산 밑에는 늘 널따란 밭들이 있다. 그러나 아바나의 도시농업이 서울과 다른 점은 그것이 국가 정책으로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와 행정구역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각 지역 단위 별로 협동 농장을 일구어서 그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함께 농사를 짓고, 바로 그 생산현장에서 판매까지 하고 있다. 그리고 각 지역 별로 컨설팅 숍을 두어서, 농사를 짓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씨앗이나 묘목, 여러 가지 농사도구들을 판매하고 어떻게 작물을 기르는지에 대해 교육과 지원을 해주도록 해 놓았다. 또한 지렁이를 이용한 비료를 생산하고 묘목을 길러내는 묘목장 또한 도시 안에 있다. 물론 협동농장에서도 지렁이 분변토를 이용하여 비료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그러니까 도시에 사는 사람이 종자나 묘목을 얻고, 터를 일구고, 비료를 만들어 주고, 작물을 길러서,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농사의 전 과정을 모두 도시 안에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체계화한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이렇게 생산된 유기농 채소들이 아바나 시민들에게 풍족하게 공급되지 않는다는 문제는 남아있다. 일단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생산된 것들은 우선적으로 관광객들을 위한 호텔이나 식당에 공급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앞으로 이 도시농업이 더욱 발전하고 활성화되어서, 가끔 부풀려서 선전되고 있는 것처럼, 정말로 모든 쿠바인들의 식탁에 신선한 채소가 매일 공급될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그러나 아바나에 있는 열대농업 연구소와 토양연구소를 방문하여 세미나를 가졌을 때, 쿠바 정부와 과학자들이 사탕수수로만 집중되었던 식민 경제 체제에서 자급자족의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그리고 그 험난한 과정을 쿠바 국민들이 어떻게든 함께 견디어 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다. 만일 우리나라 같았으면 어땠을까? 못 먹고, 못 사고, 못 쓰는 시기를 감당할 수 있었을까? 물론 쿠바는 사회주의 국가이므로 국가가 하라면 국민이 하는 수밖에 없다. 바다를 건너 도망치는 것 외에 달리 무슨 수가 있었을까? 그러나 울며 겨자 먹기로 했든, 동참하는 마음으로 했든, 어쨌든 고통스러운 시기를 모두 함께 지냈고, 그 과정을 통하여 도시농업이라는 해결책을 냈다는 사실 만큼은 나에게 무척 인상적이었다.  

더욱이 그 해결책이 안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데에 나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는 상황에서, 안으로 눈을 돌리기란 힘든 법이다. 우리는 보통 어려워질수록 밖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무슨 뾰족한 수가 없을까, 하고. 그런데 가장 어려운 시기에 쿠바 과학자들은 토양을 연구하였다고 한다. 전국의 땅을 조사하였고, 토질을 비교하고 실험하고 연구하였다. 실험실에서 한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연구하였다고 한다. 그것이 얼마나 길고 지루한 작업이었을까 싶다.

지렁이 농법도 마찬가지이다. 지렁이가 동물의 변을 먹고 다시 배설물을 배출하는 것이 훌륭한 유기농 비료가 된다는 것이 어찌 단시간 내에 내려진 결론이었겠는가? 수없이 실패하고 또 시도해보면서 이끌어낸 결론이 바로 지렁이였던 것이다. 연수단 중에 과수원을 하신다는 어떤 분이 세미나 중에 이런 질문을 하셨다. “지렁이가 좋다고 하는 것은 알겄는디, 우리 땅과 쿠바 땅이 다른디, 워쩔 것이여?” 그러게 말이다. 쿠바 정부와 과학자들과 농부들이 긴 시간을 두고 씨름하여 얻어낸 결론, 지렁이를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쿠바에선 지렁이들이 토끼 똥을 그대로 받아먹고 배설하여 비료를 만들어낸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지렁이를 토끼 똥 속에 두면 독해서 살아남지 못한다고 한다. 지렁이 종류도 다르고, 토끼 종류도 다르다. 토끼가 먹는 풀도 다르고 공기도 다르고 기온도, 흙도 모두 다르다. 재배하는 작물도 다르다. 감자라고 해도 같은 감자가 아니고 마늘이라 해도 같은 마늘이 아니다. 그러니 남들이 십여 년 걸려서 얻어낸 결론을 그것만 똑 따와서 적용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농장을 견학하면서 아주 놀라운 것을 배우고 또 직접 보게 되었다. 작물을 심을 때에 일정한 면적에 한 가지 작물만 심지 않고 한 줄은 토마토, 한 줄은 상추, 이런 식으로 혼합해서 심어 놓은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것은 바로 농약을 치지 않고도 벌레를 피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벌레들은 한 가지 색깔과 향기 때문에 꼬여들게 되는데, 여러 가지 색깔과 향기를 섞으면 벌레들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연한 녹색과 진한 녹색, 자주색과 녹색, 이런 식으로 작물을 섞어서 심어 놓는 것이다. 이것은 알고 보면 아주 단순해서 그냥 들으면, ‘아, 그렇구나.’하고 고개나 끄덕거리는 정도일지 모르지만, 이런 원리를 알아내기 위해서도 얼마나 많은 연구를 하였겠는가?

