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섣달 그믐날.
새벽부터 내리는 빗줄기는 그칠줄 모르고 그 줄기가 더욱 굵어져만 가는데
무료하게 앉아있는 내게 손님 대접하느라고 처남이 산행을 청합니다~
"신불산 한번 가시렵니까?"
"응? 신불산이라구? 많이 들어 봤는데 어디있지?"
"여기서 가까워요~ 근데 비오는데 가도 될까요?"
"그럼.. 우중 산행이라구 우산 받고 가면 그 맛이 또한 일품이지^^"
얼떨결에 따라 나섰습니다.
계획으로는 이틀후에 함안에 있는 여항산~서북산을 한 바퀴 돌 계획이었는데
아무렴 어떠랴 싶어 선뜻 따라나선 게 화근이라면 화근이랄 수도 있었습니다.
울주군 등억온천지구에 산행 들머리가 있고
영남 알프스 자락이지요.
내리는 빗발을 우산으로 가리고 오르는 비탈길...
기분 째지게 좋습니다^.^
와우~~~
얼마를 오르니 옥류폭포가 그 웅장함을 드러냈습니다.
빗소리를 제압하면서 쏟아지는 폭포수의 소리가 제법이더군요.
폭포 옆으로는 덜 녹은 얼음덩어리가 아직도 붙어있고요.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산길~
말이 길이지 이건 한 발 올려놓으면 반 발은 미끌어지고 키는 몇 센티미터나 더 커졌고,
가파르기는 무던하게 경사가 심하네요.
엥?
희끗 잔설이 보입니다.
꼭대기엔 엄청 쌓인 거 아냐...
그래도 여기부턴 땅이 얼어있어 걷기엔 안성맞춤인데,
올라갈수록 눈은 점점 많이 쌓였고,
내려갈 길이 염려되어 걱정을 하는데 하산길은 완만하니 염려말란다~
숨은 차오는데 발은 빗물에 젖어 시려오기 시작합니다.
휴우~~~
무슨 산이 계속 오르막일까??
바위능선을 가리키며 '칼바위'라고 일러줍니다.
비는 계속 내리고 능선에 올랐더니 세찬 바람때문에 우산을 제대로 받쳐들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이제 다 왔나 싶어 물어봅니다.
"거의 다 온건가?"
"아직 좀 더 가야해요~"
산행하면서 아직 멀었느냐고 벌써 두 번을 물었습니다.
이런 일은 좀처럼 없었는데 질척거리는 신발 속의 발가락이 얼어붙어가니까
자꾸만 재촉을 하게 되네요..
그동안 날씨가 하도 포근하여 봄 가을용 경등산화를 신고온 게 탈이었습니다.
그래도 사진만은 찍어야겠기에 한방 누르고 나니 뱃터리가 아웃!
오른쪽은 천길 낭떠러지라는데 촬영을 못해서 아깝습니다.
하긴 보이지도 않는데 욕심만 앞섰지요.
칼바위를 돌아 비바람이 약해진 틈을 타서 배터리를 교환하고
우회길에서 한 장 찰칵!
가시거리 100미터도 안되는데 뭘 보고섰는지..
마침 앞선 산행인들의 발자국이 셋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올랐습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눈쌓인 산엘 오른 이들은 또 어떤 사람들일까...
칼바위가 정상인줄 알았는데 공룡능선이 나타났습니다.
에고 발시려워$&^&(*&_)~!#
능선 우회길에서 마침 만난 작은 처마밑같은 바위 아래에서 빵 한 조각을 뜨건 물에 말아먹고(?)
양말을 갈아신었지만 금방 젖어버리네요~
으유.......
못 먹어도 고우!
발시려도 고우!
이윽고 완만한 능선길을 만났습니다.
거의 다 온 모양입니다.
예쁜 설화? 빙화?가 마중을 해주어 신이 난 까메오 촬영하느라 발시린 것도 잊었습니다.
원더풀...
뷰리풀.....
나이스 샷!
정상입니다~
자기 사진 찍히기를 즐겨치 않는 까메오지만 언제 또 이 곳에 오려나..하는
마음으로 슬쩍 나타났습니다.
하산길~
이젠 살았습니다.
무슨 말씀인고 하니,
시린 발은 내려가면서 신발과 마찰이 일어나면서 따뜻해지기 마련이랍니다^^
발이 앞으로 쏠리면서 신 끝에 발가락이 닿으니까 그렇답니다^^
시린 발은 그렇다고해도 발밑에 깔린 눈은 어쩔 수가 없어
온 몸에 힘을 주고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발을 뗍니다.
왼편은 그 유명한 영남알프스의 수십만평의 억새밭인데 구름으로 인해 보이질 않고
잠시 한 눈 파는 사이에,
찌이익~~ 꽈당!@#*)_~& 크읔^&^
드뎌 한 방 먹고서야 안전지대로 내려섰습니다.
헤헤헤ㅔㅔㅔㅔ
이윽고 몸도 맘도 편안하게시리 임도로 내려선 발은 어찌나 포근하던지
딱딱한 콩크리트 포장도로가 낙엽길처럼 부드럽게만 느껴지더군요^^*
우연챦게 오른 신불산!
날씨만 좋았더라면 주위의 경관도 바라볼 수 있어 금상첨화였겠지만
그래도 이게 어딥니까?
일부러 서울에서도 찾아가는 산을 거져 줍다시피했으니까요...
비 내리는 눈길을 시린 발로 한 산행...
기온이라도 급강하했더라면 사고로 이어질 뻔했으나 비교적 포근한 날씨 덕분에
무사히 하산할 수 있었던 행운의 산행이었습니다.
北窓이 맑다거늘 우장없이 길을 나니 어이 얼어자리 무슨 일로 얼어자리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 비로다 원앙침 비취금을 어이두고 얼어자리
오늘은 찬 비 맞았으니 얼어잘까 하노라. 오늘은 찬 비 맞았으니 녹아잘까 하노라
- 임 제 - - 한 우 -
내일이 민족 최대의 명절인데
아직도 비는 내리고..
**총 소요시간 4시간 20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