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에 탁구장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아직 코치는 자리에 없고,한 여자분이 기계앞에서 연습중이더군요.
다가가서 함께 좀 칠 수 있는가 물었더니
흔쾌히 그러자고 합니다.
그런데 그녀의 공이 아무래도 이상해서 물어보니 라켓에
특수처리를 해서 공이 다르게 들어온다고 그러니
평소보다 조금 높게 치라고 알려주더군요.
여러번 하다 보니 조금은 익숙해져서 재미있게 주거니
받거니 치던 중에 제게 말을 겁니다,
한 살이라도 젊어서 탁구를 하니 좋을 거라고요.
한살이라도 젊어서라니?
순간 당황했습니다.
저 젊은 나이가 아닌데요,오십이 넘었거든요.
그랬더니 그녀가 웃으면서 나는 일흔 한 살이라고 대답을
하는 겁니다,순간 저는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과장이 아니라 문자그대로

그렇게나 쌩쌩하게 그렇게나 날렵하게 움직이는 칠십대라니
제겐 이상하게 상상이 되지 않는 장면이었거든요.
아무리 보아도 육십대 초반정도로 보이는 그녀의 비결은
아마 운동에서 비롯되는 것이었을까요?

어제는 오전중에 심리학책과 역사책을 함께 읽는 모임의
한 멤버인 차승연씨의 친정어머니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들은 역할모델을 멀리 찾으러 갈 필요도 없다
바로 그녀로구나 하면서 감탄했고
가까이 탄현에 사시는 분이니 만나러 가고 싶다고
이야기를 할 정도였는데요
그녀가 말하는 친정어머니는 바람같은 분이라고 표현을
하더군요.
무심한듯하면서도 구속없이 지내시면서
불경속에서 말하는 진리를 스스로 체득해나가면서 살고
있다는 것,이웃사람들에게도 경계가 없어서
주변사람들이 어머니의 존재를 편하게 느끼고 의지한다는
것,그리고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충분히 살았노라고
정말 진심으로 믿고 말하실 수 있다는 것
일흔 세살의 평범한 할머니의 말이 제겐 갑자기
세상이 새롭게 열리는 경험이 되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밤 요요마의 음악을 한 번 더 들으려고 82cook의
줌인 줌아웃에 들어갔다가 축하받고 싶다는 제목에
끌려서 글을 읽었습니다.
그녀는 아흔이 넘은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캔디님인데
구청에서 효부상을 타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오빠와 올케언니가 불편할 수도 있을까봐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혼자서 받았노라고,
그리고 오늘 밤 어머니를 꼭 껴안고 잠들고 싶노라는
글을 읽다가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오네요.

달라서 아름다운 세상,그 속에서 사람들이 엮어가는 삶의
다른 방식들을 통해 향기를 맡을 수 있어서 더 즐거운
날이었습니다.
주변에서 이렇게 자주 역할모델이 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귀한 인연이 점점 늘어가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풍요로운 목요일 밤이 깊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