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전시장의 그림이 잊혀지지 않는 경우
전시장의 배치가 느낌에 담아 있는 경우
함께 간 사람들과의 대화가 선명하게 기억나는 경우
그렇게 전시장에 가고 나서의 after가 다르게 기억됩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의 리움 전시는 복합적으로
여러가지가 기억에 남아있네요.
그래서 일월에 보람이에게 어느 금요일 날을 잡아
함께 가자고 청해놓았습니다.
오늘 인터넷으로 먼저 검색한 화가는 송현숙입니다.
그녀는 간호사로 독일에 파견되어 그 곳에서 일하다가
그림을 시작한 사람이라고 하네요.
특이하게 템페라화 작업을 하는 화가인데요
그녀의 작업은 현대 독일에서의 삶이 아니라
오래된 우리의 삶이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프레임에 넣어서 보는 것보다
그냥 그대로 보는 것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언젠가 학고재에서 그녀의 그림을 처음 본 순간
앗 소리가 절로 날 정도로 분위기에 압도되었던 기억이 새롭네요.
이렇게 간결하게 몇 점의 획으로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다니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여백의 발견이란 제목에 꼭 어울리는
작업이로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2003년에 그녀 작품의 개인 전시회가 있었던 모양이라
오늘 사이버상에서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림의 소스를 복사해서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길래
혼자서 눈이 호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전시장은 공간의 배치에도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승효상씨가 공간배치에 관여를 한 모양이더군요.
동영상을 보여주는 시간에 나와서 설명을 하는 것을 듣고
알았습니다.
그림 전시가 한 번 열리기 위해서 우리들이 모르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논의가 오고가는가,그래서 결과로 보여지는 것
너머에 존재할 시간들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요.
이종상의 그림입니다.
전시장에 걸린 그림은 훨씬 생략의 미가 살려진 작품이지만
여기선 찾을 수가 없네요.
90년대 작품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미술관에 간다는 것은 작업이 완료된 화가의 작품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롭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사고를 만난다는 것이
더 신선하고 머리에 바람을 불어넣는 시간이 아닐까 싶어요.
하,앗,이런 감탄사속에서 평소에 생각하지 못하거나
전혀 몰랐던 것들과 접촉을 하고 조금은 달라진 나로
그 공간을 나서게 되는 것.

오래 전 김홍도의 병산년 화첩앞에서도 캐롤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조금 바란듯한 색,그래서 더 정겨운 색과 선이 오래도록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 작품은 리움 소장이라 처음 소장전 전시에 왔을 때도 보았고
그 다음 다시 보러갔을 때도 본 작품이지만
늘 볼 때마다 새롭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에 가게 되면 조금은 더 시간여유를 갖고 돌고 또 돌면서
작품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고 싶네요.
신라시대의 수막새,그 속에서 웃고 있는 남자의 미소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에가오란 말이 일본드라마를 볼 때 자꾸 나오더군요.
에가오,웃는 얼굴이란 말인데요
에가오라,바로 수막새의 남자의 미소가 에가오인 셈인데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표현하기 어려워서 더 인상적인 에가오라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