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마지막 화요일,그동안 표를 받고
시간을 맞추지 못해서 미루고 미루던 오늘로 걸어나온
겸재,아람누리 미술관에서의 전시를 보러 갔습니다.
미술관나들이와 점심을 함께 하기로 한 최윤희씨를 만나서
우선 아람누리로 먼저 갔는데요

크게 기대하지 않고 간 전시에서 감동을 받는 경우
즐거움이 배가되는 그런 것 있지요?
다시 가서 보고 싶은 작품이 여러 점 있었습니다.
정선의 그림은 개인소장이 여러 점 있어서
어떤 사람들이 이런 그림을 걸어놓고 집에서 감상하는
호사를 누릴까 살짝 부러운 마음이 들었는데요
그 중에서 유난히 이 작품은 말년의 그림이 아닐까
선에서 욕심이 다 사라진 사람의 그림이란 느낌이 드는
다시 가서 그 앞에서 구경하게 되는 그런 그림이 있었습니다.
오늘로 걸어나온 이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전시는 겸재의 그림만 나온 것이 아니고
겸재에 뒤이은 조선화가들,조선말기,일제 감정기
그리고 서양미술의 세례를 받은 그림들
그 다음 세대들,그리고 현대의 화가들까지
상당히 다양하게 배려한 전시였습니다.
김호득,그리고 이호신,마지막으로
좋구나,이 그림 한 점은 정말 갖고 싶다고 자꾸
들여다본 진현미의 겹 시리즈중의 한 점
지금 기억나는 것만 해도 이 정도인데요
머리를 믿을 수 없어서 노트를 보니 그 순간의 기분을
메모한 다른 이름들도 수없이 많군요,

우선 어제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고른 화가가 김호득입니다.
낮 시간 비오는 거리를 지나서 아침 수업을 마치고
들어온 집,
오랫만에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틀어놓고
화가의 그림을 검색하고 있으니 아침에 읽은 flow란
바로 이런 기분이로군 하면서 즐거워하고 있지요.


바람이란 제목의 이 두 그림은 포장지에 검은가루를 뿌린
그림이라고 하네요.
이것은 우리가 생각하던 그림의 유형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인상적인 것이 아닐까요?

이 작품은 광목에 먹으로 계곡을 표현한 것이로군요.
이 화가는 언젠가 개인전에서 실크로드쪽으로 가서
한동안 살면서 작업한 작품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작품에서 정말 따뜻하면서도 스케일이 큰 화가
아니 인간을 보았다고 느꼈었지요.
그래서 그 뒤로 그의 그림을 보면 반가운 마음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데 어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공간에서
새로운 작품을 만나니 공연히 더 기쁘더군요.
그래서 역시 오늘 그림검색에서 자연히 손이 그의
그림으로 가게 된 것인지도 모르지요.

전시회를 다 보고 나서 맛있는 점심을 먹으면서 나눈
이야기들.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와
막 사귄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 날이기도 했습니다.

나들이는 불과 몇 시간에 지나지 않았지만
아마 after는 상당히 오래 지속될 것 같은 즐거운 예감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