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보람이가 부탁을 합니다.
지금 너무 졸리는데 새벽에 평소처럼 깨워주면 좋겠다고
무슨 일인데?
엄마,내일 텝스 시험 보는 날이거든.
화정에서 보는데 아침 아홉시 삼십분까지 입실인데
지금 졸려서 내일 새벽에 모의 시험을 좀 보고 나가려고
물론 새벽에 모의 시험본다는 그 말을 제가 믿긴 어렵지요.
그래서 차라리 지금 보지 그러니,새벽에 공부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거든
그럴까?
방안에 들어간 아이가 다시 돌아나옵니다.
그런데 역시 지금은 졸려서 어렵겠어.
그렇게까지 말하는 아이를 일요일 새벽이라 못 깨우겠다고
할 수 없어서 그렇다면 휴대폰 시간을 맞추고 자라고
엄마가 깨워주마 하고 들어가 자라고 했습니다.
졸린 눈을 뜨고 새벽에 깨우니
역시 아이는 일어날 기미가 없네요.
결국 조금 더 자게 해야지 하고 저도 시간 맞추고 다시
잠들고 , 일어나서 다시 깨워도 역시나입니다.
한 두 번 속은 것이 아닌데도 그래도 날이 날인지라
저만 몸이 축이 나고 있는 중인데
(갑자기 수시를 준비하겠다고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아이
그렇게 미리 말해도 듣지 않다가 연세대 글로벌 리더
뽑는 인원이 늘었다고 한 번 시도해보라는 선생님
말 한 마디에 마음이 바뀌어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보람이를
보면 왜 늘 한 박자 어긋나게 준비하는 것일까
참 아깝고 안타깝다 싶어요.
그래도 아직 어린 아이이니 모든 것이 계획대로 착착
맞게 할 수는 없겠지요?
어제 늦게 들어온 제게 상장을 펴 보이더군요.
엄마,상장이야
다가가서 보니 교내 토익 시험에서 장려상을 받았다는
상장입니다.
많이 칭찬을 해주었지요.
영어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일어처럼 자신을 갖지는 못하는
아이에게 조금 격려가 되었을 상장이라서요.

소파에 누웠다가 아무래도 잠이 들면 못 일어날 것 같아서
앉아서 그림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번 목요일 수업시간에 달력에서 피사로와 시슬리
그림을 잘라온 김인숙씨가 생각나서
오늘 새벽에 보는 그림은 시슬리입니다.

아무래도 날이 더우니 파랑이 주조를 이루는 그림을 보고
싶어지네요.
그러니 순전히 객관적인 상황이란 없는 것이로구나
날씨에 대해서도 반응하면서 그림을 보게 되는군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새벽이기도 하네요.

기분파여서 마음이 자주 변하는 보람이
그래서 조금만 더 힘을 내면 하고 생각하다가도
성격이 그렇다면 아무리 밖에서 밀어도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어려운 아이를 민다고 되겠는가
제 마음을 돌려먹다가도
그러다가 막상 시험을 치룰 때가 되면
그냥 지켜보기만 한 저 자신을 후회할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아이의 성장에 관한 한 정답은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어른들이 살아가는 일에도 역시 정답은
없겠구나,각자가 살아가는 길에서
만나는 숱한 일들,그것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반응하고
다시 살아가는 가,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기도 하고요.


이제는 정말 보람이를 깨우고
나가는 것을 보고 나서는 저도 다시 잠을 좀 자야 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