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죽변항에서 복어 잔치상 (어부현종님 감사합니다-^^)

| 조회수 : 2,808 | 추천수 : 15
작성일 : 2008-03-12 17:19:59
안녕하세요.
계속 올린 글만 보다가 처음으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2월 23일)에 울진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내려가는 길이 그리 멀지 않다고 해도 꽤 되는 거리더군요.
아이 아빠가 내려운 김에 대게를 먹고 가자고 졸라대서 하는 수 없이 근처 죽변항으로 갔습니다.
널린 식당들 중에서 어디를 골라서 들어가야 할지 막막하더군요.
슬쩍 가격을 물어보았더니 한 마리에 3만원씩 한다더군요. 생각보다는 비싼 가격이었습니다.
저와 애들 아빠, 아들, 딸 - 4명인 우리 식구가 먹기에는...각 1마리씩만 먹어도 12만원인데...부담스럽더라구요.
애 아빠는 자꾸 아무데나 들어가자고 하는데, 저는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때, 82에서 본 ‘어부현종’님이 번뜩 생각 났습니다.
죽변항 어디에 있다는데...게가 싼 집이 어디인지 정보라도 얻고 싶었습니다.
전화번호가 없어서 근처 PC방으로 가서 82에 접속했지요. 그리고 바로 전화를 드렸습니다.

약간은 어눌하면서 정감있는 목소리로 받으시더니, 장소를 물으시더군요.
그러더니 금방 손수 그 장소로 저희를 데리러 오셨습니다. 그리고 간단한 인사 후에 바로 어부현종님 댁으로 저희를 데리고 갔습니다.
얼떨결에 댁까지 따라가서 방에 앉았는데, 손수 잡으신 문어와 녹차를 내 오셨습니다.
어부현종님 부인께서 너무 반갑고 친절하게 맞으시면서 아이들에게도 친근감 있게 대해주셔서 참 정겨웠어요.

이후, 대게에 대한 정보를 주시는데, 근처 아는 식당에 가면 크지는 않지만 마리당 1만원 정도에 먹을 수 있을 거라고 하시더군요. 이제 좀 안심이 되었습니다.
찾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나오는데, 아주머니가 그냥 가면 안된다고 부득부득 잡으셨어요.
입장이 곤란해서 계속 거절하면서 인사드리고 나오려는데 ‘그냥 보내면 인심이 아니다. 밥을 다 해놓았다. 한끼 식사라도 하고가라’면서 억지로 앉히시는 겁니다.
더 이상 거절하면 정말 예가 아닌 것 같아 그냥 앉았습니다.

잠시 후 나온 상은 ‘복어 잔치’ 였습니다.
애 아빠도 복어를 이렇게 푸짐하게 먹어보기는 처음이라고 염치없이 두 공기가 밥을 비우더라고요...
삶은 복어와 복어국, 그리고 맛있는 김치와 밑반찬...아이들도 정말 잘 먹었습니다.
삶은 복어를 뜯어서 살점을 와사비에 찍어먹는데...담백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남편은 염치도 없이 두 손으로 마구 뜯어먹더라구요...복어를 배가 불러서 못 먹을 정도로 먹어보기는 처음이라고 하면서...

나중에 인사 드리고 나오는데, 너무 죄송해서 대게 5만원어치만 시댁으로 보내드렸으면 하는 부탁을 하고, 돈을 드렸습니다.

1주일 후에 대게가 시댁으로 배달이 되었답니다.
며칠 동안은 바다에 풍랑이 일어서 조업을 나가지 못했다는군요. 다섯 마리나 배달해 주셨다는데, 저희는 구경도 못했습니다. 한 두 마리는 남겼다가 주기겠다고 했는데, 먹다보니 너무 맛있어서 두 분이서 다 드셨다는군요.
잘 먹었다고, 고맙다는 인사까지 시댁 어른들께 듣고 나니 정말 제가 어부현종님께 너무 고맙더라구요.

