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82 안지는 꽤 됐는데 줌인게시판에 글을 써보는건 처음입니다.
제가 몇달 전부터 유기견 보호소 봉사모임 까페에 가입을 하고 유기견보호소에 봉사를 다니고 있는데요.
거기에서 만난 연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연이는.........1월 28일 보호소에 입소가 되었습니다.
이 모습이 구조당시 모습이에요.
제가 연이를 데려온건 2월 15일.
보호소에 가서 청소를 하고 정리정돈을 끝낸뒤 부족한 사료나 물을 보충해주며
철장에 있는 개들을 하나하나 보곤 하는데요.
안락사 칸에 있는 연이가 유난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작고 귀엽고 이쁘고 건강해보이는데...왜 안락사 칸에 있지?라며 손을 넣어서 연이의 여기저기 모습을 살폈죠.
들어온지 2주일여가 지난 아이..
원래 유기견 보호소에 동물이 들어오면 열흘동안 주인이 찾아갈수 있는 공고기간의 시한을 주고 그 이후는 입양자를 기다린뒤에 입양이 되지 않으면 안락사가 됩니다. 저희 보호소에서는 가급적 입양자들과 만날수 있는 시간을 조금은 여유있게 주고 있는 편이지만 안락사 칸에 들어있는 애들은 언제 안락사 처리가 될지 모르기에..
제 맘이 다급해집니다.
때마침 봉사자분들 중에 애견미용을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이 있어 그분께 여쭤봤지요.
이아이...얼굴도 이쁘고 나이도 많지 않은거 같은데.......미용하고 잘좀 다듬어두면 금방 입양가지 않을까요?
그 분도 크기도 크지 않아 사람들이 좋아할거 같다며 임보를 한다면 자기가 직접 미용을 바로 해준다하더군요.
저도 집에 개가 4마리나 있습니다.
그 중에 3마리는 유기견이었던 개들이구요.
더이상 개를 늘렸다간 집에서 쫒겨날 판....
그래도 연이 정도의 미모면 금방 새주인이 나타날꺼야..라며 과감히 미용 결정!!!
그렇게 연이는 제 품으로 들어왔습니다.
집에 온 연이는 잠만 잤습니다...계속....계속..........
하루 24시간 중에 23시간 이상을 방석 위에만 있었습니다.
잠을 자기도 하고...눈을 뜨고 주변을 살피기도 하고...........꼼짝을 않더군요.
하지만 요녀석!!!!
신문지에 배변을 척척 가립니다.^^
더구나!!!!!!!!!!!!손도 줍니다.^^v
물론 완벽할순 없지요.
연이...완전 예민한 녀자였습니다.
맨 처음엔 몸에 손대는걸 싫어하고 으르렁대서 되게 사나운 개구나 싶어 데리고 온거 후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사나운 개를 누가 좋아하겠어..라며...임보를 포기할까도 했지요.
하지만 까페에 큰 개를 키우시는 남자분께서 복종훈련에 대해 알려주시며 용기를 주셨고 연이의 소식을 들은 까페분들이
열심히 응원해주셔서 저는 좀더 힘을 내보기로 합니다.
연이와 며칠동안 지내보니..연이는 기질적으로 사나운 개가 아니라
사람의 손길이 익숙하지 않은 개였습니다.
전에 키우던 주인이 전혀 관리를 해준적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귀에 염증이 한가득이라 귀를 뒷발로 탈탈 털면서 깨갱깨갱거리고..
이에는 치석이 한가득이라 입을 쩍쩍 벌릴때마다 복잡미묘한 냄새가 납니다.
그런 사정을 모르시는 봉사자분은 연이를 한번 안으시더니
어항 냄새가 나는군요..라고 말씀하셔서 제가 한참 웃기도 했었어요.ㅋㅋ
어항 냄새가 나는 개라.......
버려졌는지..아님 주인을 잃어버렸는지 모르는 연이는 이제 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사람의 손길이..어루만짐이 불안하고 불쾌한 일이 아니라 편하고 즐거운 것임을 알게 해주려고
저는 틈만 나면 연이의 얼굴을 여기저기 쓰다듬어 줍니다.
눈만 마주치면 온 몸을 주물러 줍니다.
연이는 그렇게.........아직도 약간은 경계를 하면서도 사람의 손길을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습니다.
눈빛이 참 처연하지요?
저희집엔 개가 많아 연이가 더 얌전히 지내는것도 같습니다.
하도 꿈쩍을 안해 다리가 문제가 있나 싶었는데.. 아주 가끔 기분이 좋을때는 마구 뛰어다니며 폴짝거리는데
그 모습을 보면...아 이집이 아직은 많이 불편하구나 싶어 맘이 안 좋아요.
집에 데려온지 열흘인데..밝게 뛰는 그런 모습 본게 손에 꼽을 정도거든요.ㅡㅜ
저희집 개들이 따로 텃새를 하거나 쌈을 걸거나 하진 않지만 연이한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연이는 제 무릎에 있는 개들을 말없이 고요히 바라만 보고 있네요.
다른 개들이 없으면 슬며시 와서 안아달라고 매달리구요.
개껌을 먹을때도 고요히 혼자서만 우적우적~
어르신이 항상 계시는 집에 입양을 가면 연이는 그 누구보다 애교를 맘껏 부리며 행복하게 잘 지낼수 있을텐데..
아직은 사람들에게 백프로 마음을 열고 순하디 순한 순둥이의 모습이 아니기에
저는 아직 용기있게 연이가 정말 좋은 개이니 주인이 되어주세요..라고 말하진 못합니다.
다만.........그 어떤 다른 개보다 똑똑하고 얌전하며 눈치가 빠른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주인의 관리부족으로 안돼!!라는 말조차 몰라서 식탁에 밥을 차려두면 그릇에 코를 댔던 아이.
쓰레기통에 조금이라도 냄새가 나는 뼈를 버리면 근처에 와서 혼자 계속 살피는 아이.
귀닦기와 양치질에 익숙하지 않아 제가 조심조심 익숙하게 하느라 씨름아닌 씨름을 매일같이 하고 있어
아직은 가르칠게 많디 많은 연이지만........
넓은 마음과 따뜻한 가슴으로 연이를 품어줄 좋은 엄마 아빠를 연이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은 인연을 만나라는 바람으로 '연이'라고 이름 지었으니..
그 이름만큼이나 좋은 날이 연이 앞에 펼쳐지길 희망합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