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자들에겐 이 예감이 참 무섭습니다.
(남자분들도 그런지는 제가 남자가 아니라 잘 모르겠습니다.)
주방에서 일을 하다보면 몸따로 마음따로 손따로 움직일때가 참 많습니다.
하기 싫지만 안할 수 없으니 하긴 해야 하겠고
아이들 마냥 휙~~집어 던지고 드러누울수도 없고
이런거 생각하면 어른이 된다는게 다 좋은건 아닌거 같아요.
혼자 속이 상해 안절부절 뭘 해야 될지 모르고 마음만 급하고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니 주변 정리는 안되고.
그러면서 싱크대 한쪽 씻어 놓은 매실청 병이 눈에 거슬렸었지요.
'저거 떨어지는거 아냐? 에이~~냅둬! 물기 다 마르면 치우지 뭐~.'
속으로 중얼거리며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잘 넘어가더니 드디어 어제 설거지 하던 도중
파샥~~쨍그랑~ 하며 오른쪽 다리 옆으로 떨어지며 깨져 버리더군요.
'엄마야~."
저 멀리 있는 친정엄마 이름을 부른들 뭔 소용이랍니까?
병은 이미 내 발 옆에 박살이 나서 유리 파편이 여기저기 날려져 있고
순간 눈물이 핑그르르르 도는 이유는 저도 모르겠더라구요.
에이~~에이~~ 하면서 내버려 두었습니다.
이 깨진 병이 제 마음 같았으니까요~
어디가서 나도 저렇게 깨져버릴까? 라는 마음. 저도 모르겠더라구요.

발등을 찍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알 수 없는 설움에 치우지 않고 하던 설거지 아무 생각 없이 했습니다.
이런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여러분은 아세요?
말을 해봐~
뭐가 힘든지~
뭐가 속이 상한지 이야기를 해야 할 것 아냐?
라고 누군가 말한 다면 소리 버럭 지르고 엉~엉 울어버릴지도 몰라요.
그 이름이 내 남편 이라면 더 할 거라는 생각입니다.
왜?
믿고 사는 유일한 내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이 믿는 사람에게 받는 상처는 말로 단어로 표현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냥 알수가 없다는거.
어떻게 말을 할 수 없다는거! 외에는...

그래도 치워야 되지 않나? 생각하며 설거지 하다 말고
쓰레받기에 깨진 병을 담다 다시 손을 놔버렸습니다.
깨진 유리병 하나 하나에 내 불편하고 속상한 마음도 묻어 나가길 바라면서 말이죠.
-꼬랑지글-
멍하니 쳐다 보고 있으니 결국 남편 미소가님이
왜 그래~~ 그러면서 치워주었답니다.
- 당신! 알아? 이게 지금 내 마음이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