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사진전 소개가 난 날 바로 그 소식을
everymonth에 올려놓았습니다.
잊지 말고 꼭 가보고 싶어서요.
인터넷 상에서 검색한 사진만으로도 제겐 그의
소나무작업이 인상적이어서 실제로 보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었거든요.
그런데 갤러리가 처음 가보는 곳이라 전화로 장소를 물어서
메모를 한 다음 출발을 했습니다.
금요일 하루 해야 할 일이 이 사전전 가는 것말고도
고흐 전시를 보러가는 일
그리고 밤에 호암아트홀에서 하는 연주회를 보러 가는 일
중간에 시간내서 교보문고 들러서 책을 구하는 일
여러가지가 있어서 시간도 체력도 안배할 필요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삼청파출소에서 마을버스에서 내려서 조금만 걸어오면
된다는 리갤러리를 찾아가니 작은 갤러리에
여러 사람들이 와서 전시를 보고 있네요.
일층에 들어가는 순간 다섯점의 큰 소나무사진에
압도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진으로 이런 느낌을 낼 수 있다니 신기하다
마치 그가 낸 길속으로 들어가서 소나무숲에 앉아보라고
초대받은 그런 기분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사진작가는 무심코 찍은 사진에서 제가
혼자 그렇게 초대받은 기분을 느낀 것인지도 모르지요.

이번 전시된 사진은 아직 홈페이지에 올라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제의 느낌을 다시 살려보고 싶어서
다른 작품을 찾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2007년 한 해는 어느 해보다 제게 자극이 많고
새로운 시도도 많았던 한 해로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자극앞에서 움츠러들지 않고 달려들어 새로운 것들과
만나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흠뻑 누린 한 해라고 할까요?

물론 순간순간 마음을 뒤흔드는 힘든 일들도 많았고
해결할 수 없어 끙끙 앓게 만드는 일들도 많았던 한 해입니다.
그래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 놓아버리고
기다릴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요?
아마 그런 마음의 여유가 다른 일에서 그 일에 몰두하고
즐기는 힘을 길러준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보는 사진의 연도를 보니 1985년에서 95년사이의
작품들이군요.
그런데 어제 본 사진은 최근의 작품들로
그 사이에 사진작가도 변해서 구도가 단순하면서도
빛과 어둠의 대조를 통한 아름다움을 담뿍 담아냈구나
세월과 더불어 달라지는 작가를 만나게 되는군요.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아르바이트 하러 가는 보람이를
배웅하고 앉아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찾아서
들어보고 있는 중입니다.
검색을 하면 얼마나 다양한 음반들이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지
그저 감탄할 따름입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빌헬름 박하우스의 피아노를 듣고 있는
중인데 고등학교때 처음으로 베토벤과 만나고 이런 저런
음반을 구하러 다닐때의 일이 생각나네요.


이렇게 싸이버상에서만 보면 그의 섬세한 빛을 구별해서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작품을 보니 앗 소리가 절로 나는
작품도 몇 점 있더군요.
그런 놀라는 마음,일상이 아닌 공간에서 그렇게 감탄하고
놀라는 순간의 경험이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층,삼층 연달아 이어지는 전시장에서 사진을 두 번
세번 들여다본 다음
일층에 내려와서 대작 다섯 점을 보고 또 보았던 시간이
기억이 나네요.
작은 공간이지만 갑자기 그 곳이 확장된 공간처럼 느껴지고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돌고 다시 돌아보던 시간이.




언젠가 그의 사진세계를 총체적으로 알 수 있는 그런
대규모 전시가 열리는 날이 오면 좋겠다
그런 기대를 마음에 품고 갤러리문을 나섰습니다.
조금만 걸어가면 학고재도 있고 현대갤러리도 만나지만
오늘은 이 기분을 흐트러뜨리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아서
그냥 두고 가기로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