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31
올해 들어 처음으로 고추를 따는 날이었습니다.
사실.. 올해는 고추가 제대로 잘 안돼 많이 죽어서 병든 놈들을 일일이 다 뽑아버리자니..
몸은 몸대로 힘들지만.. 오히려 마음이 더 무겁고 우울했더랬습니다.
물론.. 나보다 우리 서방님 마음이 더 상했을 것인데..
농사란 한방에 모조리 작살이 나서 망하는 수도 생기는 법..
난다 긴다 하는 고수들도 까딱 잘못하면 왕창 넘어가는 수가 있으니..
귀농 3년 초짜 농부가 뭐.. 이렇게 고추농사 한번 말아먹는다고 뭔 크게 실망할것도 없고..
또.. 고추농사가 우리 전재산도 아닌데..뭐.....
이래 저래 마음에 위안을 삼아보지만..
그래도 참 서글프고 우울하고 신경질나고 .. 고추 팔아 뭐 해볼려던 계획도 틀어지고.. 에잇~
그래서 걍~
심은 고추중 거의 절반을 다 아작내서 뽑아왔습니다.
그나마 아직 싱싱한 빨간고추 따고 파란고추 따고
고춧대는 쩌거 .. 멀리 멀리... 그넘의 바이러스들 고추밭이 어딘지 찾아오지도 못할곳에
갖다 버리고..
아무튼.. 파란고추들 다 어찌할수가 없어서리.. 일단은 가장 안전한 소금물에 삭히기로 했지요..
근데 이 많은 고추를 다 삭혀서 엇다가 쓸것인지....
우여곡절 끝에 첫물 빨간고추 수확한것을 건조대에 가져다넣고..
밥할 생각도 않고.. 맥이 빠져 푹~ 꼬꾸라져서 멍청히 앉았으니..
울 서방님~ 제가 심히 불쌍히 보였던가 봅니다..
부엌에 가서 뚝딱 뚝딱~ 한참을 바스락거리더니..
짜안~
요렇게 훌륭한 밥상을 차려왔습니다.
갑자기 고기가 없어.. 함박스테이끼는 못만들어도 집에 있던 햄으로 이런 이뿐~ 스테이끼를 만들어 왔네요..
그 마음이 고마워.. 정말 꿀맛같이 눈깜짝할새에 다 먹어 치워뿌맀습니다..
당근~ 맛도 좋았지만.... 정성으로 가득 담긴 이런 밥상에 어찌 맛이 없을수가 있으리오..
오늘.. 고추땜에 우울했던 마음도 이 한그릇의 음식으로 다 날려버렸네요^^
참말로..농사란 해를 거듭하면 할수록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해에 무대뽀로 할때는 아무 근심걱정이 없었는데..
알면 알수록 해야할것들도 많고..실패하면 타격도 크고..고민도 많습니다.
에이~ 그까잇거..
오늘 일은 다 잊어버리고.. 내일부턴 또 새로운 희망과 행복을 찾아서 잘 살아야지요^^
아자아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