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조금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오랫만에 마두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기도 하고
새벽에 호수공원가려고 마음 먹고는 잠에 취해서
일어났다 다시 잤다 하는 바람에 못 간 것
정발산에 올라서 조금 돌아다니고 싶기도 해서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돌아다니면 배낭이 무거워서
아무래도 힘이 들 것 같고,또 한가지는 마음이 콩밭에 가면
(고른 책을 읽고 싶은 유혹에 ) 산을 오르는 일,사진찍는 일
다 제대로 못 할 것 같아서 먼저 산에 올랐습니다.

가족끼리 혹은 친구들끼리 모여서 이야기하느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고

나무에 기대고 앉아서 무엇인가 열심히 읽고 있는
청년도 있습니다.

이른 시간 벌써 나와서 촬영하고 있는 팀도 있더군요.
아마 일요일이라 다른 날의 정발산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드는 것이겠지요?


숲이 무성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미 여름이 가깝게
온 기분이네요.
그래도 숲으로 들어가니 갑자기 시원한 아니
약간 냉기가 느껴지는 기분이라서 도로변을 걸을 때와는
사뭇 다르더군요.

빛이 반사되어 땅바닥에 그려진 무늬를 보면서
인상파 화가들이 바라보던 세상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지난 목요일 수업중에 인상파에 관한 글을 읽어서
일까요?
빛과 그림자가 어울린 모습에 감탄하다가
문득 시계를 보니 서가에 가서 여유있게 돌아다니려면
감탄을 그만하고 내려가야 할 시간입니다.
우선 버릇대로 다른 사람들이 반납한 책을 모아 놓은 곳을
뒤젹여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선물이라고 번역된 책의 영어판이 있네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책을 만났다는 의미에서 이 책은
제게 선물이 되었고 물론 다 읽고 나서
도서관에서 만나는 고등학생에게 빌려주었습니다.
삼일 정도 시간을 갖고 읽어보고 마음에 드는 구절을 골라서
써놓고 자주 읽어보라고요.

다른 한 권은 공지영의 산문집에서 그녀가 읽었다고 소개한
두 편의 글중에서 우선 눈에 띈 루쉰의 글이었습니다.
아마 그런 사연이 없었더라면 무심히 지나갔을 책인데
눈에 들어오는 것이 신기하네요.

다른 한 권은 최종태가 쓴 스승 김종영에 관한 글인데요
두 분 다 제겐 조금 특별하게 좋은 느낌을 주는 조각가들이라
책을 본 순간 망서림없이 빼들었고
오늘 하루 참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별로 두껍지 않은 한 권의 책을 통해서
한 인간으로서의 우성 김종영,조각가로서의 김종영
그리고 스승으로서의 김종영을 만나는 시간
그런 스승을 가까이에서 만난 다른 한 인간 최종태
조각가 최종태를 만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덕수궁의 전시에서 그의 조각을 다양하게 만난 적이 있어서
도판으로 보는 그림이나 조각이 훨씬 정겹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원화나 원래의 작품을 먼저 보는 것이
책을 통해서 만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 날이기도 했지요.

스승과 제자가 함께 인상파 전시회에 갔다가 나누는
대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뒤피에 관한 말이었는데 그의 그림을 평하면서
그런 그림이 나오게 된 뒤배경을 보아야 한다
저런 터치에 200년역사가 있다는 말을 듣고
제자는 한 작품을 보는 것이 그저 한 작품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깨닫고 무섭게 느꼈다는 고백을 하고 있네요.


료마가 간다와 마일즈 데이비스
두 권의 책을 더 뽑아놓은 상태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다섯 권중에서 앞의 세 권을 들고 온 날
집에 돌아온 밤,아무래도 미련이 남아서일까요?
다른 음반을 듣고 나서 마일즈 데이비스의 kind of blue를
듣고 있습니다.
아마 목요일 정도에 다시 도서관에 가면
데이비스를 들고 오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