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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아이 학교 가는길 2

| 조회수 : 2,078 | 추천수 : 24
작성일 : 2006-05-27 20:37:41

세 딸 아이들을 키울 때에는 가구공장을 하던 시절이라 정말 정신없이 살았었습니다.
그 때 마음으론 다시는 아이를 낳지 않고 세 딸들만 키우며 살리라 했었지요~
너무 많은 일에 힘들기도 했지만 한 두살 터울이라 제가 어찌 감당하고 살았는지
지금 다시 그 시절로 가라하면 정말 저 멀리 도망가지 싶어요.
그런 아이들은 이제 숙녀가 다 되어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큰 아이 수빈이는 벌써 주민등록증을 만들었구요.
둘째 경빈이도 제법 철이 들어 많이 부드러워 졌습니다. 투덜투덜 거리던 모습도
많이 없어지고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도 조금씩 열어가는가 싶습니다.
이제는 어느정도의 현실도 인정하는 것을 보니 우리 아이들이 참 많이 자랐구나~싶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힘듬을 이겨내고 아이들로 인해서  더 열심히 살아야 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엄마 아빠가 늘 바쁘고 정신없는지라 세 딸 아이들도 그랬던 것처럼  막내 제형이도
어쩔수 없이 엄마 아빠 손을 조금 빗겨나서 커야 할 것 같습니다.
  
토요일 학교 마치고 돌아온 아이에게  
"제형아~ 너 실내화 더럽지 않니? "  했더니  "조금 더러울껄요? "  하기에...
"그럼 얼른 빨아서 널어놓자~" 하면서 살살 구슬러 실내화를 빨게 했습니다.
얼굴 표정이 조금 일그러 졌지만 엄마가 지금 할 수 없으니 어쩌겠냐 네가 해야지~했더니
제 손바닥 보다 더 큰 비누를 들고 신발에 묻히고 어설프게나마 쓱쓱 싹싹
밀고 문지르더만요. 조금 더러워도 그냥 헹궈서 널게 했습니다.
  
맘에 안들어도 어쩌겠나요? 빨랫줄까지 직접 가서 집게까지 꽂아 야물딱지게 널더만요.

아빠 얼굴을 보더니 "아빠 실내화 내가 빨았어요?"  하면서 스스로 대견스러워 하는듯 했어요.
이 뽀송한 실내화를 실내화 가방에 쏘옥 넣고 아이는 학교를 갑니다.
  
엊그제 학교 가는 모습을 또 담아 보았습니다.
3 월 입학식 뒤로 두 어 달이 흐른 뒤 학교 가는 길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아이 표정도 밝아지고 훨씬 쑤욱 자란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주변 풍경도 많이 푸르러지고 더 풍성해 졌습니다.
저 담쟁이 기억하시죠. 마음까지 푸르게 하는 담쟁이...

담쟁이 앞을 지나 차 한대 지나 다닐 듯한 좁은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가방이 그리 부담스러워 보이지 않지요?

"제형아~~엄마가 가방 들어줄까? "  했더니 기다렸듯 얼른 벗어 줍니다.
할랑 할랑 ~~실내화 가방만 들고 가벼이 걸어갑니다.
  
안개가 자욱하던 3 월 어느날의 모습보다 지금은 푸르름을 많이 볼 수 있는 길이 되어있습니다.
  
역시 차 한대가 서로 서로 빗겨 가야만 하는 좁은 길 한 가운데로 걸어갑니다.
아침 풀내음이 너무 좋습니다.
  
누나들이 머리를 관리한답시고 지금은 장발장이 되어 있습니다.
얼른 앞으로 뛰어가서 담아보았습니다.
  
걷다가 뛰다가 두리번 거리기도 하고... 아이 마음이 얼마나 시원할까요?
  
까까머리 논밭이 푸릇하니 이쁘고, 두꺼비 울음소리 마저도 마냥 반갑기만 합니다.
  
이리 저리 해찰도 하고...
  
실내화 손잡이가 너무 길어 보입니다. 씩씩한 제형이 입니다.
  
제형아~~어디 보자~ 했더니 장난을 치고 있네요. 큰 길가가 나오니 가방을 다시 둘러멥니다.
  
평탄한던 길이 지금은 파 헤쳐져서 울퉁 불퉁하지만 잘 걸어가고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그냥 흙만 보이던 밭이 이제는 파 밭이 되어 풍성함을 더해줍니다.
  
역시 큰 길이라 차들이 많이 오고 가네요. 조금 깊이 파인 길이라 주춤 하는듯 하더니 ...

