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많은 양의 비가 내렸고, 잠 또한 제대로 이루지 못하여 머리가 아픔에도 오늘 날씨는 최상이란 뉴습니다^^
아스피린 두알을 꿀꺽~삼키고 서둘러 산행을 나섰습니다.
몇 년전부터 벼르기만 하였던 검단산을 오르는 겁니다.
별 건 아니었는데 집에서 접근하기가 용이하지 않아서였지요^^
전철을 갈아타고 버스로 옮겨타고 근 두 시간이나 걸려 하남시 에니메이션고등학교앞에서 시작되는
오늘의 산행~
입구가 훤하니 신작로를 방불케하고 양 옆으로 침엽수가 아름답습니다.
이십여분을 힘겹게 오르니 구한말 우리나라 최초의 미국유학자인 유길준 선생의 묘소에 이르렀습니다.
유길준선생의 서유견문록을 직접 보려고 십여년전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던 기억이 새로웠고요,
고딩시절 또래보다는 한자에 자신이 있었던 이 까메오는
예의 그 '서유견문록'을 배우면서 유난히 재미있어했지요^^
그래서 이렇게나마 선생의 묘소를 찾아보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이윽고 능선에 오르니 발아래로 한강이 쬐끔씩 보이기 시작하고
지난 번에 올랐던 예봉산도 상투끄트머리가 보입니다~
조금 더 오르니 눈앞에 전개된 예봉산의 위용!
바로 코앞으로 다가온 광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얼마나 보고팠던 정경인가!!!
박차를 가하여 오르니 검단산 유일무이한 바윗길이 나타나더니 예쁘고 조그마한 소나무 한 그루가 반겨주는데
그 앞에서 바라보는 경치란...
기가 막힙니다^^
미사리 조정경기장이 손에 잡힐듯하고 저 멀리엔 수락산과 불암산도 어렴풋이 보입니다~
오른편으로는 발아래 팔당댐이 강물을 막고 엎드려있는데,
한강의 물줄기가 한데 어우러지는 두물머리가 싱그런 봄바람을 타고 이 곳까지 마중나왔습니다.
고개들어 더 윗쪽엔 양평으로 향하는 용담대교와 그 위로 하얀 백발의 용문산이 자릴 잡고 앉아있네요.
어제 내린 비가 저 높은 곳에 눈이 되어 내린 모양입니다.
왼편 물줄기가 북한강이고요,가운데 줄기가 남한강이랍니다^&^
헉헉대며 오른 보람이 있어 서봉앞에서 바라뵈는 오늘의 하일라이트 검단산!
앞으로 1킬로미터 남았습니다.
거의 다 온 지점에는 멋들어진 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육지송(六枝松)이라고 불리는 정말 잘 생긴 녀석인데 사진발은 잘 못받는 미모인지...
저렇게 큰 가지들이 하나의 줄기에서 자라면 가지가 찢어질텐데 우뚝 서있는 품세가 보통이 아닙니다.
이윽고 해발 657미터의 검단산 정상!
한시간 이십분 걸렸습니다.
이 곳에 서니 사방이 다 나무로 막혔지만 북동쪽은 조금 뚫려있어 마침 관망이 가능합니다.
앞쪽의 예봉산과 그 오른쪽으로 예빈산. 그리고 예빈산 너머로 까치발로 서서 제 머리만이라도 보여줄양
섰는 수종사가 있는 운길산의 모습도 보이네요^^
남북한강이 만나는 지점에 두물머리가 뚜렷하게 보이고 오른쪽 낮은 산에 가려 마현마을은 가려졌습니다.
구글에서 찾아 위에서 내려다본 전경입니다^^
이제 또 다시 길을 재촉합니다.
이십 여명이 왁자지껄하던 검단산을 뒤로하고 고추봉을 향하는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참나무 군락지입니다.
아직 여린 순이 나기 전에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해주는 건 생강나무~
누렇기만한 산속에 샛노란 꽃의 빛깔이 선명해 잠시나마 기쁨을 선사하네요^^*
이 곳부터는 이정표도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도 아무 것도 없습니다.
