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여년만에 찾은 제주도 여행의 마지막날 인 오전
제주의 사진만 찍어 오셨다는 김영갑 갤러리 찾았습니다.

제주에서의 이 마지막 날은
성산봉의 일출을 담겠다고 새벽 4시에 숙소에서
출발하여 차를 겁나게 쌩쌩 밟고 달렸는 데도
성산일출봉을 지척에 두고 해가 떠올라서
기냥 그 자리에 차세우고 일출을 담는 헤프닝이 있기도 하였지요..
그 해가 조금만 더 기둘려 주었음 좋겠더만 얄짤없던데요^^ㅎㅎㅎ
사진 새내기는 새내기인 것이
일출시간도 알아 보지 않고 대충 새벽 4시에 기상하여
준비하고 출발을 했으니 참으로 어이없는 헤프닝의 일출출사 였습니다.ㅋㅋ
그렇게 제주의 일출을 보고는 섭지코지로 갔습니다.
드라마 올인의 촬영지 앞으로 펼쳐진 언덕위엔
갯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아침 햇살과 어우러진 하얀 파도가
철썩이며 부서지는 풍광은 정말 환상이었답니다.
그곳에서 야생화와 두어시간을 놀고(?)는
간단히 아침을 먹고 두모악 김영갑갤러리를 찾았는 데
개장이 9시인 데 20여분을 기다려야 겠더라구요^^


정문에 서서 개장을 기다리며 갤러리 뜨락을 바라보자니...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자란과 노랑붓꽃이 유혹을 하는 데
기냥 기다릴 수가 없어 날씬(?)한 몸을 날려 정문의 개구멍으로
기어 들어 갔습니다. 에궁...이 나이에 뭔 짓인 지...ㅋㅋㅋ

뜰안 구석 구석 둘러보며 사징기 샷 날리고 있자니
직원의 인기척과 함께 드뎌 갤러리안으로 입장을 하였답니다.
(참고로 저처럼 기어들어가면 안됩니다. 직원한테 쿠사리 먹어요~~ㅠㅠ)

이른 아침이기도 하여 그러 했겠지만
갤러리를 들어서는 데 뭔지 모를 숙연함이 느껴졌고....

전시된 작품을 하나씩 보아 가면서
미처 가방에 챙겨 넣치 못한 카메라든 손이 부끄러워 지고
못내 카메라를 버리고 싶어질 정도로 작가님의 혼이 담겨진
작품앞에서 얼어버린다는 느낌으로 머리칼까지 쭈볏해 지더군요^^
그 감동을 어찌 표현해야 할 지......
심지어 갤러리 바닥에 깔려 있던 돌멩이에게서도
고 김영갑선생님의 제주사랑이 어떠한 것인 지
제주 섬사람들의 애환과 혼을 그대로 불어 넣은 작품은
너무도 충격적이었습니다.
숨조차도 크게 쉬지 못하고
한 작품 작품마다 가슴깊은 곳의 저림을
나도 모르게 토해 내기도 하며....
더우기 마지막 사력을 다해
우리에게 선생님의 넋이 고스란히 담긴 두모악 갤러리가
남겨진 것이 어찌나 자랑스럽던지요~~~!

어제는 그 갤러리에서 구입한 선생님의 작품이 담긴 수필집"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읽었습니다.
넉넉치 못한 주머니에 사진을 담고자 돈이 생기면 내 먹거리보다 필름과 인화지를
먼저 사고...허기진 배는 들판의 무우나 당근 고구마를 캐어 먹으며 제주의 혼을 담기에
혼력을 다했던 글들이 마음을 너무 아프게 하였습니다.

자신의 몸은 돌보지 않고
이리 처절한 사진예술을 하다가 끝내는 루게릭이라는
불치병으로 6년을 투병하는 와중에도 손수 가꾸어
남기고 가신 갤러리가 이 두모악 갤러리입니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이름이랍니다.

뒤늦게 취미생활로 카메라를 잡았지만
한 셧터를 누르더라도 한 순간이라도 잘 눌러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이번 제주의 뜻깊은 여행지가 된 듯 싶습니다.

3박4일의 길지는 않았지만 빡빡했던 스케쥴로
여독을 풀며...어제의 일터 근무도 마친 오늘...
두모악 갤러리 사진을 정리하며 오늘 날짜를 보니~
오늘이 5월 29일...
공교롭게도 김영갑선생님의 만 3주년 기일이네요^^
삼가 김영갑 선생님의 영전에
이름모를 꽃 한송이로 극락 왕생을 기원하며
조용히 두손모아 봅니다.
제주도 여행의 기회가 주어지신다면
꼭 한번 방문해 보시길 적극 추천드립니다.
*김영갑(1957년 - 2005년 5월 29일)은 대한민국의 사진가이다.
충청남도 부여에서 태어났다. 1985년 이후 제주도의 자연환경을 소재로 한 사진 작품들을 남겼다. 근위축성측삭경화증(루게릭병)에 걸려 6년간 투병하는 동안 제주도에서 작품활동을 계속하다 2005년 5월 29일 별세했다. 제주도 남제주군 성산읍에 자신의 전시장인 두모악갤러리를 운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