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전시장에 갔었습니다.
그 곳에서 만난 조각가와의대화를 함께 간 사람들이 있는 everymonth에 쓴 글입니다.
키아프 전시장안에 들어섰을 때 무엇을 먼저 보아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 많이 있더군요.
우선 동선을 정해서 한쪽부터 보기로 하고 함께 한 네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그림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화랑별로 부쓰를 만들어서 화랑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라
작년에 보았던 반가운 작품이 보이기도 하고
새롭게 등장한 화가들의 작품도 보입니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서 제 눈길을 가장 강력하게 붙잡은 것은 조각이었습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조각이라고 알고 있는 그런 조각들보다는 새롭다,놀랍다,신기하다
어떻게 이런 작품을 하는 것들이 많아서
역시 이런 전시를 통해서 새롭게 보는 법을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구나를 느꼈습니다.
한참 그림을 보다가 재료가 무엇인지 알 수 없으나 너무나 마음에 끌려서 그 자리를 떠날 수 없는
그런 조각들을 몇 점 만났습니다.
일본 화랑에서 출품한 회화작품과 조각이 있는 곳이었는데
제가 보고 또 보고 ,다시 돌아서 옆자리에서 보고 하는 중에 한 남자분이 다가옵니다.
그리고 말을 걸더군요.
아,이 작품을 하신 분인가요?
그러면서 저도 작품을 보고 느낀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이 작품을 보고 있으니 로뎅의 cathedral에서 느낀 그런 기분이 나네요.
조각을 통해서 작가가 작품과 대화할 수 있을 것 같고
우리들도 역시 그 앞에 서면 대상을 그저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대상과 서로 interactive하게 교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아마 비치게 하는 이 특수한 재질때문인 것 같은데
이 재질이 무엇인가요?
갑자기 조각가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말을 합니다.
와,제 작품의도를 이렇게 간파하는 사람이 있다니 너무 신기하네요.
이 재질은 스테인레스 스틸인데요 적으면 일주일 많으면 몇 달동안 작업을 하면서
작업하는 과정의 마음을 조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조각가의 설명을 듣고 나서 다시 작품을 보고 있다가 먼저 간 두 사람이 생각나서
불러와서 다시 설명을 듣게 하고
다시 작품을 보았습니다.
자신의 작품에 그렇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 좋았던지 서울에서 개인전 할 때
연락을 주겠다고 하고 자신의 일본에서의 개인전 팜플렛을 한 부 주기도 하네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에서 공부를 더 한 모양이더군요.
그런데 화랑이 일본인 화랑이네요?
그 곳에서 공부하면서 알게 된 화랑과의 인연,덕분에 함께 출품한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설명도 듣고
특별히 눈길을 가는 화가의 작품을 지목하니 그가 재일동포라고 하면서
그 사람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깊은 관심을 보인 일로 인해서 이야기가 길어지고
아,이것이 바로 오주석님이 말한 미술관객으로서의 자세가 불러일으키는 파장인 모양이로구나
정말 신기한 경험을 한 날입니다.
그곳을 떠나면서 오늘은 이런 경험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할 만큼 충만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밤에 집에 돌아와서 키아프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긴 했으나
그림을 보낼 수는 없게 되어 있네요.
오늘 아침 이강소님의 그림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아무래도 며칠간은 키아프에서 본 전시,그 곳에서 만난 화가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림을 다시 찾아보고
그런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