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금요일 마침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음악회에
갈 예정이라 이왕이면 그 곳에서 열리고 있는 오르세
미술관의 전시도 보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오래전에 구해서 보고 구석에 꽂아둔 창해출판사에서 간행한
오르세미술관이란 책을 (번역본) 다시 발견했습니다.
눈이 얼마나 선택적으로 대상을 보는가를 이럴 때마다
실감을 하게 되네요.
늘 왔다 갔다 하면서 보는 곳인데도 어떤 때는 존재자체도
모르고 있다가 관심이 생기면 눈에 확 들어오는 .
1900년 파리에서 열린 박람회를 위해 지은 건물인
오르세 기차역을 가능하면 원형대로 보존하여
1848년부터 1914년까지의 그림과 조각등을 보여주는
미술관으로 개조한 이 건물은 자연채광으로 아주
인상적인 공간이었습니다.
처음 갔을 때는 그림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어서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본 작품들,그리고 그 이후에
유명한 이름의 화가들이라고 기억하는 사람들의 그림만
주로 보고 왔었는데 한 십년 지나서 다시 갔을 때는
정말 좋았습니다.
밝은 대낮에 들어가서 어쩔 수 없이 퇴장해야 하는 시간까지
그 곳에서 지냈던 시간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오전에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을 일이 있어서 들고 간
소책자에서 마음을 끄는 여러 점의 작품을 만나고 나니
집에 와서 선택이 어려웠지만 오늘 만나보고 싶은 화가로
처음 꼽은 사람은 부댕입니다.
모네가 어린 시절 만나서 영향을 받은 모네의 첫 스승이라고
할 수 있지요.

물과 하늘의 화가,혹은 구름의 화가라고도 불리는 부댕의
그림을 찾기 쉽지 않았었는데 마침 한 싸이트에 잘 정리되어
있어서 고마운 마음으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 그림을 보니 왜 모네가 부댕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집니다.

역사책을 읽다보면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일생을 변화시킬만한
그런 만남을 이루는 경우가 가끔 나오지요.
그런 만남이 실제로 일상에서 구체적인 사람과의 만남일수도
있고 ,그것이 아니라도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와의
책에서의 만남도 가능하겠지요?
요즘 재미있게 느끼는 것중의 하나가 논어를 읽자고 마음먹고
나니 이상하게도 역사책,혹은 역사를 다룬 드라마에서
논어를 읽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직은 한글로 토를 달지 않으면,그리고 해석을 참조하지 않으면
내용도 알기 어려운 상태이지만 그렇게 한 일주일 지나고
나니 책에서 만나는 인용구절에서 떠듬떠듬 읽을 수 있는
단어들이 생겨난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고전을 왜 읽는가,어떻게 읽는가의 문제는 각자에게 다
다른 경험이 되겠지만 그것이 생겨난 배경과 그것이 준
영향력,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뀐 시대에 어떻게 적용하면서
읽어야 하는가,읽고 나서 나의 삶에 어떻게 응용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참 많은 것들이 걸려있어서
쉽지 않은 작업이 되고 있네요.

원래는 부댕의 그림을 보러 들어온 것인데
부댕과 모네의 만남에서 생각이 비약하여 삼천포로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부댕은 모네에게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릴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와서 직접 자연속에서 그리도록 권유했던 화가인데
우리가 아는 인상주의 화풍이 생기기 이전 이미
부댕에겐 스스로 원하는 방향으로 작업을 하는 힘이 있었던
것이 신기했습니다.


부뎅을 시작으로 보고 싶은 화가들이 여럿이네요.
이번 금요일 그림을 직접 보고 오면 또 새롭게 마음을 끌어서
그 속으로 여행하게 만드는 그림들을 만나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