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도도님이 옥정호 사진 찍어서 보여주신 날이 있었지요.
그런데 바로 그 곳은 아니지만 옥정호를 바라보는 곳에 정말 갈 수 있었습니다.
금요일에요.
82cook을 통해서 알게 되고 everymonth에서 거의 매일 시를 통해 만나는 다바르님과
전주에서 만나 전주를 벗어난 곳에서 먹은 맛있는 점심부터 금산사,그리고 도립미술관
마지막으로 하루라는 찻집에 들렀다가 서운하다 싶어서 저녁까지
거의 풀코스로 함께 한 시간
정말 우리가 처음 만난 사이가 맞나요? 하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시간을 보냈지요.
그 이야기를 쓴 것인데요
이런 인연의 소중함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금요일 하루 전주에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everymonth에서 근 일년간 만났던 다바르님이
전주에 살고 있어서 낮시간에 그녀를 만나고
밤에는 전주에 사는 친구,후배,선배를 만나려고 계획을 짰지요.
그런데 처음 만난 그녀가 미리 짜놓은 계획표가 너무 좋아서
하루 동안 참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중에서 하루라는 찻집에서 보낸 시간
일어나서 나오기 너무 아쉬운 공간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사진을 보니 조금 더 짜임새 있게
생각하고 찍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아무래도 다음에도 전주에 가면 다시 가게 될 곳이란
예감이 강력하게 드니 그 때에는
조금 더 생각하는 사진찍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처음 들어가는 입구에서 만난 야생화입니다.
어제 설며을 들었는데도 벌써 꽃이름이 기억나지 않다니
중증인데 하고 저절로 한숨이 나지만
그 이름을 몰라서 당장 큰 일이 나는 것도 아니니
다음에 다시 물어보고 기억하고 싶네요.
이름을 알고 모르고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끼거든요.

처음에 눈길을 끈 것은 돌담이었습니다.
돌담이 아담해서 눈길을 차단하지도 않으면서
밖과 안을 나누는 경계 구실을 하고 있다는 것.
하루에 대해서 들은 것은 오래 전입니다.
전주에 사는 친구가 언젠가 다녀와서 메일에 썼더군요.
네가 내려오면 한 번 같이 가고 싶은 곳이라고
그리고 그 곳 주인이 대학교 선배인데
네 글을 인터넷에서 읽은 것 같고
그 곳에 오는 손님중에서도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아니,세상이 이렇게 좁을 수 있다니 하고 놀랐던 기억이 있지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손님이 바로 다바르님이었다고 하네요.

도립미술관에서 사진전을 다 보고 나온 시간이 6시
일찍 문을 닫는 곳이라고 해서 과연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으나 선후배 사이라는 두 사람의 관계
게다가 멀리서 온 손님 핑계로 들어가 볼 수 있겠지
그런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정말 막 문을 닫으려는 중이었습니다.

두 분이 반갑게 인사하는 동안 저는 그 사이에 부리나케
하루의 바깥 마당을 돌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마당이 예뻐서 정신을 뺏기고 있었거든요.



차를 마시러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은 이 공간을 보러 오고 덤으로 차를 마시는 것이겠구나
그런 생각이 절로 드는 공간이었습니다.



안에 들어가서 정식으로 인사를 하니
주인이 너무나 다정하게 반겨줍니다.
그래서 대학교 후배인 것도 밝히고 친구가 이 곳을 소개한
사연,다바르님과 인터넷에서 만나는 사연도 이야기하고
주인이 꾸미고 있는 홈페이지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고
문화적으로 상대적으로 취약한 전주에서 어떻게
무엇을 나누고 살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요.
이 곳에 오는 손님들이 대학교에서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영어를 배울 필요 (외국인 손님들이 많다고 하네요)를 느낀다는
말을 들으면서 세계화란 도시에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로구나
자신이 사는 공간에서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면서
살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생각도 했지요.
마침 영화를 좋아한다는 말에 더 즐겁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홈페이지를 개설하면 아마 그 곳에서
사계절 변하는 하루를 만날 수 있겠지요?
평소보다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어서 그런지
모기가 들어오기 시작하네요.
그래서 아쉽게도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습니다.
좀 더 있고 싶은 공간,다시 오고 싶은 공간을 만나서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언젠가 이 곳에서 스터디를 하러 와서 하루를 보내도 좋겠다
싶은 그런 곳이기도 했지요.
이미 날이 저물기 시작하는 시간
그래도 아쉬워서 조금 더 사진을 찍었습니다.
선명도는 떨어지지만 조금 더 넓게 찍은 사진이라
그 곳의 전체적인 느낌을 알 수 있는 사진들입니다.

하루의 바깥 마당 너머에 임실의 옥정호가 이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찻집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주인
그녀가 홈페이지를 열면 한옥을 짓는 법
그 곳에서 사는 생활에 대한 지혜 이런 이야기들을
들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얼마나 정성이 들어야 이렇게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제겐 그림의 떡이라는 생각이 들고
가끔씩 그저 마음이 움직일 때 올 수 있는 곳이 생긴 것으로도
기쁘다 그렇게 마음이 돌아가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돌아나오는 길
들어갈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을 보았습니다.
마지막 점을 그려서 완성한 그림처럼
제겐 이 등이 이 집에 대한 마지막 인상을 더욱
아름답게 굳힌 장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