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의 기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아서일까요?
토요일 아침 아르바이트하러 나가는 보람이를 배웅하고 나서
조금 더 잘까 하는 유혹을 물리치고
베토벤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소나타곡을 찾아서 듣고 나서 다른 검색을 하던 중
글렌 굴드의 협연곡을 찾게 되었지요.
그러고 보니 얼마전 서점에서 그를 다룬 상당히 두꺼운
책 한 권을 발견한 기억이 나네요.
거기까지 읽어야 하나싶어서 책장을 넘기다 그냥 들어왔지만
가끔씩 그의 연주를 듣는 중이라 그런지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읽을 수 있겠지요?
Lorenzo Lotto was born in Venice, where he trained as an artist. However, he was distanced from other Italian artists by his style of painting, which was viewed as unfashionable in an age dominated by the two great Venetian painters, Titian (c. 1488-1576) and Tintoretto (1518-94). Lotto was a unique artist, with a vision that enabled him to create remarkable paintings which have a contemporary resonance today. His realistic and empathetic works, filled with distinctive sharp lines and vivid colors, lean towards Flemish art rather than Venetian.
Consequently, during his lifetime Lotto did not achieve the level of success that his accomplished and emotive paintings deserved; he died penniless, having joined a religious order in 1554. For centuries Lotto remained largely ignored by art critics, and it was only in the twentieth century that his reputation was restored.
Lotto's most successful paintings were portraits. The Portrait of a Married Couple is a fine example of his vivid style, not least for its depiction of symbolic objects such as the squirrel and the sheet of paper with the inscription that reads "Man not animal". Lotto's penchant for including symbolic references in his paintings has led some to describe him as a forerunner to the Surrealists.
- From "Essential History of Art"
음악을 들으면서 함께 보려고 고른 화가는 로렌초 로토입니다.
lotto라,로또라고도 읽을 수 있으니 이름치고는 연상작용이'
재미있어서 일단 그의 이름을 바라보게 되고요
그 다음 그에 관한 간단한 설명글을 찾아 읽습니다.
오늘 아침 첫 그림으로 그를 선택한 것은 어제
프라도 미술관 책에서 만난 그의 그림때문입니다.
그를 처음 보는 것은 아니고요,언젠가 웬디 수녀의 책에서
처음 만난 화가입니다.
그가 그린 초상화중 시선을 끄는 작품이 있어서 기억에 남는
화가인데 그를 프라도에서도 한 점 만날 수 있다니 기대가
되는 마음에 조금 더 알아보고 싶어서 선택을 한 것이지요.
시기로는 성기 르네상스 화가이고
베네치아 출신입니다.
당시 베네치아는 티치아노와 틴토레토가 꽉 잡고 있던 시기라
그가 끼어들 여지가 없을 수도 있었을 것이고
그들과 다른 그림스타일로 인해 인기를 얻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겠지요?
그래서 그는 베네치아를 떠나서 활동을 했고
그가 죽은 후에는 잊혀졌다가 오히려 20세기들어서
재발굴된 화가라고 하네요.
마침 그의 그림을 시기별로 정리해놓은 싸이트가 있어서
차례로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사이버상에서 보아서 그런가요?
비숍의 얼굴이 너무 붉다고 할까요? 그래서 그의 얼굴과
옷 색깔이 서로 조응하면서 묘한 느낌을 주는 그림이네요.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니 라파엘로의 초상화가 생각나면서
그 그림의 주인공이 입은 옷색깔이 생각나는 것을 보니
라파엘로의 초상화가 제게 미친 강력한 주술적인 효과가
느껴집니다.
르네상스 3대 천재라고 이야기되지만 이상하게 제겐
그가 다른 두 사람에 못 미친다는 느낌이었는데
그런 느낌을 깬 두 작품이 바로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서
만난 교황의 초상화와 프라도의 초상화입니다.
그러고보니 성화에서 깊은 매력을 아직 못 느끼는 제겐
한 화가의 능력을 나름대로 재는 기준이 초상화로구나
그래서 초상화에 끌리는 것일까 새삼 그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20살 나이를 지나고 있는 딸이 있어서일까요?
그 시기의 젊음을 다룬 글이나 영화가 있으면 관심있게
읽거나 보게 됩니다.
낳아서 길렀다고 해도 한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니,늘 마음을 다해서 지켜보긴 하지만
모르는 일 투성이입니다.
이 그림도 앞 그림의 주인공보다는 젊은,아직 다 여물지 못한
나이의 청년,그의 다문 입주위에서 뭔가 결심을 굳히고 있는
속 마음이 느껴지기도 하고,생기있는 눈동자에서
젊다는 것의 실체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드는 그림이네요.

