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고양 아람누리 개관기념 음악제 마지막을 장식하는
오페라 스페이드의 여왕을 보러 갔습니다.
제가 사는 일산에 새로 생긴 문화공간인데 어찌 하다 보니
마지막 공연때에야 처음 가보게 되었는데
그 곳에 생긴 도서관 이야기를 들어서 마음이 궁금한 상태였지요.
everymonth의 캘리님을 만나서 인사나누고
도서관에 간 다음 저녁먹고 오페라를 보기로 했습니다.
새로 지은 건물,깔끔한 인상의 도서관 2층에 올라가니
가방을 그냥 들고 들어가도 된다고 하네요.
예술관련책만 있는 곳인줄 알았더니 다른 분야의 책도
갖추고 있었는데 아직은 신설이라 그런지 책장이 많이
비어있더군요.
그래도 읽고 싶은 책이 많았고 한 번에 다섯권이나 대출이
된다는 반가운 소식에 이리 저리 책을 구경다녔습니다.
드라마 신선조의 배경이 되는 시대를 살았던
후쿠자와 유키치의 자서전이 번역이 되었길래 우선
그 책을 빌렸습니다.(그는 일본의 만엔짜리 화폐에 실린
인물이지요)
자연을 사랑한 화가들-밀레와 바르비죵파 거장들
그동안 서점에 갈때마다 고민하다가 못 산 책이라
빌렸고
초기그리스도교와 비잔틴 미술 이 책은 수요일 수업에
보조교재로 읽으면 좋을 것 같아서 골랐습니다.
나머지 두 권은 수업하는 아이들과 함께 보면 좋을둣해서
고른 장콩선생의 박물관속에 숨어있는 우리 문화이야기
그리고 청소년을 위한 라이벌 세계사입니다.
마지막 책은 어제 잠깐 서점에 들렀을때 메모한 제목인데
도서관에서 바로 만나니 반가워서 얼른 고른 책이지요.
사실은 오페라를 보러 온 것인데 이렇게 무겁게 책을
들고 다니는 일이 곤란하겠지만 그래도 그냥 갈 수 없어서
골라들고 대출을 신청하니 까만 기계위에 놓으라고 하더니
다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요? 다섯 권 따로 스캔을 하지 않는가 물으니
이 기계에선 한번에 스캔이 된다고 하네요.
어리둥절합니다.
마침 고양시내에 있는 도서관 대출증이 있는 사람들에겐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그랬습니다.진화하는 시스템인가?

어제 본 스페이드의 여왕은 한국에서 초연되는 작품이라고
하네요.
일전에 스크린위의 오페라로 본 에프게니 오네긴처럼
푸쉬킨 원작에 차이코프스키의 오페라로 보게 된
작품인데 처음에는 주인공의 갑작스러운 감정변화에 어리둥절하고 리얼리티가 떨어진다고 생각했지만
갈수록 몰입해서 본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음악을 찾아서 들어보려 하니
서곡이외에는 만날 수 없었지요.
그러나 찾는 중에 쇼생크 탈출의 유명한 장면에서 나온
모짜르트의 아리아를 만났습니다.
반가워서 그 음악을 틀어놓고 들으면서 바르비종파의
그림을 찾아서 보는 중입니다.

앙리 루소 말고 다른 루소가 한 명 더 있는데
바로 테오도르 루소입니다. 두 그림다 루소의 그림이지요.

도비니의 작품입니다.
그들은 퐁텐블로 숲에 모여서 함께 그림을 그렸다고 하지요.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아리아를 들으면서 이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갑자기 이 공간이 참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느껴지네요.

이번 오르세 미술관 전시의 제목이 만종과 거장들의 영혼이더군요.
밀레의 만종이 왔는데 오르세에서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이
생각납니다.
어라,복제한 도판으로 본 그림보다 정말 위엄이 있구나
그리고 이렇게 그림이 많았는데 우리에겐 정말 몇 점만
알려진것이로구나 하고요.



처음 본 이 그림앞에서 한참을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었습니다.
헉 하는 기분이로군요.
그러니 우리가 한 개인을 제대로 알기도 어렵지만
한 화가에 대해서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제대로 아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제목이 fishermen입니다)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을 블로그에서 찾아서 듣는 것인데
친철하게도 여러 성악가들이 부른 같은 곡을 올려놓았네요.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덕분에 얼마나 도움을 받는지
몰라요.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공유하는 문화라니
참 낯설고도 신기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구나
감탄을 하게 됩니다.



금요일 음악회 나들이를 하게 된 이후로
토요일 오전은 역시 그 전 날 들었던 음악을 찾아보거나
그 과정에서 만난 새로운 음악들과 만나는 시간이 되고
있네요.
음악을 틀어놓고 그 날 생각나는 화가의 그림을 보거나
아니면 읽고 있던 미술책에서 만난 화가의 그림을 보는 일
그리고 그림을 골라서 이야기를 주절주절 하면서
글을 하나 써서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서 읽는 일
그것이 토요일 오전의 상당히 규칙적인 일과가 되었구나'
이것이 내 나름의 나눔과 소통의 방법이 되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씨뿌리는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서 뿌리는 것이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원래의 의도와는 다른 열매를 많이 맺게 되겠지요?
그것은 발견하는 사람의 몫이기도 하다는 것을
많이 느끼면서 살고 있습니다.

일산에 새로 생긴 문화공간 아람누리,그리고 아람누리도서관
제겐 새로운 찾기놀이 공간이 생긴 셈이고
그곳에서 어떤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