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갤러리에서 무엇을 만날까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간 전시회에서 만난 아티스트는
존 배라고 외국에서 활동하는 사람입니다.

그의 이력이 궁금하여 검색하니 현대갤러리에서 소개한
글이 올라와 있네요.
갤러리현대에서는 깊어가는 가을 10 월의 전시로『존 배 : 수렴과 발산 1996-2006 (Convergence and Divergence a Decade in Line 1996-2006) 』展을 마련합니다.
존 배는 1937 년 서울에서 태어나 1949 년 미국으로 이주하였습니다. 프랫 인스티튜트를 졸업하였고 그 곳에서 최연소 교수가 되어 정년까지 재임하였으며, 2001 년부터 현재까지는 명예교수로 지내며 미국에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미국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따라 동양의 정서와 서구추상미술이 어우러진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작업 초기부터 용접기법을 사용해왔으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찾기 위해 자연을 탐구하였습니다. 이후에는 자연과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했던 시기를 거쳐 현재는 자유로운 표현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2003 년 로댕갤러리에서 개최되었던 회고전 이후 갖는 국내 개인전으로, 1996 년부터 2006 년까지 10 년 동안의 작품들이 출품됩니다. 전시에 함께하시어 소중한 시간되시기 바랍니다.
전시실에서 작품이 빛을 받아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재미있더군요.
일층보다는 오히려 지하에 더 큰 규모와 변형을 보여주는
작품이 많았고
2층에서는 드로잉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그 중 한 작품앞에서는 좀 더 오래 서성였는데
이런 것은 우선 모방이라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어서 말이지요.
그곳을 나가서 두가헌으로 가니 상설전시를 합니다.
도판으로만 보던 박서보의 작은 그림 몇 점을 본 것이 좋았고요
이우환의 그림,이미 보았던 김창렬의 물방울도 반갑게 보았습니다.
갤러리에 들어가보니 전시에서 본 작품은 아마 최근의
작품이어서 그런지 올라와 있지 않네요.
대신 다른 그림들을 골라서 보고 있는 중입니다.



