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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곡미술관 강의 (4) 후기 인상주의

| 조회수 : 1,210 | 추천수 : 18
작성일 : 2007-10-02 16:46:06

권영진선생님의 4번째이자 마지막 강의날

어제 피로해서 잠도 많이 잔 날이라 몸 상태가

좋은 상태에서 출발한 것까진 좋았는데

갑자기 버스속에서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아침먹을때 미역국은 분명히 가스레인지에서 끄고 먹었는데

혹시 상할까 걱정되어 끓이던 다른 냄비가

아무리 해도 기억에 없습니다.

이미 버스는 탄 상태에서 휴대폰이 없다는 것의 불편이

절실히 느껴진 날이라 안절부절

그 때 머리를 써서 옆사람에게 한 통화 써도 되는가

물어도 되었으련만 그 생각을 못하고

그저 어찌 할 수 없으니 잠자면서 광화문까지 가보자

하는 심정으로 계속 갔습니다.

광화문에서 내려 보람이에게 전화해보니

이미 자신도 집을 나선 상태라 모르겠다고 하네요.

어떻게 하나 궁리하다가 동생에게 연락하니

아직 도서관으로 출발을 하지 않은 상태라고요

집에 들러서 한 번 상태를 보아달라고 사정을 한 다음

그래도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성곡미술관으로 갔습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더라면 오늘 강의는

아마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겠지요?

4번의 강의중 오늘 제겐 가장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매번 읽어도 아리송해서 도대체 한글인데

무슨 말인지 잘 알기 어려웠던 대목들이 상당히

소화가 된 날이었거든요.

인상주의 ,신인상주의,후기 인상주의

흔히 이렇게 분류되는 미술사조가 있지요.

신인상주의는 점묘화의 시기를 말한다면

후기 인상주의는 인상주의가 표방하는

순간적인 인상을 재현하고  표면적이고 감각적인 것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이 과연 그것으로 다 된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하는데

그 중에서 대표적인 화가 세 명을 골라서

오늘 수업을 들었습니다.

세 명을 골라서 들었다곤 하지만

아무래도 이론적인 배경이 필요한 세잔이 중심이 되었고

고흐와 고갱은 그림을 보면서 간단히 설명을 들은 셈이지요.

그래도 저는 세잔에 관심이 많아서

아주 즐거운 시간이 된 것이고요.

세잔은 인상주의에 구조적인 문제를 더하고

고흐는 인상주의에 감정표현을 더했다면

고갱은 인상주의에 심리적 상징을 더 했다고

간단하게 정리한 프린트를 보면서

그렇구나,이렇게 정리한 다음 세부사항을 보는 것도

좋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요.



"But you know all pictures painted inside, in the studio, will never be as good as those done outside. When out-of-door scenes are represented, the contrasts between the figures and the ground is astounding and the landscape is magnificent. I see some superb things and I shall have to make up my mind only to do things out-of-doors."
- letter to Emile Zola, 19 October 1866

세잔을 먼저 찾아봅니다.

그가 에밀 졸라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세잔이 기본적으로 인상파화가들이 야외에서 작업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네요.



르네상스시대에 하나의 해법으로 발견되어

400년 서양미술을 주름잡았던 원근법

그것이 과연 유일한 해법인가에 의문을 던진 사람이

바로 세잔이라고 합니다.

사실은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는 것,파악하는 것이

단일 시점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므로

대상을 어떻게 배치해놓고 보아야 가장 사물의 본성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세잔의 정물화에서 드러난다고 하네요.

세잔에 관한 글을 읽을 때마다 명확하게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던 점이 바로 다시점으로 그린 것이다라는 것인데

이번에 아하 소리가 나오면서 많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런 접근법은 이집트인들이 사람을 표현할 때

가슴과 머리,발 다리등을 가장 그것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방식으로 그렸던 점과 비교해보면 더 이해가 될 것이란

설명과 원근법에서 다루는 장면에 대한 그림으로

설명하는 것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세잔은 인상주의화가들과 행동을 같이 하다가

의문을 갖게 되었다고 하네요.

