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팔....어쩌다보니 나이가 오십이 후딱 넘었어....재미가 없어....감정이 없으니까....."
뜬금없는 김선생님의 넋두리다....
아마 갑자기 부는 휑한 겨울바람이 만든 넋두리가 아닌가 싶다....
김선생님은 수제화 경력 30여년의 베테랑이다.......

"난 이부장 만나서 아주 오랫만에 웃었어....뭐 살면서 웃을 일이 있어야지......"
이선생님이 너털웃음을 웃으며 던진 이야기다.....
이선생님은 16살에 상경하여 52세가 되는 지금까지 수제화 만드는 일 외에 해본 일이 없다....

이런저런 이야기에 그저 웃고만계신 또다른 김선생님 역시 30년 간 구두 재봉틀을 만지셨는데
하루종일 말을 시키지 않으면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미싱만 돌리신다....
아...하루종일 라디오를 들으신다 그러다가 우스은 이야기가 나오면 가끔 웃으시기도 한다....
남들이 무슨 이야기라도 하면 그때도 가끔 좀 웃으시고....

언젠가 김선생님은 아주 멋진 구두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 이야기가 내 귓가에 계속 남아있는 건
단순히 멋진 구두를 만들고 싶다는 말로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깊이 생각해 볼만한 이유가 있는 이야기였다................

수제화를 만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급제"라 하여 구두 한 족을 만드는데 얼마씩 받으며 일합니다....
각자 주어진 파트에서 최대 생산량에 중점을 둡니다.....

멋진 구두를 만들기 위해 구두 한족에 몇일을 투자할 그런 여유가 없던 그런 환경에서
구두를 만듭니다....물론 빨리 만들고 천천히 만들고가 좋은 구두를 만드는 척도는 아닙니다만.....
함께 식사를 하다보면 난 1/3정도 밖에 못먹었는데 이미 모두 작업대로 가시는 모습...
단순한 부분이지만 그 분들의 그동안 삶이 투영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가슴 속에 멋진 구두를 한 번쯤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계셨던 것이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2007년.....이 분들을 만난 건 적어도 나에겐 행운입니다....

........음....그동안......이태리 전문 서적과 해외시장....그리고 웹서치....등등......

좋은 구두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소재....기술....감각....그리고 무엇보다 정성....이 필요하죠....

평면이 입체가 되는 순간.....

알맞은 힐을 고르고....

균형을 맞추고....

접착제를 바르고....

창을 깎고 조립을 해서....만든....

지난 10일 간의 결과물....

그러면 구두를 만드는 과정을 아~~~~~주 간단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어떤 구두를 만들 것 인가????....구상 후.........색상과 소재 선택.....

굽 높이나 모양 선택....스케치....디자인....재단....봉재.....접착....순입니다
너무 간단한설명이지만 위에 부터 차례차례 과정 사진이라 보시면 됩니다......
나름 꼼꼼히 작업과정을 만들려고 했는데 빼먹은 과정이 꽤 있네요....
위 사진은 내일 일본 바이어에게 넘어갑니다....과정을 일어로 만들어야 하는데 걱정이군요....ㅋㅋㅋ
올해가 가기 전에 뭔가 하나 쯤 만들고 싶었는데....다행히 좋은 구두와 신선한 경험
무엇보다 주위에 좋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후후
이 늦은 밤 구두를 완성하고 나니...... 밖에는 눈이 온다는 소식...... 전 아직 공장입니다....
이제 눈 구경 갈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