곡성에서 오신 농업인들께 여쭤보니 그런 것은 미처 몰랐었다고 하신다. 나는 농업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넓은 면적에 한 가지 작물을 심는다는 것은 결국 기계화된 농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일 거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작물만 심으면 일하기 쉽고 효율적일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밭에 여러 가지를 섞어서 심으면 일을 기계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그만큼 손도 많이 갈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서로 다른 여러 가지를 섞어야 작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벌레를 피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밭 중간 중간에 벌레가 싫어하는 나무를 심는 것, 밭고랑 마다 벌레가 싫어하는 꽃을 심는 것, 또한 벌레가 아주 좋아하는 옥수수를 심어서 그 쪽으로만 몰리게 하는 방법 등이 있다.  

자연은 참 놀랍기도 하지! 자연이 얼마나 정직한가를 새삼 깨닫는다. 다른 색깔과 다른 향기가 뒤섞여야 해충이 없고 서로 상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통해, 인간 사회에서도 역시 여러 가지 다른 생각과 다른 의견, 서로 다른 문화와 다른 취향이 함께 어우러져야 병이 없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진리를 배운다.        

그러므로, 만일 쿠바식 유기농에서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지렁이가 아닐 것이다. 어떻게 해서 지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는가 하는 그 과정이 아닌가 싶다. 어떤 글을 읽으니, 사실 우리나라 유기농의 수준은 쿠바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나도 한국에서 한살림 공동체에 가입하여 유기농 작물들과 제품들을 구입했었는데, 한살림 소식지를 보면서 유기농 하시는 분들의 노고와 유기농법의 수준에 놀라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사실 그렇게 본다면 쿠바의 도시농업과 유기농을 배워야 할 사람은 농업인이라기보다는 정책 입안자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오신 분들도 하나 같이 ‘결국은 유기농으로 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농업의 상황이 농사짓는 분 개인의 생각이 바뀐다고 해서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문제는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종묘사가 미국 기업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는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농업 회복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까?

쿠바에서 먹고 사는 이야기를 하다가 이렇게 거창해지고 말았다. 하지만 내가 먹고 사는 것이 결국은 농업에 관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고, 그러니 그것은 또한 나라의 일이고, 따라서 정치적인 논의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고 싶다. 쿠바라고 해서 사람들이 힘들게 농사짓는 것을 좋아하고, 농사 일을 좋은 직업으로 쳐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한 달 내내 뜨거운 뙤약볕에서 일하는 것보다 관광객들에게 가끔 팁이나 받아내는 것이 더 좋은 수입원이 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도시농업을 권장하는 정책을 실시한다고 해서 사람들의 의식이나 행동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100명 중에 1명이라도 농사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농사꾼이 되기로 하였다면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이 따라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쿠바정부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밝혔듯이 국민들의 평균 월급이 15~20CUC 라고 했었는데, 농업인들의 수입은 평균 40CUC라고 한다. 협동 농장에서는 농사를 지은 연수와 습득한 기술에 따라 봉급에 차등을 두는 방법으로 평등을 유지한다고 한다. 농장 수입의 60%를 임금으로 배분하고 세금을 약간 낸 후, 나머지는 농장과 농업인들을 위한 재투자에 사용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쿠바인들은 농사짓기를 원하는 것 같지는 않다. 체 게바라가 그렇게도 의식의 혁명을 부르짖었지만, 이들은 체 게바라의 정신을 따르기보다는 그의 잘생긴 얼굴 사진과 별무늬 모자를 파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부러운 것은 사회주의에서나 가능한 도시농업정책이고, 안타까운 것은 그 정책에 따르지 못하는 쿠바 대중들의 의식이다. 피델과 체 게바라를 숭배하면서도 삶의 현장에서는 철저히 돈에 의해 움직여지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의식, 그것이 안타깝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따뜻한 관심으로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쿠바의 인터넷 사정상 제가 일일이 답변을 해드리지 못하는 것 널리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주시는 의견들, 질문들 하나하나 언제나 제 마음 속에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최명숙/ 쿠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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