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막내 동생의 생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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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현충일이 생일이라 식구들이 다 모이기에 좋은 날이기도
하지요.
다른 생일과는 달리 군산에서 음식을 다 준비해서 올라오신
바람에 외식을 하지 않고 집에서 생일상을 차렸습니다.
맛깔스럽고 입에 당기는 음식들이라 조금만 더 하다 보니
배가 부르네요.
그래서 아파트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는 길에
눈길을 끄는 나무와 꽃이 많더군요.
빈손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카메라를 들고
둘러보는 단지내의 화단
그 곳에서도 얼마나 많은 새로운 담을 거리가 많은지
한참을 돌아다니면서 씨름을 했지요.
덕분에 오늘 점심이후의 어느 시간대에 사진찍으러 가야지
하는 시간을 따로 낼 필요가 없었습니다.

어느 동인가 일층에 아주 정성스럽게 가꾼 화단이 있었습니다.
그 곳은 아파트에 입주할 당시에 있었던 그런 공간이 아니라
누군가 시간을 내고 정성을 들여서 가꾼 공간이란 것을
대번에 알겠더군요.
화분도 여러 개 있고 어떤 꽃에는 팻말이 달려 있었습니다.
이 꽃의 경우 야생화인 모양인데 풍노초란 팻말이 달려 있더군요.

어제 본 신문의 기사가 생각났습니다.
관악산에서 부녀가 야생화를 살리기 위해서 화원을 꾸미는
아름다운 이야기가요.
사람이 살아가다가 어떤 우연한 기회로
정말 자신의 온 마음을 다 바쳐서 경제적인 손실이나
시간의 손실을 따지지 않고
몰입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을 읽을 때의
전율과 감사하는 마음을 느꼈습니다.


오늘 제가 감탄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 그 화단의 임자도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앞에서 누군가 낯모르는 사람이
그렇게 감탄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새롭게 다른 인생을 꿈꾸다 간 사실을 모르겠지요?

누구는 옥잠화라고 하고 누구는 비비추라고 하는
이 식물에 막 꽃이 피어나려고 하는 순간인 모양이더군요.
이상하게도 이 아파트에는 이 식물이 많아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그 느낌을 담아보려 했지만
무슨 일인지 거의 다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아직 알아내지 못하고 나서 생각해보니
거의 비슷한 환경으로 놓고 찍으니
실패에서 건지는 것이 없구나
새로 알게 된 사실인데요 조금 더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을
마치 새로 알게 된 것처럼 느끼는 것이 딱하네요.
그래도 그런 깨달음에서 다음에는 질문을 더 깊이 할 수도 있고
그러면 새로운 해결책이 보이겠지 마음을 다독여 봅니다.



언젠가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오던 시기에
이사 기념으로 선물받은 화분들이 있습니다.
그 때 부레옥잠을 담는 좋은 질그릇에 부레옥잠을 담은
선물도 있었는데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다 죽여버리고 말았지요.
화분이라면 역시 나는 생명을 살리는 손이 못되는군
하면서 체념하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올해 들어서 자꾸 마음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한 번 하고 다시 하고
될 때까지 마음을 담아서 해보면 되지 않을까 하고요.

그 집 화단을 떠나서 동생집으로 돌아가려고 나가던 길에
이상한 모양이 달려있는 나무를 보았습니다
마침 그 곁에 있던 경비아저씨에게 여쭈어 보니
보리수라고 대답을 하시네요.
이상하다,며칠전에 금산사에서 본 보리수와는 조금 다른데
아무래도 금산사에서 본 나무가 보리수가 아닐까?
궁금증을 해결을 못한채 사진만 여러 장 찍었습니다.


보리수라곤 노래에서나 만나던 나무를
이렇게 갑자기 보게 되니 이상한 우연을 느끼게 됩니다.
스님이 쓴 글을 읽고 있는 동안의 우연인가?

어느 화단 한 쪽에서 나 좀 보아달라고 손짓하듯이
눈길을 끄는 꽃이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서 한 컷
눌렀습니다
주변의 같은 종의 꽃들은 이미 많이 시들어서 볼품이 없었는데
요녀석만은 생생해서 재미있네요.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았습니다.
같은 동네의 아파트 단지라도 어떤 건설회사에서 지었는가에
따라 다른지는 몰라도 수종이 조금씩 차이가 나서
볼거리가 사뭇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멀리 갈 수 없는 날은 도서관 오가는 길에 조금 일찍
나서서 조금씩 다른 길로 돌아다녀보면
곳곳마다 새로운 꽃과 나무를 만나게 되겠구나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