앞을 보고 있는 젊은이의 초상과는 달리 그림속의 여성은
우리쪽에서 보면 오른쪽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군요.
그림속에 이런 주인공이 등장할 정도로 사회가 바뀌었다는
것이 실감나는 그림이고,아주 적은 색깔로 한 여자의
인상을 잡아낸 그림에서 상당한 기량이 느껴지는 화가로군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림속의 그녀는 당시에 화가앞에서 포즈를 취할 때만 해도
몇 백년후에 생판 모르는 다른 나라사람이 자기를 바라보면서
그녀의 삶을 상상해보리라곤 꿈에도 몰랐겠지요?

앞의 젊은이와는 다르게 이 사람은 이상하게 약간 불안하고
예민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네요.
그의 눈이 바라보고 있는 곳을 저도 따라가보게 되는데
사람자체도 그렇지만 그의 뒤에 펼쳐진 하얀 천의 색감과
선을 따라가보게 됩니다.
그가 입은 옷과 모자색이 하얀 천과 대비되어 더 강하게
느껴지는 색의 대비도 조금 더 바라보게 되고
하얀 천 뒤로 살짝 보이는 사물에도 관심이 가게 되는 것은
everymonth의 클레어님이 스미소니안 미술관 강의를 들으면서
우리들에게 전수한 미술감상의 포인트를 자꾸 생각하게 되어
서일까요?
어제 저녁 음악을 들으러 홀에 들어가기 전
잠깐 커피 마시면서 그렇지 않아도 켈리님과 그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녀가 말한 감상 포인트를 적어서
학고재에서 각각 그림 비평을 해보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뒤늦게 났노라고 켈리님이 말하는 것을 듣고
한참 웃었습니다.
클레어님의 변화,교육이 무섭다고,정말 그림보는 눈이 달라진
그녀가 놀랍다고 둘이서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마침 그 부분의 디테일을 잡은 사진이 있지만
같은 그림일까 싶게 색감이 다르게 보여지네요.


같은 해에 그려진 부부 초상화인데요
위의 그림은 웬디 수녀의 책에서 설명과 함께 본 그림입니다.
아래 그림에 비해서 부인이 생기없게 그려진 이유는
그녀가 이미 죽은 후에 그려진 그림인 탓일까요?
아래 그림이 프라도에 소장된 그림이라고 해서
그 그림속에서 느껴지는 생기가 재미있어서
오늘 아침 로또의 그림으로 하루를 열게 된 것이랍니다.




협주곡중에서 글렌 굴드 혼자서 연주하는 부분이 나오니
갑자기 청각신경이 예민해지면서 다른 말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가만히 귀기울이고 있는 중입니다.

언젠가 원화로 꼭 보고 싶다고 생각한 로또의 작품이
바로 이 그림이지요.
어디에 소장되어 있나 보니 베네치아입니다.
어라,아침에 읽은 책 소개에서도 베네치아와 피렌체에
관한 신간도서가 있어서 마음이 설레었는데
이 그림이 베네치아에 있구나 다시 한 번 눈도장을 찍고
있는 중이지요.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서 본 이 그림도 기억에 남는
그림중의 하나입니다.
강력한 여인상이라고 느꼈거든요.
그 때는 워낙 많은 그림을 한꺼번에 보아서 그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이름같은 것은 기억할 엄두도 못 냈지만
나중에 화집을 뒤적이다가 만나는 순간 반가워서
다시 들여다보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건축가란 제목의 이 그림을 보고 있자니 어제
반룬의 예술사 이야기중 고딕 부분을 발제한 머라여님과
함께 한 시간이 떠오릅니다.
컴퓨터를 잘 다루는 그녀 덕분에 스크린으로
고딕 성당들을 직접 보면서 글을 읽고 설명을 들은 덕분에
그동안 미진하던 부분이 많이 해결이 되었는데
이렇게 대단한 성당을 건축한 사람들을 우리는 누구인지도
모르고 보고 있다는 것,과연 그들은 그들이 완성한 성당을
후세사람들이 문화유산의 장소라고 생각하고 와서
감탄하면서 구경할 것을 꿈에라도 알았겠는가 그런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이 생각납니다.
그에 덧붙여 제게 생긴 고민은 저런 능력을 갖추려면
기계치인 저는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가이지요.
그냥 생긴대로 살지 하고 마음을 접고 있었는데
영화보러 가는 길에 탄 지하철속에서 자전거님이 한
말 한마디가 제 마음속에 가시가 되어 걸려있습니다.
어렵다고 도망다니지 말고 배워야 한다는
그렇지,그것을 알고 있지만 가끔씩 ,아니 자주 도망다니는
제 모습이 들여다보여서 아픈 시간이었지요.
제게 한 가지 문을 열어준 그녀가 이번에도
노트북을 사고 나서의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던진 한 마디가 언젠가 고맙다는 인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이런 그림을 그린 화가의 자화상입니다.
자화상을 끝으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일번과 함께 한
기분좋은 토요일 아침의 출발을 마무리하고 일어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