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자랑도 좀 해볼까 싶습니다.
며칠전 문득 쓰레기 봉투를 추스리다 보니
이 일이 너무 낯선겁니다.
곰곰 생각해보니 결혼 후 쓰레기 봉투를 직접 묶어
내다 버린 일이 기억이 없을 정도로 제가 안했던 거지요.
비단 쓰레기 버리는 일외에도
화초 물주기, 가습기 청소, 다림질, 밀대로 방닦기는
모두 남편 몫입니다.
집에서 제 일은 주로 밥.과 관련된 일이구요.^^;
또한 모든일에 감성적 코드가 먼저 발동하는 저에게
이성적 접근 방법을 얘기하는 것도 남편이고
숫자에 취약한 저를 대신해 숫자 계산도 잘 한답니다.
이벤트 기질이 부족한 것은 타고난 태생이라 어쩔 수 없지만
또 그 안쪽엔 세심한 면이 살아 있음을
생활 곳곳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연애와 결혼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가
생활속에서 종종 다른 모습들을 발견하고 놀라워 할 때.같습니다.
남편도 사진찍는걸 좋아하고
저는 그런 남편을 찍는걸 좋아합니다.
해서 나중에 남편의 환갑이나 칠순 즈음에
제가 찍은 남편의 모습을 갖고 전시회나 작은 책자로 묶어 선물하는게
남편과 살면서 갖게된 소박한 소망 중 하나랍니다.
그때 갖게될 전시나 책자에 들어갈 사진 중 몇 장 보여드립니다.

아파트 1층에 사는 저희에게 여름은 큰 선물을 줬습니다.
나뭇잎이 눈부시게 푸른 여름 아침.
남편은 일어나자마자 베란다에 앉아 바깥 풍경을 보곤 합니다.

손톱깍고 있던 남편에게 불쑥 손을 내밀어 깍아달라 하나
참참히 붙잡고 잘 깍고 있습니다.

종종 가는 등산길에 풀린 신발끈 묶는것도 남편 몫입니다.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앞에서 남편은 제일 신나합니다.

작년 여름 태국, 캄보디아로 함께 배낭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앙코르 유적지 내에서.

의도하지 않은 연출같은 모습에 사진찍기는 더 즐거워집니다.

같은 취미를 갖고 있느니 여행을 다녀도
각자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앙코르 사원 꼭대기에서.

작년에 찍은 수많은 남편 사진중에서 최고로 꼽는 사진입니다.
신중한 남편의 모습, 제가 좋아하는 모습 중 하나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