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첫 모임인 철학수업에 함께 가려고
최윤희씨에게 연락을 하니 마침 딸기를 주고 싶다고
동네 빵집 앞에서 만나자고 하네요.
무슨 딸기인가 했더니 시골에서 얻어온 딸기라고요
딸기 농사 짓는 곳에서 막 올라온
씻지도 말고 그냥 먹는 것이 맛을 그대로 살린다고 해서
그냥 먹는데 정말 맛이 있네요.
이 닦아서 내일 아침 먹겠다는 보람이를 불러서
그래도 한 번 먹어보라고 너무 맛있다고 권하기까지 했지요.

입이 즐거우니 저절로 마음도 즐거워져 모짜르트 음악을
틀어놓고 손이 간 화가가 피사로입니다.
피사로와 딸기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 이상한 일이지요?
그래도 마음가는 화가가 중요한 법이니 찾아서 그림을
보는 중입니다.

아침에는 하삼의 그림을 보다가 봄의 기운에 끌려
자전거를 오랫만에 끌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언젠가 밤에 집에 들어오다 다친 이후로
자전거에 손이 가지 않아서 이제껏 세워두었던 셈인데
그림의 기운에 끌려 나가서 한시간가량 타고 다니면서
볼 일도 보고 들어온 날,혼자 웃었었는데
밤에는 딸기맛에 끌려 피사로를 보는 희안한 하루로군요.

오늘 밤 공부하러 온 중학생 녀석이 제게 물어봅니다.
선생님,아이큐가 얼마나 되세요?
글쎄 오래 전에 검사한 것이라 이제는 맞을지 어떨지
모르겠는데
그래도요,그 때 얼마나 되었는데요?
중간은 넘었고,머리만 따지면 머리는 좋은 편이지만
그래도 실생활의 지혜가 모자라니 머리 좋은 것이
꼭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랬더니 그 녀석이 말을 합니다. 그래도 머리 좋으면
좋지 않아요?
그 아이에겐 실생활의 지혜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해도 지금은 그것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지요?
이 그림을 보니 갑자기 그 대화가 떠오르네요.


어제 대여점에서 빌린 책중에 20대,공부에 미쳐라
조금은 과격하게 들리는 제목의 책인데요
목차를 보니 대학생이 아니고 오히려 사회에 나온 20대에게
선배가 권하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조직사회라고 해보아야 대학에서의 조교,강사 경험외에는
다른 경험이 없는 제겐 앞으로 사회생활을 해야 할 딸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경험이 없어서
저도 한 번 보고 보람이에게 권해주려고 빌렸습니다.
잠깐 본다는 것이 너무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가 많아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네요.

오늘 집에 들어오니 보람이가 마루에 앉아서 그 책을 보고
있더군요.
그러더니 제가 있는 방으로 종이 한 장을 들고 들어옵니다.
무슨 종이인가 했더니 앞으로 무슨 자격증을 따면 좋을까
무슨 시험을 보면 좋을까 생각해본 것이라고 합니다.
한 권 책의 위력이란 바로 이런 것일까요?
실제로 효과가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해도
순간적으로 고민하게 하고,보지 못하거나 생각지 못한 것들을
한 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 것

저는 어제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아이 포드에 관한 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떻게 이용하면 효과적인가에 대해서 읽고는
머라여님의 제안처럼 음악이외에도 외국어 듣기에
이용하면서 걸어다니면 조금 더 즐겁게 걷기를 할 수 있겠나
싶어서요.


또 한 가지는 평소에 제 자신이 관심이 없거나 제대로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연결이 되어 공부할 수 있는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꼭 스터디 모임이 아니라도 강연회에 참석하거나
제대로 된 다큐멘터리를 구해서 본다거나
실제로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설명을 들어보는
일등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자의 시각을 다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그렇게 여기 저기서 신선한 바람이 되는 제안을 만나는
것이 자기계발서를 읽는 즐거움이 아닐까요?

맛있는 딸기에서 시작하여 음악,그리고 책 이야기
이상하게 지그재그로 막 퍼져가는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이 시간의 즐거움이 느껴지는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