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사랑의 사랑방에 올린 글의 리플로 시작하여
조금씩 알게 된 시골지기님이 제가 올린 그림을 보시더니
당진의 자신이 만들어가는 미술관에 한 번 다녀가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하신지
상당히 오래되었는데 드디어 금요일에 은옥님과 둘이서 가게 되었습니다.
지난 번 인천가는 길에 한 번 동행을 한 사이여서
이번 당진가는 고속버스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벌써 당진이네요.
제가 생각하던 이미지와는 달리 버스정류장앞은 다른 소도시의 풍경이나 다름없네요.
가는 길을 어찌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마을에 들어가는 버스를 만나기 어렵다고 연락드리니
이미 와 계신 호박꽃님이 지기님과 동행하여 마중을 나오셨습니다.
그런데 두 분의 말이 너무 척척 죽이 맞아서
뒤에 앉은 은옥님과 저는 저절로 웃다보니 벌써 동네어귀에 다 왔는데
집앞의 코스모스가 반갑게 얼굴을 들이밀고 있습니다.
워낙 사진으로 자주 보던 풍경들이라 그런지 낯선 집에 왔다는 기분이 아니라
오랫동안 떠나 있었으나 익숙한 공간에 다시 들어선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요.

옆지기님과 그리고 호박꽃님이 언니라 부르는 여자분과 일단 인사를 나누고
집주변을 돌아보았습니다.

시골살림을 이렇게 정갈하게 할 수 있다니 그것이 제가 받은 첫인상이었습니다.

열려진 문으로 나가니 뒤란인데요
나무에 전구를 매달아 놓은 정취가 아하,하는 탄성을 불러일으킵니다.

구석구석 집안에 손길을 간 것,그래서 그 공간이 마치 생활사 박물관같은 기분이 들어서
놀라웠습니다.
아,그래서 그림을 왜 배우는가,마음이 가는대로 그리지 하는 말을 자신있게 할 수 있었던 것이로구나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가지런히 걸린 호미를 보니 이 곳이 정말 일하는 공간이란 실감이 왔습니다.


마당에 낮게 깔린 채송화가 눈길을 끄네요.
한 집에 얼마나 다양한 얼굴의 풍경이 있던지
이리 저리 돌아다니면서 설명을 듣다 보니
마치 종합미술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을 본 기분이 들어서 놀랍고 유쾌하기도 하고
오래되었지만 그것을 새롭게 가꾸고 사는 사람들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지요.


오삼불고기로 준비한 점심
먹기 전 상차림을 도우려 들어간 부엌에서 그 사이에 카메라를 꺼내들었습니다.
그만큼 손길을 많이 느끼게 하는 공간이라서요


부엌밖으로 내다본 풍경입니다.
밖에서 숯불로 구운 오삼불고기를 맛있게 먹는 중에도
아직 전 새로운 환경에 완전히 녹아들진 못하고 약간 불편하고 어색한 그런
마음으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시고 그 집에 있는 두 마리의 개에 관한 사연을 듣고는
산책을 하자는 말에 집뒤로 나있는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이 집의 매력은 상당부분 뒷 산을 배경으로 한 공간이란 점에 있었습니다.
단정한 집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만약 산이 배경으로 버티고 있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해보니
역시 이 산이야말로 이 곳을 참으로 특별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더군요.
이 산의 임자는 시골지기님 부부가 아니지만 공간은 소유가 아니라
누리는 자의 몫이로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은 날이기도 하지요.
그러니 앞으로 당진의 그 집은 제게 누리는 자의 몫을 와서 맘껏 누리라고 유혹하는 공간이 되기도
할 것 같은 예감이 잔뜩 드네요.