지도와 인터넷에 올려진 산행기를 읽으면서 앞으로 나아가기만 합니다.
드뎌 도착한 이 곳이 고추봉!
이름이 희한합지요...
여기서 쓰린 속을 달래려고 싸온 점심으로 콩버무리찰떡을 꿀떡처럼 맛나게 먹었습니다.
나무들 사이를 헤치고 뒤돌아본 검단산의 모습...
마침 인근 비행장에서 이륙한 전투기로 보이는 물체하나가 비행구름 흔적을 남기며 저 멀리로 사라집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숲속길~
많은 이들은 대부분 검단산까지와서 산곡초등학교로 바로 내려가버리기 때문에 고추봉과 용마봉으로
이어지는 종주길엔 만나는 이가 거의 없고 한두 명만을 보았을 뿐입니다.
하마터면 이름모를 나무로 치부해버리고 지나쳤을텐데
인터넷에 아주 상세하게 산행안내기를 쓰신 분의 덕택으로 이 나무가 팽나무인 것을 알았습니다.
수백년은 좋이 되었을 거목인데 문어발처럼 뿌리가 노출되어있어 입이 벌어질 지경입니다.
오늘 산행의 대미를 장식한 용마산에 이르렀습니다.
이 곳에도 예외없이 태극기가 꽂혀있어 氣를 살리려는지?아님 旗를 살리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산에다 태극기는 왜 게양하는 거죠?
산정상에 오르면 조망하기가 좋아야하는데 대개는 나무에 가려져있어 앞이 잘 보이질 않습니다.
검단산도 그랬고 지나온 고추봉도 그랬는데 여기 용마산은 강변을 향한 방향에 있는 나무를 다듬어서
구경(?)하기는 최고의 전망자리입니다.
오른쪽 아래 삐죽하니 나온 곳이 다산 정약용선생의 생가와 묘소가 있는 마현마을이고요,
한가운데 작은 섬 뒤로 양수교와 용담대교 사이의 작은 마을이 있는 데가 두물머리입니다.
이제 하산길을 잘 찾아가야하는데 인터넷에서 설명한대로 눈을 똑바로 뜨고 참나무 숲길을 달려갑니다~
밤새 내린 비로 흙은 촉촉하게 젖어있고 낙엽으로 다져진 길은 말 그대로 포근합니다.
지난 번 예봉산 운길산의 길도 좋았지만 그 것과는 대조가 되어 걷기엔 그만이군요^^
잠시 쉬는 사이 눈에 들어온 건 커다란 말벌집?
가까이 다가가 줌으로 당겨서 잡아보니 벌집처럼 생겼지만 아니군요~
에이...참나무에 상처가 생겨서 생긴 커다란 혹이네요.
이윽고 날머리를 찾았습니다.
처음 들머리에서부터 여기까지 거의 외길에 가까운 큰 길로 와서 그리 어려움은 몰랐는데 광주시 엄미리로 가는 길엔
산악회에서 걸어둔 많은 리본이 매달려있어 어렵지 않게 찾아냈습니다.
얼마를 내려오니 깎아지른 산길에 산소가 여럿 나타나고 지나쳐 내려오다보니 요렇코롬
예쁜 상록수림도 나타났습니다.
죽림원?
이 곳에선 대나무가 살지 못할텐데 왠 죽림원이란 글이 새겨진 돌덩어리가 떠억허니 버티고 섰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 밖에 글씨는 뵈이질 않습니다.
새봄을 맞아 벌통을 치시는 분을 만났습니다.
아까 하산길에서 만난 생강나무꽃에서 벌을 보았는데 아마도 여기서 날아간 것같습니다^^
이제 꽃피고 벌들도 잉잉거리는 아름다운 계절, 봄을 맞이하면서
이야기 속의 소년처럼 용감해지리라고...
날머리인 엄미리엔 중부고속국도위를 차들이 쏜살같이 내달리고 그 아래로 난 굴다리 두 개를 통과하니
국도변에 서울로 향하는 버스정류장이 있었습니다.
천호역과 강변역으로 그리고 집으로 가는...
**총산행시간은 다섯시간이 안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