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민이란 이름의 교수가 있습니다.
그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쓴 책들을 가능하면
다 구해서 읽고 있는 중인데
이번에 새로 출간된 책,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을
구했지요.
미치면 미친다란 희안한 느낌의 제목으로 책을 낸 적도 있는데요
알고보니 뜻이 미칠 정도로 몰두하면 한 경지에 이른다는
불광불급이란 한자를 풀이한 뜻이더군요.
성리학적 질서로 유지되던 조선에서는 미칠 정도로 한 가지에
몰두하는 상태란 오히려 중도를 지키지 못하는 abnormal란
상태로 치부되었겠지만
18세기 청나라를 오랑캐라고 생각하고 터부시했던 가치관이
실제로 그 곳에 다녀온 사람들에 의해 깨어지기 시작하고
서양과의 만남으로 변하는 중이기도 한 청나라를 통해서
과학적인 사고,새로운 종교와의 만남도 이어진 시기에
조선의 지식인들,특히 정권에서 소외된 남인 지식인들에게
이런 상황은 일종의 핵폭탄같은 변화의 계기가 되었다고
하네요.
18세기의 박지원,박제가,이덕무,홍대용
누구나 역사책에서 이름을 들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김탁환의 소설에서 일종의 탐정같은 역할을 했던
꽃에 열광적인 관심을 보였다는 김진등을 포함하여
천문학에 일가견을 보였던 김영등 이름을 일일이 다
열거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18세기의 이런 변화는 물론 조선만의 변화는 아니라고
하네요.
모짜르트를 읽다보니 유럽에서도 봉건사회가 허물어지고
시민사회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고요.
그러고 보니 모짜르트와 정약용은 동시대를 살아간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상과 개인이 자신에게서 바라는 '
인간상이 서로 달라서 괴리를 느끼고 그것으로 인해
고민하는 지식인상이 출현하는 18세기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상당히 생각할 거리와 읽을 거리를
제공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세계화,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살아가기 어려운 시기에 대한 하나의 예시가 되는
시기이기도 해서 당시의 문제점은 지금도 현재형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날이기도 했었는데
책을 읽던 중 만난 화가 이징에 대해서 관심이 생겨서
(그는 어린 날 그림에 빠져서 식구들이 찾는 것도 모르고
다락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소란속에서 결국 그가 있는 장소가 밝혀지고
아버지에게 혼나는 상황에서 울다가 눈물로 다시
그림을 그렸다는 일화가 있는 화가이지요)
그림을 찾아보려고 들어왔습니다.
앗,그런데 이징의 그림을 찾기 어렵네요.
대신 정선의 그림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이 그림들을 보고 있으려니 불현듯 리움 미술관에 갔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마침 리움미술관에서 3월부터는 예약제도 해제한다고 하니
고미술 상설전시 한 번,현대미술 상설 전시 한 번
이렇게 나누어서 다시 가고 싶어집니다.

이 그림을 처음 보았던 때의 놀람과 행복감이 기억나는군요,.
늘 도판으로만 보다가 처음 진본을 보았을 때
얼마나 차이가 나던지 역시 하면서 그 앞을 떠나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서 보고 또 다시 돌아가서 보곤 했었지요.

이 그림은 김홍도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키워주었다는
강세황의 그림입니다.

김홍도의 옥순봉도인데요
스크린상에서 보는 선명도가 좋아서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게 되네요.

그림이 한없이 나오네요,
오늘은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이번 금요일은 리움미술관으로 하고
마음을 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