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날 주로 서울 나들이를 하다보니
경복궁을 거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고 해도
경복궁의 속살을 볼 수 없었습니다.
화요일엔 문을 닫거든요.
그런데 마침 어제 경복궁역에서 내려 표를 사서 들어갔습니다.
디카를 처음 시작한 날 마침 모인 곳이 경복궁이었는데
그 날은 몹시 추웠습니다.
장갑없이 갔다가 덜덜 떨었던 기억이 나고요
그 날 강의 내용이 외국어처럼 어려워서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그 날 찍은 사진을 집에 와서 보니
한 장도 건질만한 것이 없었다는 것이 기억납니다.
아직 풍경이나 건물사진에는 자신이 없어서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편한 마음으로 들어갔습니다.

관람하기엔 조금 늦은듯한 4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학교에서 단체로 온 팀,외국인들이 관광하러 온 팀
양산쓴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함께 구경하는 사람들
한 두 명이 와서 서로 이야기하면서 구경하는 사람들로
경복궁안이 소란스럽네요.


근정문앞에서 정도전을 생각합니다.
개경에서 천도를 결정하기까지의 드라마,
그리고 천도를 결정하고 나서 터를 잡고 공사를 하기까지의
과정, 시경에서 참고하여 궁안의 각 곳의 이름을 고심하면서
지었을 정도전의 시간을

아이들은 인솔교사없이 서로 모여서 노느라
즐겁습니다.
사실 이 나이에 오래 전의 궁전이 이 아이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돌로 표현한 모습들에 눈길이 가서 여러 장 찍어보았습니다.
다양한 표정들이 재미있었습니다.
각각의 표현이 상징하는 것들이 있겠지만 그것을 모른다해도
바라보는 사람들에겐 그 자체로도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겠지요?

아직 건물전체를 담을 실력이 모자라서
그냥 프레임안에 잘 들어올 수 있는 구도만 찾게 됩니다.
그러니 무슨 일에 서투른 것은 일단 제약이 많은 것이로구나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게 될 때까지의 시간에 대해서
조바심을 낸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상태가 와야 진짜 자유로울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되더군요.

근정전,사정전 교태전 이런 건물안을 들여다보면서 찍은
사진들은 이상하게 흐릿하거나 제대로 마음에 드는 사진이
없어서 다 버렸습니다.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 처음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되는 것 같아서
혼자 웃었습니다.

건물벽에서 발견한 나비문양이 반가워서 한 컷 찍었습니다.


아미산이라 불리는 후원이 사진찍기엔 가장
눈길이 많이 가는 곳이었습니다.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굴뚝 모양입니다.
멋을 살린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하게 되는

이 곳에서 전달할 수 없지만 서울 시내 한가운데서
새소리를 들으면서 돌아다보는 시간
누가 서울이 삭막하다고 하나,그런 생각이 절로 드네요.


밖으로 나오니 한 남자가 댓자로 뻗어서 자고 있습니다.
그 뒤로는 엄마가 아이를 데려와서 아주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이야기하고 있네요.

십장생 굴뚝의 문양을 밖에 다시 전시해놓은 장면을
찍어보았습니다.
전체를 잡아서 본 것은 거의 실패해서요.

오래 사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아주 오래된 것이겠지요?
그러나 오래 사는 것이 과연 축복인가 요즘
참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어떻게 생명의 마지막까지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품위를 잃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그러고 싶다면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많이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라서 그럴까요?
십장생 앞에서 생각이 많아집니다.


교보문고에서의 약속시간이 임박해서
아직 다 못 돌아본 곳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고 밖으로 나서는 길
다음 디카 모임에서는 수평잡는 구체적인 방법과
건물을 제대로 담는 것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고
이 곳에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