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지난주부터 잠이 모자라서
즐거워야 할 목요일 오전이 오랜 수업을 마치고 나니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그래도 좋았던 것은 월요일에 만난 권은영씨가
늦게라도 일본어시간에 나와서 일본어로 직접 말을 거는
바람에 우리들도 조금씩 입을 떼기 시작했다는 것이고요
김미현씨가 들고온 아람누리 공연소식에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목요일 오전 마티네 공연 (마티네가
뭔고 했더니 보람이 단어 체크해주던 중 그 단어가 튀어
나와서 웃은 적이 있습니다.오전에 하는 음악회를 그런
식으로 표현한다고 하네요) 목요일 수업 제끼고 가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사실 저는 금요일 음악회가 있어서 음악이 고프다고 할 순
없지만 (그러니 사람마음이 아 다르고 어 다르고 그렇네요)
그래도 오랜동안 정이 들면서 수업한 사람들과 음악듣고
점심먹으면서 이야기도 나누는 한 달에 한 번 모임도
소중할 것 같아서 그러자고 했지요.
맛있는 닭갈비 먹으러 가자는 제안도 뿌리치고 일단 집으로
들어와서 시간 맞추고 한 이십분 정도 자고 나니
머리가 그래도 말끔해졌네요.

피아노 앞에 앉았습니다.
어린 선생이 들고온 메트로늄때문에 골치가 아프던 시기가
지나고 나니 이제는 왜 그것을 들고 왔는지 이해가 되네요.
규칙적인 소리에 맞추다보니 이제까지 제 박자감각이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정말 잘 들여다보여서 혼자 막
웃게 되더군요.
아직도 불편을 느끼는 적도 있으나 많이 적응이 되기도 하고요.

피아노를 치려면 꼭 한 시간 정도는 있어야 자리에 앉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생각을 했지요.
왜 그렇게 시간에 매여서 치려고 하나,그냥 단 한 번이라도
시간이 나고 치고 싶으면 되는 것 아닌가 하고요.

그러다가 요즘에 생각한 것이 왜 다른 일에 비해
피아노 앞에 앉는 것이 더 힘이 드는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마치 의무처럼 (글쓰는 일이나 영상을 보는 일에 비해서)
느끼는 것은 왜 그럴까 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가 연습하는 시간을 그 자체로 즐기지 못하고
조금 더 완성된 곡을 치기 위한 준비시간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구나 하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지요.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오늘 피아노 앞에 앉는 것이
훨씬 가볍고 즐거운 마음이었습니다.
이 시간 자체를 즐기자는 마음 ,그렇게 마음을 돌리고 나니
완전히 다른 시간이 되어버리는 마법이 작동한 것일까요?

기분좋은 시간을 보내고 마루에 베토벤의 황제를 크게 틀어놓고
모네를 봅니다.자신에게 주는 상으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