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누리에서 4,5,6 세 달에 걸쳐 마지막 목요일에
여는 아침 음악회가 있습니다.
목요일 수업 하루 빠지고 이 곳에 가자는 의견이 나왔을때
솔직히 저는 좀 망서렸지요.
금요일마다 가는 음악회가 있어서 음악에 대한 갈증이
덜해서였을까요?
아니면 오전 음악회란 것이 과연 어떨까에 대한 의심때문이었을까요?
그래도 여럿이서 함께 가자는 의견이 더 많아서
그렇게 결정을 했지만 첫 달은 제가 미리 본 오페라라서
빠지고 오늘이 처음 간 날이었습니다.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과 베이스,그리고 드럼과 비브라폰
연주자로 이루어진 3명의 공연이었는데요
첫 곡은 제가 아침마다 연습하는 아침이란 제목의 곡이었습니다.
사실은 소곡집에서 본 이름이 전부인 피아니스트였는데
연주가 훌륭해서 깜짝 놀랐고요
사회자가 연극배우 오지혜씨였는데 사회를 재미있게
보면서 말수가 적은 연주자에게서 이야기를 끌어내는
솜씨가 좋더군요.
1,2부 연주가 다 좋았지만 블루 보사를 삼바풍으로 연주한
것이 재즈의 맛을 한껏 살린 연주여서 재즈를
제대로 즐길 시간이 이제까지 없었던 제겐 새로운 자극이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집에 있는 시간이 적다보니 클래식 곡 위주로
듣게 되곤 했었는데 앞으로는 조금은 달라질 것 같은
즐거운 예감이 드네요.

이 연주회에 함께 가자고 먼저 청한 신혜정씨와 함께 앉아서
음악을 듣다가 쉬는 시간에 권해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지요.
새로운 문이 열리는 경험이었거든요.
그래서 밤에 집에 와서 골라본 그림입니다.
그녀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서요.

집에서 새롭게 듣는 김광민의 피아노소리
덩덜아 고르게 된 그림이 후앙 미로입니다.
그의 그림에서 보여주는 초현실적인 표현이
재즈가 갖는 즉흥성과 어울려서 묘하게 after를 하고
있는 기분이 들게 하네요.

오고 갈때 운전을 하고 더구나 점심까지 대접해준
안희경씨,그리고 함께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장길수씨
이야기속에서 한 발 더 가까이 간 느낌이 드는 그런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운전을 하던 그녀가 제게 제안을 하더군요.
음악을 좋아하는 제가 운전을 배우게 된다면
개인 공간에서 음악을 즐기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요.
장롱면허로 거의 이십년,과연 가능한 일일까와
가능하다는 것 사이에서 늘 망서리고 있는 중인데
이렇게 불을 지르는 사람이 있을 때마다
어쩌면 좋은가 다시 흔들리게 되는군요.

하고 싶은 일,해야 되는 일,그리고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그런 것들의 경계를 미리 정할 것이 아니라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날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