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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온 몸으로 반응하다

| 조회수 : 1,231 | 추천수 : 38
작성일 : 2008-03-08 12:51:40


    2008년 연주스케줄을 본 순간,꼭 가보고 싶다고

찜한 것이 바로 김덕수 사물놀이 30주년 공연이었습니다.

켈리님이 이 공연은 가지 않겠다고 하길래

오랫만에 표 두 장 사서 친구랑 만나서 함께 갔지요.

시작하기 전에 그들의 30년을 스크린으로 보여주더군요.

78년에 공간사랑에서 처음 공연을 한 이래로

그들이 함께 또 흩어져서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보여주는

자료를 보면서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서 만들어낸

성과에 가슴 뭉클하더군요.

비나리를 시작으로 (비나리에 누구라도 올라와서

빌어도 좋다고 하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단상으로

올라가서 함께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사물놀이뿐만 아니라 장구만 4명이서 서로 호흡을 맞추는 시간

제 몸속으로 가락이 통과하여 온 몸으로 반응하는

참으로 신기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보통 클래식 음악회에 가면 몸이 반응한다고 해도

그렇게 통으로 반응하는 경험은 드물다고 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2년간 장구를 배운 것이 도움이 된 것일까?

아니면 우리 유전자안에 그런 가락에 반응하는 것이

내재되어 있는 것일까?

즐거운 의문을 갖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잠깐 쉬는 시간에 화장실앞에 줄을 서 있는 동안

일행으로 온 사람들이 약간 술기운이 있는 상태로

이야기하는 것을 듣기도 했는데요

여자분들이 아마 사물동아리에서 온 것이 아닐까 싶더군요.

술을 마시고 들어와서 공연을 즐기는 것도

이 공연에서는 가능한 것이네 놀랍고 신선한 발견이기도 했지요.

일부 공연에서는 제가 아는 가락이긴 한데

속도가 너무 빨라서 손으로 장단을 맞추면서 들으려고 한


애초의 의도는 빗나가고 말았지요.

그래도 어느 분야에서 경지에 오른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정말 신명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부에서는 태평소 소리에 맞추어

상쇄 꽹가리의 역할이 빛나는 시간이었는데요

꽹가리와 북이,꽹가리와 징이 꽹가리와 장구가

혹은 장구와 북이,장구와 장구가 서로 노는 장면이

흥겨웠습니다.

그들의 모자로 보여주는 묘기대행진이라고 할 만한

놀이는 사람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기도 했지요.

어느새 시간이 다 되었나 싶을 정도로 몰입한 밤

다 끝나자 뒤풀이 가락을 치면서

올라오고 싶은 사람들은 무대로 오라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용감한 사람들이 몇 올라가다가

나중에는 무더기로 올라간 사람들이 가락에 맞추어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아,이것이 우리 가락의 흥과 어울림이로구나

가슴 가득 따뜻한 흥분을 느끼고 돌아온 날

오랫동안 먼지속에 잠자던 레드 선,사물놀이란 제목의

음반을 꺼내서 한동안 듣다 잠이 들었지요.

그리고 아침 조금 더 큰 소리로 틀어놓고

어제의 즐거움을 다시 한 번 되새김질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은 가락도 가물가물하지만 그래도 한 2년 정도 장구를

배운 시절이 있다고 가락에 반응하는 제 몸이 신기했습니다.

다시 돌아가긴 어렵겠지,그렇게 생각하다가

언젠가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오늘 아침 그런 마음때문일까요?

이탈리아의 미래파 화가의 그림을 골라서 보게 됩니다.









보치오니란 화가인데요 미래파들은 새롭게 나오기 시작한

기계의 움직임,거리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차가 보여주는

속도감.이런 것에 매력을 느끼고 표현하고자 했다는군요.






어제 사물놀이 공연도 물론 좋았지만

함께 한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보낸 시간도 좋았습니다.

가정의학을 전공하여 개업한 뒤에 한참 일하다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분야는 정신의학쪽이란 생각에

다시 공부하여 정신과쪽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인데요

만날 때마다  제겐 새로운 자극이 되고 있지요.

토요일에도 근무하는 날이라서 공연 마치고 나서

놀 시간이 없는 것이 아쉽다고 느낄만큼

공연전에 저녁 먹으면서,그리고 공연 기다리면서

얼마 되지 않는 시간에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습니다.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제겐 그 친구와의 짧은 이야기가

새로운 문을 여는 시간이 되곤 하는 것,본인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오늘 아침 신문에서 한국의 호킹이라고 이야기되는

서울대 교수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그가 전혀 개인적으로는 모르던 교수로부터 도움을 받고

재활치료를 하던 일,그리고 다른 이에게 자신도 희망이

되고 싶다고 장학재단을 세운 일들을 읽으면서

희망은 전염이 되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요.

제겐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서로 지지하는 힘으로 작용하는 그런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희망입니다.



공연장에 가지 않아도 그렇게 온 몸으로 반응하면서

사는 날이 늘어나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토요일 하루를

기분좋게 시작해볼까요?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여시니
    '08.3.8 10:47 PM

    좋은 글 예쁜마음이 나에게도 전해지네요^^
    님도 좋은 주말보내세요^^*
    그림에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데 아참을 들여다보고가네요^^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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