산에는 다양한 갈래의 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길을 지기님이 손수 가꾸어서 낸 길이라고 하네요.
다양함을 누리고 싶어서였겠지만 참 부지런한 사람이로구나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몸이 게으른 제겐 어제 하루가 놀라움의 연속이었지요.
은옥님은 산에 자주 다니시는 분이라 그런지 산의 생태계에 대해서
상당히 해박하게 알고 계시더군요.
덕분에 저도 귀동냥을 많이 했고 도처에 스승이 있다는 것을 실감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산에 오르다 보니 갑자기 그네가 매어져있네요.
손주들이 오면 놀이터로 만들어 놓은 공간이구나
도시의 어린 아이들이 외가,혹은 친가에 와서 누릴 즐거움을 생각하니
공연히 저마저 즐거워집니다.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놓여있는 의자입니다.
미장원에서 얻어왔다는 이 의자는 돌아가면서 한 번 앉아 보았는데
큐션이 아주 좋네요.
이 곳에서 커피 한 잔 들고와 바람을 맞으면서 읽고 싶은 글을 읽으면
신선이 따로 없겠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은 처음 방문이라 그런 호사를 누리기엔 좀 분위기에 맞지 않겠지만
언젠가 그런 시간이 가능하겠지요?
앞으로 대나무숲이 보이고 뒤에 마치 삼국시대의 목책같은 것이 보입니다
목책을 다 해놓으셨네요?
아니 목책이 아니라 버섯이 그 곳에서 자라고 있다고 하네요.
아이구..겨우 하는 상상이라니





산책에 나갔던 지기님,은옥님,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서 한바퀴 돌면서 놀고 온 사이에
나머지 세 사람은 그냥 집에 있었습니다.
그 뒤에 합류하여 차를 마시게 되었는데 이 때부터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속에서
저는 옆지기님을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아,그릇이 참 큰 사람이로구나 하는 감탄과 더불어서요.
호박꽃님의 걸죽한 입담도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귀기울이면서 듣고요
아마 제가 너무 순진하게 (아니 어리숙하게?) 보였던지
어떤 부분에서는 제가 못 알아듣거나 불편하게 생각할까봐 한 번 더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웃기도 했지요.
여러 차례 돌아가면서 차를 마시고 이야기는 점점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다양한 모습을 담았는데 마음에 드는 사진이 별로 없네요.
특히 사람을 찍은 것이
(밤에 들어와서 한 번 더 뒤젹여보아야 할 모양입니다.)


차마시러 들어가기 전 방밖에서 담은 것입니다.


차 마시는 방에서 바라본 밖의 풍광입니다.
시간이 점점 흘러가고
호박꽃님과 동행한 언니분은 먼저 일어나고
다시 집주위를 카메라를 들고 나섰습니다.




얼마나 다양한 품종의 채소가 심어져 있는지요
놀랍기도 하고 감탄이 절로 나오기도 합니다.
그 사이 사이에 다양한 꽃들이 이 곳이 일하는 공간이자 놀이 공간이기도 하고
그것이 어울려져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구나 감탄하게 만드는 공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실제의 삶에서 이렇게 이루고 사는 사람들에겐 다른 인위적으로 노력해서 얻어야 하는 것이
군더더기가 될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그 자리에 서서야 지기님의 리플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전부 다 수긍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그 자리에 서보지 않았더라면 몰랐겠지요?



그다지 크지 않은 공간인데도 구석 구석 얼마나 다양한 것들이 숨어 있는지
한참을 보고 한참을 찍고 했는데도 아직도 눈길을 두어야 할 곳이 많습니다.




맛있게 찐 밤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일어서려 하니
저녁을 먹고 떠나라고 하네요.
잘 먹은 점심이 아직도 다 소화되지 않은 상황인데
그래도 그렇게 하자고 마음을 먹고 다시 뒷산에 한 번 올라갔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저녁을 먹으면서 그리고 그 이후에 나눈 이야기
사실은 금요일 만남의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마 그 시간의 깊은 이야기가 제겐 앞으로 살아가는 인생에서 큰 지침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옆지기님을 만난 것을 마음깊이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책장에 꽃힌 책이 바로 우리 집 책장의 일부를 옯겨온 것 같은
비슷한 관심으로 글을 읽는 사람을 만난 것도 정말 좋더군요.
예상치 않은 곳에서 동지를 만난 기분이라고 할까요?
그 중에서 아직 읽지 못한 세 권의 책을 빌렸습니다.
인사하고 나선 집앞에서 벌써 어둠이 내려앉고 하늘은 상당히 내려앉아서
우리더러 쳐다보라고 손짓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곳을 가끔 떠나야 이 곳의 소중함을 마음 깊이 느낄 수 있다는 옆지기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언젠가 둘이서 이야기를 깊이 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국화가 피는 날
이 곳에 와서 국화도 보고,사람도 만나고
해미읍성과 개심사의 부처님도 만나는 꿈을 안고 돌아 오는 길
피곤이 몰려오기 전까지 은옥님과 나눈 이야기,이야기 ,이야기
10월의 어느 날 그녀와 함께 가기로 한 춘천과 홍천이 기다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