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겨울, (그 연도를 기억하는 것은 그 해가 보람이의 수능 시험이 있었던 때라서요. 시험 끝나고 결과도 나온 시기에 )
보람이랑 일본 여행을 했었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알게 된 한 여선생님 덕분에 일본어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되어서
잊을 수 없는 여행이기도 했는데, 그 때 들른 커다란 음반점에서 구한 시디중에 굴다가 연주하는 베토벤 소나타가 있었지요.
12장이 한 박스안에 들어 있어서 볼품은 없지만 (얇은 종이에 시디가 들어 있는) 연주를 그 때부터 지금까지 자주 듣고 있으니
음반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마침 광주에 사는 친구가 작년에 왔을 때 빌려 주었던 그 음반이 다시 돌아와서 요즘 방안에 두고 계속 바꾸어 가면서 다시
듣고 있는데요, 연주가 마음에 스미어 들어오는 날과 맹맹하게 그냥 듣게 되는 날, 편차가 크구나 하는 것을 느끼기도 하고요.
사실 연주만이 아닌 것이겠지요?
어느 장소에 대한 기억, 사람들과의 대화의 기억,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마음을 담아서 참여한 경우와 마지 못해서 그 자리에
있었을 경우, 마음이 딴데로 가 있을 때의 기억이 다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더군요.
요즘 빌려서 읽고 있는 책중에 김명곤의 자전적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만난 한문 선생님이 자신의 가슴에 불을 지른 스승이라고 쓰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교사중에서 제자의 가슴에
불을 지를 수 있는 스승이라 그 말에 사로잡혀 한동안 마음이 오그라드는 기분이 들기도 했지요.
음악을 듣다가 어느 날은 피아노를 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히고, 어느 날은 피아노를 왜 치는가, 의문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이런 고르지 않은 마음 상태가 요상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자꾸 변하는 가운에 나는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네요.
오늘은 역시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서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는 뉴욕 여행의 사진 정리를
했습니다. 디자인실에서 만난 사진은 아직도 끝나고 있지 않네요. 덕분에 여행은 아직도 제 안에서 계속되고 있는 셈이기도 하고요