변화무쌍한 자연의 외형 묘사 너머에

견고한 구조가 있는 것은 아닐까,그것을 파악하고

표현하는 방식을 고민하면서 같은 장소를 그리고

또 그리는 과정에서 그가 발견한 것이

자연은 결국 기하학적인 형태로 환원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요.

그래서 그 유명한 원통,원추,구로 단순화시킬 수 있다는

선언이 나오게 된다고요.



이제 세잔의 캔버스는 자연의 재현이 아니라

자연속에서 파악한 질서를 재배치해서

회화가 자율적인 공간으로 가는 첫 걸음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의 회고전이 열리는 해에 다른 화가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쳐서 큐비즘의 문을 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네요.



오늘 강의에서 미메시스이론과 플라톤을 연결하고

서구 지성에서의 이성이라고 하면

수학적인 이성,기하학적인 이성을 말한다고 하면서

미술과 수학의 접합에 대해서 들은 것은

앞으로 미학이론을 읽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세잔 그림에서 그의 고향에 있는 생 빅투와르 산을

빼놓으면 이야기가 완결판이 되기 어렵겠지요?

산 그림을 시기별로 네 장을 나란히 겹쳐놓고

설명을 들으니 그가 그린 그림을 통해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기가 쉬웠습니다.















앞에서 본 그림들과 조금 달라진 모습이 보이나요?

산앞의 풍경이 디테일이 많이 사라지고 붓질이 넙적넙적한

느낌이 들지요?






그는 생애의 마지막까지 이 산을 그렸는데요

이번에 보는 작품은 마치 추상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그림이란 느낌이 드네요.










앞에서 본 추상으로 가는 길목처럼 느껴진다는 그림과

이 작품은 수채화입니다.



어린 시절의 단짝이던 에밀 졸라도

세잔을 제대로 이해하긴 어려웠다고 하네요.

그래서 결국은 그의 소설 작품에서 실패한 화가라는

주인공으로 세잔을 투영시키고 결국 그들의 우정은

끝이 나고 말지요.

그 뒤로는 평생 만나지 않았다고요.

생전 그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화가들중에서도

드물었지만 말년에 가서는 그의 그림이 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후배들

그리고 비평가나 화상들이 생겨나더군요.






물론 세잔은 한 눈에 반해서 그림이 머릿속을 왔다 갔다

하는 ,그 색채를 잊을 수 없다거나

그 빛과 어둠의 대조를 잊기 어렵다거나 그런 화가라곤

할 수 없지요.

그렇지만 공부할수록 어렵지만 매력이 느껴지는 화가

현대미술에 입문하기 위해선 꼭 거쳐야 하는 화가라고

할 수 있지요.



이번 강의를 들으려고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시간을

들여서 읽은 화가도 역시 세잔입니다.

새로 책을 구하기도 하고

오래 전 읽은 책을 다 꺼내서 새롭게 읽기도 하고요.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책은 무엇이 있나 기웃거리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빌려본 책도 역시 세잔이지요.

수업이 끝나고 모두 함께 점심을 하는 자리에서

마침 선생님이 제 앞자리에 앉은 관계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겨울에 세잔만 함께 읽는 그런 특강을 할 수는 없겠는가

한 번 생각해보시라고,

그냥 강의하는 것 말고

책을 한 권 정해서 읽어가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그런 건의를 했습니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그런 강의를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호의적인 반응이 왔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겨울에는 한 4주정도 세잔만

특강을 만들어서 들을 수 있겠네 하는

즐거운 기대를 안고 돌아오는길

막혔던 혈이 뚫리는 기분을 만끽한 날이었습니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금순이사과
    '07.10.2 5:12 PM

    님의 배려로 그림을 감상 할 기회가 있어
    참 좋습니다.
    늘 고맙게 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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