푸른 바다만큼 두 분이서 너무너무 싱싱하게 살아가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구요,
그 넉넉한 인심만큼 편안하고 즐겁게 살아가실 것 같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올리려고 했는데, 게으른 관계로 너무 늦었습니다.
다시한번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하백
    '08.3.12 6:00 PM

    아이구 침 넘어 갑니다

    이야기만 들어도 너무 훈훈합니다

    저도 갑자기 죽변항으로 막 달려가고 싶어지네요^^

  • 2. 무심
    '08.3.13 8:08 AM

    그렇죠...그 분들 참 정이 넘치는 분들이세요.
    저도 그 분들 생각하면 세상살 힘이 나요.

  • 3. 망고
    '08.3.13 10:26 AM

    우중충한 날씨를 한방에? 날리는 환한 글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죽변항엘 갔더랬는데,, 한 10 년전 ,, 아니 그보다 더 됏을지도...
    그때 어부현종님을 알았더라며는... 흐흐흐흣...

  • 4. 발랄새댁
    '08.3.13 3:56 PM

    저두 너무 먹고싶어요..
    이시간이면 항상 배고프거든요.. 아으!~ 먹고싶다.

  • 5. 산.들.바람
    '08.3.13 6:25 PM

    어부현종 님과 곁지기 님의 넉넉함이 보여지는 사진이네요...^^

    태백에서 만나 뵌지 몇일이나 되었다고....
    저 역시 두 분 향한 그리움으로 죽변엘 가야할 것 같네요.

  • 6. 김흥임
    '08.3.16 12:26 PM - 삭제된댓글

    대단하신 두분
    현종님
    양비님

    평소안쓰시던 접시들도 동원을 하셨네요
    사람이 그렇게 한결같기도 어려운일인데 ...
    존경스런 분들이십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8876 딸아이의 전교 부회장선거 5 신선채 2008.03.13 1,851 38
8875 낮잠이 보약-모네를 보다 2 intotheself 2008.03.13 1,414 64
8874 죽변항에서 복어 잔치상 (어부현종님 감사합니다-^^) 6 쌀집 아줌마 2008.03.12 2,808 15
8873 슬픈 봄날에..... 4 안나돌리 2008.03.12 1,768 31
8872 바람난 남편과 박해미의 귀는?? (해미 귀!!) 32 카루소 2008.03.12 4,695 63
8871 로키산맥의 거울! 아니죠~ 호수! 맞습니다~ 4 alex 2008.03.11 1,488 21
8870 미국 이야기 2 - 뉴욕(자유의 여신상과 허드슨 강) 2 alex 2008.03.11 1,357 19
8869 미국 이야기 1 - 시카고 2 alex 2008.03.11 1,309 36
8868 일본 고대사의 바다로 들어가다 intotheself 2008.03.11 1,066 31
8867 홍매화로 남녘의 봄소식 ~~~~~~~~~~ 2 도도/道導 2008.03.11 1,299 71
8866 남해 해오름 예술촌에서... 7 왕사미 2008.03.11 1,718 42
8865 광양 매화문화축제 5 방글 2008.03.10 2,337 13
8864 이 한 권의 책-21세기를 꿈꾸는 상상력 intotheself 2008.03.10 997 19
8863 내 노래 좀 들어봐 1 intotheself 2008.03.10 1,288 58
8862 멕시코 이야기 3 - 사진의 재발견 1 alex 2008.03.10 1,051 30
8861 멕시코 이야기 2 - 멕시코시티 alex 2008.03.10 1,002 41
8860 멕시코 이야기 1 - 툴룸 alex 2008.03.10 1,059 36
8859 영덕 강구항 다녀왔습니다. 5 금순이 2008.03.10 1,417 53
8858 봄이 오는 장터 ~~~~~~~~~~~~~~~~ 1 도도/道導 2008.03.10 1,051 42
8857 혼자한 사랑!!(밥은 먹고 다니냐??) 22 카루소 2008.03.10 3,287 90
8856 토익 준비중인 열공모드 강아지군 7 지향 2008.03.09 1,869 75
8855 고로쇠수액과 벗굴의 환상적인 만남! 3 방글 2008.03.09 2,421 11
8854 일산 장날~뻥이요! 10 경빈마마 2008.03.09 2,605 9
8853 마흔 번의 낮과 밤... 7 카루소 2008.03.08 2,228 46
8852 구례 5일장 구경하세요~ 4 방글 2008.03.08 2,96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