에잇~~가야지 하는 듯 다시 씩씩하게 걸어갑니다.
그래~~그렇게 가는 거란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선택하고 책임져야 할 일들이 더 많아질 거란다.
  
가는 걸음이 빨라졌습니다.
  
학교 후문이 다가오니 교통 안전지도 어머니 모습도 보입니다.
아마  제 차례도 곧 올겁니다.바쁘고 정신 없지만 제형이 때문에 할 수 있는 봉사가 아니겠나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봉사라면 시간내서 해야지요.
  
안개가 끼어있던 학교 모습이 오늘은 훤~~히 보입니다. 왼쪽 끝 건물이 1층이 교실이지요.
  
조금 더 크면 여기서 둥글거리다 흙투성이 되어 올지 모르겠습니다. 옛날 생각 나시나요?
  
고생하시지요? 도우미 엄마 모습도 살짝 담아보았습니다.
자전거로 아이 태우고 오신 엄마 모습도 너무 멋집니다.
엄마와 아이가 자전거 타고 가는모습...언젠가는 담고 싶은 모습입니다.
  
혼자 돌아오는 길에 파밭 아래 세상을 엿보았지요. 파사이에서 보호라도 받듯
홀로 피어 있는 풀 한 포기도 소중합니다.
  
이쁜 세잎클로버 꽃반지 하나 만들고 싶어 쪼구리고 앉아 사진에 담았습니다.
  
보세요~꽃반지 하나 샀습니다.
비록 거친 손이지만 그래도 이쁜가요?  거칠게 일하다 보면 손에 뭐가 껴 있는게 거추장 스럽다지요.
반지를 끼고 살았봤나 ? 달리 기억도 없네요.
  
동네 주말농장 입니다. 푯말마다 이렇게 이름이 써 있겠지요?
다영이네 ...아름이네...누구~ 누구네...
푸르고 싱싱한 야채가 자라듯 가족사랑도 이 텃밭과 함께 새록 새록 피어나길 바랍니다.
  
혼자서 조용히 바라보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편안합니다.
  
아직은 개발되지 않은 이 길이 너무 좋습니다.
  
길가에 조용히 피어있는 키작은 이 꽃에 잠시 시선이 머물고...
  
논 밭 배경으로 꽃도 담아보고...
  
조금은 삐툴어져 있어도 줄 맞춰 심어놓은 모내기 밭도 정겹습니다.
황금빛 가을 날을 서둘러 기대해 봅니다.
  
아직 미처 다하지 못한 모내기 판이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신기하지요? 이 여리고 작은 모가 그 가을날 풍성함으로 우리에게 다가 오니 말예요.
이렇게 아이 학교 가는 길을 3 월에 이어 푸르른 5 월에도 담아 보았습니다.
  
때론 우리 마음이 이렇게 답답하고 아무것도 안보이듯 깜깜할때도 많이 있지만
포기 하지 않고 견뎌내다 보면 분명 좋은 일이 있을거라 생각을 해봅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때 그 자리에서 결단을 내려야 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여 결단을 내려야 할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살아간다는게 그런게 아닌가 싶네요. 칼로 무 자르듯 딱 잘라지는게 아니란것을...

어떤 문제가 있다하면 한 발자욱만 뒤로 물러나 생각해 보고 더 시간을 두고
그 문제를 바라봄이 더 필요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내 있는 자리에서도 나름대로 우린 충분히 힘들지요.
우리 서로 격려하면서 더 많이 사랑하는 삶이 되길 기원해 봅니다.
경빈마마 (ykm38)

82 오래된 묵은지 회원. 소박한 제철 밥상이야기 나누려 합니다. "마마님청국장" 먹거리 홈페이지 운영하고 있어요.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ann
    '06.5.27 10:36 PM

    마음이 왜이리 아련하고 따뜻할까요.....

    예쁜 제형이모습 ,푸르른 들판 ,...좋은글 ....배부릅니다~~

  • 2. 앤 셜리
    '06.5.27 11:47 PM

    저렇게 학교가는 모습 담아주는 엄마가 있다는게 앞으로 제형이에게 큰 힘이 되겠네요.
    저두 이제 백일 돌아오는 래윤이.....마마님처럼 저렇게 잘 키울수 있어야 될텐데....
    처음에는 힘도 들고 겁도 나더군요. 지금도 그렇지만....조금씩 용기를 가져보구 있답니다.
    저 사진들이 ann님 말씀대로 아련하고 또 아련해집니다.
    경빈마마님!!!!
    생활에서 찾는 행복을 알려주시는 마마님께 감사드려요.
    방금도 백일 돌아오는 래윤이랑 한바탕 씨름하고 여기 심신을 식히고 싶었는데....
    마마님이 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진을 올리셨네요.
    전에두 제가 썼던거 같아요.
    꼭 친정언니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

  • 3. 다린엄마
    '06.5.28 1:00 AM

    감동입니다.

