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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제주의 마지막날~~두모악 김영갑 갤러리

| 조회수 : 2,169 | 추천수 : 108
작성일 : 2008-05-29 12:46:03



10여년만에 찾은 제주도 여행의 마지막날 인 오전
제주의 사진만 찍어 오셨다는 김영갑 갤러리 찾았습니다.




제주에서의 이 마지막 날은
성산봉의 일출을 담겠다고 새벽 4시에 숙소에서
출발하여 차를 겁나게 쌩쌩 밟고 달렸는 데도
성산일출봉을 지척에 두고 해가 떠올라서
기냥 그 자리에 차세우고 일출을 담는 헤프닝이 있기도 하였지요..
그 해가 조금만 더 기둘려 주었음 좋겠더만 얄짤없던데요^^ㅎㅎㅎ

사진 새내기는 새내기인 것이
일출시간도 알아 보지 않고 대충 새벽 4시에 기상하여
준비하고 출발을 했으니 참으로  어이없는 헤프닝의 일출출사 였습니다.ㅋㅋ

그렇게 제주의 일출을 보고는 섭지코지로 갔습니다.
드라마 올인의 촬영지 앞으로 펼쳐진 언덕위엔
갯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아침 햇살과 어우러진 하얀 파도가
철썩이며 부서지는 풍광은 정말 환상이었답니다.

그곳에서 야생화와 두어시간을 놀고(?)는
간단히 아침을 먹고 두모악 김영갑갤러리를 찾았는 데
개장이 9시인 데 20여분을 기다려야 겠더라구요^^






정문에 서서 개장을 기다리며 갤러리 뜨락을 바라보자니...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자란과 노랑붓꽃이 유혹을 하는 데
기냥 기다릴 수가 없어 날씬(?)한 몸을 날려 정문의 개구멍으로
기어 들어 갔습니다. 에궁...이 나이에 뭔 짓인 지...ㅋㅋㅋ




뜰안 구석 구석 둘러보며 사징기 샷 날리고 있자니
직원의 인기척과 함께 드뎌 갤러리안으로 입장을 하였답니다.
(참고로 저처럼 기어들어가면 안됩니다. 직원한테 쿠사리 먹어요~~ㅠㅠ)




이른 아침이기도 하여 그러 했겠지만
갤러리를 들어서는 데 뭔지 모를 숙연함이 느껴졌고....




전시된 작품을 하나씩 보아 가면서
미처 가방에 챙겨 넣치 못한 카메라든 손이 부끄러워 지고
못내 카메라를 버리고 싶어질 정도로 작가님의 혼이 담겨진
작품앞에서 얼어버린다는 느낌으로 머리칼까지 쭈볏해 지더군요^^
그 감동을 어찌 표현해야 할 지......

심지어 갤러리 바닥에 깔려 있던 돌멩이에게서도
고 김영갑선생님의 제주사랑이 어떠한 것인 지
제주 섬사람들의 애환과 혼을 그대로 불어 넣은 작품은
너무도 충격적이었습니다.

숨조차도 크게 쉬지 못하고
한 작품 작품마다 가슴깊은 곳의 저림을
나도 모르게 토해 내기도 하며....

더우기 마지막 사력을 다해
우리에게 선생님의 넋이 고스란히 담긴 두모악 갤러리가
남겨진 것이 어찌나 자랑스럽던지요~~~!




어제는 그 갤러리에서 구입한 선생님의 작품이 담긴 수필집"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읽었습니다.
넉넉치 못한 주머니에 사진을 담고자 돈이 생기면 내 먹거리보다 필름과 인화지를
먼저 사고...허기진 배는 들판의 무우나 당근 고구마를 캐어 먹으며 제주의 혼을 담기에
혼력을 다했던 글들이 마음을 너무 아프게 하였습니다.




자신의 몸은 돌보지 않고
이리 처절한 사진예술을 하다가 끝내는 루게릭이라는
불치병으로 6년을 투병하는 와중에도 손수 가꾸어
남기고 가신 갤러리가 이 두모악 갤러리입니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이름이랍니다.




뒤늦게 취미생활로 카메라를 잡았지만
한 셧터를 누르더라도 한 순간이라도 잘 눌러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이번 제주의 뜻깊은 여행지가 된 듯 싶습니다.




3박4일의 길지는 않았지만 빡빡했던 스케쥴로
여독을 풀며...어제의 일터 근무도 마친 오늘...
두모악 갤러리 사진을 정리하며 오늘 날짜를 보니~

오늘이 5월 29일...
공교롭게도 김영갑선생님의 만 3주년 기일이네요^^

삼가 김영갑 선생님의 영전에
이름모를 꽃 한송이로 극락 왕생을 기원하며
조용히 두손모아 봅니다.

제주도 여행의 기회가 주어지신다면
꼭 한번 방문해 보시길 적극 추천드립니다.


*김영갑(1957년 - 2005년 5월 29일)은 대한민국의 사진가이다.

충청남도 부여에서 태어났다. 1985년 이후 제주도의 자연환경을 소재로 한 사진 작품들을 남겼다. 근위축성측삭경화증(루게릭병)에 걸려 6년간 투병하는 동안 제주도에서 작품활동을 계속하다 2005년 5월 29일 별세했다. 제주도 남제주군 성산읍에 자신의 전시장인 두모악갤러리를 운영했다.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향
    '08.5.29 4:33 PM

    아..눈물 납니다.슬픈 음악과 함께요,
    제 친구의 친구거든요 저기 저 자리에 김영갑선생님이 항상 앉아 있었어요.(담배를 문 채)
    제 친구가 저 곳에다 새우란을 심어 놨다는...