상설전시라고 일층에서만 전시를 하네요.
두가헌에서 그림을 보고 나오니 낮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마 와인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러 온 사람들인 모양인데
두가헌에서는 아트와 와인이란 제목으로 자신들의
색깔을 보여주고 있더군요.
아니,여기서도 와인이? 하고 웃었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민화 전시를 알리는 깃발이 날리고 있습니다.
건너서 다시 민속박물관에 가기도 복잡해서
처음 생각했던 것대로 학고재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학고재에 가니 다음 전시회 준비중이라고 쓰여있네요.
그런데 이름을 보니 아니 문봉선의 그림이 하면서
갑자기 흥미가 당깁니다.
새로 그린 매난국죽의 저자,그래서 가끔 그의 그림을
찾아보고 올리기도 했던 바로 그 화가의 그림도
포함이 되어서요.
늘 도판으로만 보았지 원화를 볼 기회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마음설레는 기분으로 전시를 기다릴 것 같네요.
국제 갤러리에서는 장 바스키아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
그를 영화로 처음 알게 된 이래로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낙서화가이지만 함께 한 은옥님의 미술 취향을 잘 몰라서
그곳까지 함께 가자고 하기엔 조금 망서려지네요,.
그래서 다시 아래로 내려와 금호미술관의 전시관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 곳에서 정신을 확 들게 만드는 화가를 만났습니다.
김명숙이라,처음 들어보는 화가인데
처음에는 여자 화가라곤 상상을 못 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그림의 스케일이 압도적이어서 였을까요?
검색을 해보니
미술 평론가 박영택이 쓴 글이 있네요.
김명숙展 9. 8∼26 금호미술관
김명숙의 화면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이다. 얇디얇은 종이의 표면, 거죽은 어둠과 빛으로 둘러쳐진 세상의 끝처럼 깊고 아득하게 펼쳐져 있다. 세상의 자궁 같은, 눅눅하고 무한한 그곳으로 우리들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마력은 충격처럼 혹은 전율처럼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파열음으로 갈라지고 쪼개지며 날카롭게 부서지는 저 빛들은 그 어둠과 심연에 구멍을 내준다. 보는 이들은 비로소 그 빛에 의해 의식 저편으로 나아간다. 그림은 말로 할 수 없는 의식 너머의 것을 물질화해서 보여준다는 아이러니, 딜레마에 꼼짝없이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김명숙은 그 그림을 매개로 해서 보는 이의 시선과 마음을 의식 너머의 세계로 내몬다. 그의 그림은 그렇게 어디론가 저 세상으로, 이런 식의 세상이 아닌 곳으로 보는 이들을 침잠시킨다. 스스로를 매질하며 먼 대양을 건너는 물새들의 자학적인 몸부림을 연상시키는, 그의 그림에 대한 태도는 육체적인 혹사와 그 혹사를 고스란히 받아내는 화면을 통해 처절한 상처로 드러난다.
그가 도달하고자 하는 곳은 결코 닿을 수 없는 곳, 무엇보다도 깊은 곳이다. 그는 어떤 깊음을 갈망한다. 그 깊음은, 미친 듯이 몸부림을 쳐보지만 인간의 육체로는 바닥에 닿지 못하는, 결코 도달할 수 없고 가늠할 수 없는 곳이다. 어둡고 깊은 숲, 심연의 물살과 햇살, 무엇인가에 사로잡힌 인간의 얼굴은 그의 변하지 않는 소재다. 그는 그림으로는 도저히 표현하기 어려운 ‘깊음의 세계’를 얇은 종이의 표면 위에 새긴다. 그것은 불가능한 욕망이다. 그래서 작가는 스스로 화면에 온 힘을 다해 부딪쳐 본다. 육체와 감각으로 문질러진 화면은 피와 상처, 고독과 절망, 날선 신경들로 참담하다. 그리고 장엄하다. 한 가닥 선은 그대로 자신의 육체와 감성의 혈관들이 되어 얹혀 있다.
수많은 선들은 도저히 재현해낼 수 없는, 그러나 끝없이 상기되는, 자신을 괴롭히며 한시도 떠나지 않는 어떤 세계, 정신을 표현하기 위해 그어질 뿐이다. 선들은 대상의 재현이나 외형의 윤곽을 가까스로 연상하는 선에서 멈춰지고 화면 전체를 빼곡이 덮치면서 그 모든 선들 하나하나를 되살린다. 이 비현실적인 선에 위해 우리들은 작가의 정신을 날것으로 만난다. 온몸의 진액을 쏟아부어 만든 이 깊고 어둑하고 음습한 그림 속에 한줄기 빛, 부서지며 산란하는 햇살, 물살 위에 어른거리는 빛들은 세상을 이기고 어디론가 나간다. 그림 안에 없는 세계, 그림 밖의 세계를 김명숙은 빛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이런 시대에도 이같은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는 사실이 늘상 기적처럼 느껴진다.
그녀의 그림을 다시 찾아서 볼 수 없는 것이 유감이네요.
인상이 너무 강렬해서 잊혀지지 않는 그림이라고 할까요?
그림을 보고 나서 이제 그만 교보문고에 가려고 하는데
한국일보 사옥에 걸린 빨강 프래카드가 유혹적입니다.
다가가서 읽어보니 프랑스 현대 미술가의 작품전시회가
있다고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려고 들어갔더니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으로 하는 전시회라고 되어 있네요.
그런데 당혹스럽게도 전시장에 들어가니
태극기와 북한기를 소재로 한 그림들이 있습니다.
왜 당혹감을 느끼나 하고 저를 돌아보게 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국기를 소재로 이런 작품을 만든 것이 처음은 아니고
미국의 화가중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지만
일종의 금기처럼 느꼈던 태극기와 북한기의 병치와
더구나 딱지 형식으로 공간을 채운 것
한 번도 아니고 다양한 변형으로 채운 공간을 보면서
굳어있던 사고에 확 불을 당긴 기분이 들었다고 할까요?
시월에는 책값을 지나치게 지출한 달이라
일본여행에 대해 결정을 하고 나서 일본에 관한 책을
몇 권 구해서 보고 싶긴 했으나 자제하고 있던 중
마침 그런 저를 짐작이라도 했다는 듯이
문화상품권으로 물경 5만원치나 선물을 해주신 분이 있었습니다.
아니,이렇게 좋을 수가 하면서
상품권을 들고 나가 고르고 고르다가
4권의 책을 골랐습니다.
갑자기 부자가 된 기분이네요.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많이 읽고 생각하면서 준비하여
좀 더 새로운 눈으로 일본의 고대,중세사,그리고
근대로 들어오는 길목의 역사를 보고 싶다는
소망을 마음속으로 새겨봅니다.
미리 약속된 콩사랑의 행꽃님과의 선약이 없었더라면
아마 반디앤루니스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금요 음악회에
철퍼덕 앉아서 연주회를 구경했겠지만
그럴 시간여유가 없어서 아쉬운 마음으로 쳐다만 보고
길을 갔습니다.
종로 3가 근처에서 은옥님과 헤어지고 나서
(긴 여행을 세 번 함께 하면서 많이 친숙해진 분이라
이제는 오래 안 사람처럼 느껴지네요)
난생 처음 가는 공간,서울 숲이 있는 뚝섬을 찾아갑니다.
우리 집에서 한 번 인사한 적이 있어서 얼굴을 알고 있지만
서울 숲을 모르니 마치 접선하는 사람처럼
전화로 여러 번 연락을 하고 만났지요.
그런데 마침 서울숲에서도 세종문화회관이 지원하는
금요 음악회가 열리고 있네요.
그렇다면 빠질 수가 없으니 우선 자리에 앉아서
음악부터 듣기로 했습니다.


이 가을,북한의 핵때문에 어수선한 마음이지만
그래도 곳곳에서 활기차게 열리고 있는 문화행사가
지자제의 성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세 명의 여성 연주자들의 열정적인 연주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니
소슬한 바람과 더불어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반디앤루니스앞에서 느꼈던 아쉬움도 말끔히 가시고요.
공연이 다 끝난 뒤
행꽃님과 걸어다니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왕이면 하고 벤취에 앉아서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했지요.
인생의 경험이 많은 사람
더구나 아들을 먼저 키운 사람이라 귀담아 들을 말이
많았습니다.
지하철역까지 함께 걸어와서도 다시 앉아서
이야기하다보니 벌써 열한시가 넘었네요.
아쉽게 헤어진 다음
오늘 산 책중에서 먼저 마음이 가는 역사교수가 쓴
일본여행기를 꺼내들었습니다.
히메지성부터 시작하여 간사이 지방에 관한 여행기가
재미있어서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돌아왔는데
집에 오니 꿈도 없는 좋은 잠이 되라고
메세지가 와 있네요.
행꽃님으로부터
와,이런 세심한 배려를 하면서 (그냥 마음으로만
고맙게 받았습니다.저는 아직 문자를 보내는 기술이
없어서요) 놀라와 한 날
금요일 하루에 얼마나 여러겹의 인생을 살았나
돌아보니 참 여러 날을 산 기분이 드는 날이기도 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