  • 4. 버섯댁
    '06.5.28 1:05 AM

    경빈마마님 글보면 항상 가슴한켠이 짠..해져요.. 뭔가로 채워지는 기분도들구요.. 항상 그느낌을 주는 경빈마마님께 감사한 마음까지 들어요 ^^ 제형이도 꼭 저희옆집아이같다니까요. 너무 친근하고 따뜻합니다.

  • 5. thanbab
    '06.5.28 1:08 AM

    경빈마마님의 실내화 씻게하신 방법이 아주 교육적이라 생각합니다....
    하다보면 내것은 내가 처리 하려는 책임감도 가지게 되고요.....^^*

    동네정경,꽃반지 모두 순수함에 또한번 감사합니다...
    앞으로두 좋은 글귀,사진 기대할께요~~~~~~~~~~

  • 6. 사랑맘
    '06.5.28 2:23 AM

    경빈마마님은 항상 시골스럽다 하시지만
    넘 세련된거 아세요~~~^^
    이렇게 아름다운글~~~아름다움 모습~~~아름다운음악을...
    참 옛날에 토끼풀로 반지 시계 많이 만들었네요...
    기억이...요즘 아낙들은 모를 거예요...그죠
    아~~그거 아세요
    고구마 줄기로 목걸이 ~~시계~~ 만들었던 시절을~~

  • 7. 오키프
    '06.5.28 11:14 PM

    마음이 따뜻해지고 푸근해지네요.
    도시에서만 살아서 저 어릴적 등교길 조차에도 저런 추억이 없지만
    보고있으니 추억처럼 그리움으로 다가오네요.

    저희집이랑 지척인데 어쩜 초여름 분위기가 이리 틀린지 싶네요.
    제형이 모습에서 경빈마마님 모습이 살짝 엿보입니다...^^

  • 8. 이효숙
    '06.5.29 10:01 AM

    엄마의 사랑을 먹고 학교에 가는 재형이는 공부도 더 잘될것 같은 따뜻한 느낌이 드네요.
    매일 이렇게 학교까지 같이 가세요?
    동화같기도 하고 시 같기도 하고 새소리도 좋고
    글도 좋습니다.
    오래전 갈치처럼 길고 좁은 논을 언니와 둘이서 전담해서 농사를 지었었어요.
    옆에 있는 큰 논 모내기할때 언니랑 둘이서 삐뚤빼뚤 모내기하고 엄마가 옆 논에서
    논매기 할때 언니랑 또 우리논에 풀 뽑기하고....
    그때의 기억이 아련하네요.

  • 9. 미네르바
    '06.5.29 11:32 PM

    ^^

    님이 찎은 사진 보면서 마음이 편안해져요.
    어떤 명화보다도 ...
    더불어 글도 잘 읽었습니다.

  • 10. 예진모친
    '06.5.30 8:55 AM

    글과 사진정말 잘봤어요...
    아침부터 서둘러야겠어요...저도 오늘 시골친정에 간답니다^^

  • 11. 재현세연맘
    '06.5.30 3:56 PM

    눈물찌익, 콧물찌익..
    아침에 학교가는 아들녀석 등뒤에다 선생님 말씀 잘들어라 . 한마디하고 문을
    닫았는데... 학교가 너무 가까워서인지 (50미터가 채 안돼요) 거의 매일 지각을
    하는게 얄미워서 (본인은 지각이 아니라고 하지만) 쌀쌀맞은 엄마가 됩니다.
    늦게 동생을 본터라 치이는 기분일텐데.. 알면서도 제 입에서 나오는 말은
    제가 생각해봐도 매정할 뿐이에요. 에휴~~

  • 12. 여우
    '06.6.6 3:30 PM

    왜 눈물이 날까요? 매일 매일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냥 느낌없이 지나쳐 버렸네요. 어제 밤에는 울아이들 어릴적 비디오녹화한것을 봤어요. "아. 그때 저랬지"하면서 남편과 봤어요. 가끔 아이가 커가는 것이 서운한데 매일의 일상은 아무 느낌없이 바쁘기만 한지.... 님처럼 하루 하루를 감상하며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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