    ~~~~~~~~~~~~~~~~~~~~~~~~~~~~~~~~~~~~~~~~~~~

    요즈음 무엇이 나를 홀려 놓았을까? 화실 귀퉁이 먼지
    묻은 채 쌓여있는 화보집 속에서 발견한 삶이 싱거울 때
    들녘으로 바다로 간다는 남자의 잔잔한 글을 그냥 술술
    읽어 내려가다가 눈으로 듣고 말았다. 문득, 하늘을 보니
    눈이 아프다. 아니다 맵다. 내가 그를 안 게 몇 년 쯤 됐
    을까? 갤러리 두모악에서 몸도 제대로 못 가누고 앉아
    있던 남자와 차를 마시게 되었다. 내친구의 친구였던 그
    남자가 악수를 청했고 슬픈 하늘이 사루비아빛으로 물들
    어 버리는 오후의 풍경과 외로운 나무와 벌거숭이 오름
    과 억센 풀들이 들어있는 사진집을 선물로 주었다. 갑자
    기 심장이 고요해졌다. 나의 한 마디는 사진들이 전부 외
    롭고 슬프네요. 그가 그냥 씨익 웃었다. 그 남자가 구름
    위로 산책을 가버린 뒤에도 두모악의 하늘은 여전히 외
    롭고 갤러리를 찾은 사람들은 여전히 숨 죽이며 그의 사
    진에 빠져있었고 그 남자도 그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
    다. 마음이란 그냥 거기에 있는 것이다. 입구 오른쪽에
    누가 두고 갔는지 그렇게 즐겨 피던 재만 남은 담배 한
    개피....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제주 바람에 눈이 맵
    다.그 섬에 내가 있었네.....

  • 2. 우향
    '08.5.29 5:46 PM

    안나돌리님 오늘... 그남자가 생각나서 사진 한 장 갖고 갑니다.

  • 3. 주부
    '08.5.29 5:56 PM

    제주도에 사는 저두, 이런데가 있었는지 몰랐어요.
    한번 가봐야 겠네요

  • 4. 예쁜솔
    '08.5.29 7:02 PM

    예술혼을 불태운 작가들에게는 특별한 눈이 있어요.
    김영갑 선생님의 두모악 갤러리
    꼭 가 봐야겠어요.

    안나돌리님도,
    우향님도
    특별히 아름다운 영혼의 눈이 있어요.
    사진...감동입니다.

  • 5. 젊은 할매
    '08.5.29 8:18 PM

    돌님 안녕하세요, 오래만입니다. 제주도에 그렇게 훌륭한 갤러리가 있었군요 기회가 되면 꼭 가봐야 되겠군요, 감사합니다.

  • 6. 오후
    '08.5.29 10:43 PM

    제주 수필가 구귀남님은 투병하는 김영갑님과 각별한 사이였답니다.고향이 부여라는 사실로,글과 그림이라는 예술성의 소통으로 서로 친교하셨다는 글 여러편 읽었었지요.제게 보낸 어느날의 편지에서 김영갑님의 삶이 정말 얼마남지 않았다며 안타까워 하셨는데요.건강하던 구귀남님도 갑자기 홀연히 저세상 사람이 되셨습니다.물안개 피는 천상에서 두 분이 글과 그림을 이야기하시리라는 분명한 믿음은 안나돌리님께서 올리신 이 그림과 글로서 다시한번 확인이 됩니다.
    이 저녁 촉촉히 젖어드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겠습니다.

  • 7. 야생화
    '08.5.29 10:53 PM

    저도 두모악 갤러리 사진보면서 가슴이 서늘해지는걸 느꼈습니다.
    사계절 풍경을 어찌 그리 잘 표현해내는지??
    바람부는 제주의 사계절....사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잔잔한 감동을 느낍니다.

  • 8. oegzzang
    '08.5.30 12:25 AM

    사진좋아하는 딸아이와 꼭한번 가보고 싶네요.

    마지막에 담은 갯모밀이 음악때문일까 처연하게 느껴집니다.

  • 9. 러블
    '08.5.30 12:07 PM

    지난 가을 제주갔을때
    꼭 들러보고싶어서 갔건만..
    동절기라 5시에 닫아서 못들어가서 아쉬웠던 기억이 있어요.

    역시.
    이렇게나 멋진 곳이로군요..
    언젠가는 꼭 가보겠습니다

  • 10. zzato
    '08.5.30 5:45 PM

    '그섬에 내가 있었네' 라는 책을 얼마전에 읽었는데요. 가슴이 먹먹해져오던 느낌이 나는 책이었어요.

  • 11. 다은이네
    '08.5.31 9:35 AM

    얼마전에 갤러리에서 작은연주회를 열었다더군요
    영은이 임신했을때 신랑,다은이랑 가보았는데 들어서는데
    그분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제마음이 뭉클했었던 기억이 새롭네요
    볕 좋은 날에 다은,영은이 데리고 다녀올려구요
    저도 그때는 사진 올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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